[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제20대 대통령선거를 향한 첫발을 뗀 최 전 원장이 ‘정치인 검증’의 칼날을 피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최 전 원장은 15일 국민의힘 입당을 선언했다. 그야말로 ‘속전속결’ 결정이다. 지난달 28일 감사원장직을 내려놓은 지 17일 만이자 지난 7일 정치참여 선언 이후 일주일 만이다.
최 전 원장은 자신의 입당 이유로 ‘정권교체’를 꼽았다. 그는 이 대표와 만남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온 국민이 고통받는 현실 하에 가장 중요한 명제인 정권교체를 이루는 중심은 제1야당 국민의힘이 돼야한다”며 “미래가 보이지 않는 우리 청년들의 삶이 이제는 희망을 품고 살 수 있는 그런 나라를 만드는 데 앞으로 저의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설명했다.
입당으로 대선에 한 발짝 다가갔지만, 최 전 원장이 넘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먼저 여권의 단골 공격 소재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해소해야 한다. 고도의 독립성·중립성이 요구되는 헌법기관장이 뚜렷한 명분 없이 정치에 직행하면서 헌법의 근간을 흔들었다는 비판이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감사원의 감사 신뢰성을 크게 훼손했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최 전 원장이 감사원을 정치적 발판 삼아 이익을 도모했다는 것. 최 전 원장은 감사원장 시절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감사’를 통해 현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실제로 유사한 비판이 여권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최 전 원장은 월성원전 1호기 감사결과에서 객관적 사실관계를 훼손하고, 대선판에서 또다시 탈원전 정책을 정쟁 수단으로 전락시켰다”며 “감사원의 중립성과 독립성 훼손 문제에 대해 시민들에게 분명한 사과와 책임 있는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고 질타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같은 날 충남도청에서 열린 충남 예산정책협의회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나 “감사원장이나 검찰총장이 그것을 마지막 공직으로 봉사한다는 자세를 갖지 않고 대통령 후보로 나서면 자신의 모든 행위가 정치적 행위, 사전 선거 운동으로 의심받는다”고 꼬집었다.
최 전 원장이 대선주자로서 선명한 정책 메시지를 내놓을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그는 30년간 법조계에 몸담으며 실력과 명망을 인정받았으나, 정치적 발언 등에 대해선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먼저 정치권에 뛰어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최근 ‘문재인 정부 때리기’에만 집중해 ‘정책 실종’이라는 지적을 받으며 지지율 내림세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 복지, 노동, 외교, 안보 등 정치와 관련해 어떤 발언을 한 적이 없다. 정치적 역량을 전혀 모르는 상태”라며 “입당 이후 정부 때리기에만 앞장선다면 존재감이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처가리스크’에 맞닥뜨린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달리 최 전 원장은 본인과 가족 및 측근을 둘러싼 ‘도덕성’ 문제에서 자유롭다는 강점을 갖는다. ‘미담제조기’라는 별명을 가진 최 전 원장이 학창시절 다리가 불편한 친구를 업고 다니며 등하교시킨 일화는 정치권에서 유명하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최 전 원장에겐 ‘카더라 소문’이 없다. 가족을 둘러싼 의혹이 지금까지 나온 게 없지 않은가”라며 “가족과 관련해선 아버지께서 ‘6·25 영웅’이라는 보수 진영이 좋아하는 ‘전설’만 남았다. 개인, 프라이버시에 관한 검증 부분은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어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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