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평균 밑도는 의사·간호사 인력… 확충안 타협은 깜깜

국제 평균 밑도는 의사·간호사 인력… 확충안 타협은 깜깜

기사승인 2021-07-21 07:00:03
지난달 29일 의료연대본부와 행동하는간호사회는 지역공공간호사법안 폐기를 요구하는 간호사 2300명의 서명을 모아 보건복지부에 전달했다. 사진=의료연대본부 제공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국내 의사와 간호사 수가 해외 평균치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지만, 인력 확충을 위한 정부와 현장의 소통은 더딘 상황이다.  

보건복지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OECD 보건통계(Health Statistics) 2021’를 주요 지표별로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는 의사와 간호사가 적은 인원으로 많은 환자를 보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의학계열 졸업자와 임상 의사 수는 모두 OECD 평균치를 밑돌았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임상 의사 수는 한의사를 포함해 인구 1000명당 2.5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OECD국가 가운데 2.4명인 폴란드와 멕시코에 이어 세 번째로 적은 수준이다. 인구 1000명당 임상 의사가 많은 국가는 오스트리아(5.3명)와 노르웨이(5명)다. OECD 평균 수치는 1000명당 3.6명이다.  한의대를 포함해 우리나라 의학계열 졸업자는 같은해 기준 인구 10만명당 7.4명이다. 일본(7.1명), 이스라엘(7.2명)에 이어 세 번째로 적었다. 

간호사 부족 현상도 여전했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 간호 인력(간호사·간호조무사)은 1000명당 7.9명으로 파악됐다. OECD 평균 9.4명을 밑도는 수준이다. 이 가운데 간호사만 집계하면 인구 1000명당 4.2명 수준이다. OECD 평균 7.9명보다 3.7명 적다.

특히, 간호사 부족 현상은 의사와 양상이 달랐다. 간호대학을 졸업하는 인원 자체는 상대적으로 풍부했다. 간호대학 졸업자는 2019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40.5명으로 파악됐다. 이는 OECD 평균 31.9명보다 높은 수치다. 즉, 간호대학 졸업자 중 임상에서 간호사로 활동하는 비율이 낮다는 의미다. 업무 난이도 대비 저임금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가장 최신 집계인 2016년 기준 우리나라 간호사 임금소득은 연간 4만50.1 US$PPP(구매력평가환율)로 OECD 국가 평균보다 낮았다.

의사와 간호사는 충분치 않지만, 환자는 많았다.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횟수는 연간 17.2회로,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았다. 이는 OECD 평균인 6.8회의 2.5배 수준이며, 두번째로 높은 일본(12.5회)보다도 4.7회 많았다. 3위인 슬로바키아(11.1회)와 일본의 차이가 1.4회, 4위인 헝가리(10.7회)와 슬로바키아의 차이는 1.6회라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의료기관 문턱은 독보적으로 낮았다.

외래뿐 아니라 입원 환자도 많았다. 2019년 우리나라 입원환자 1인당 평균재원일수는 18일로 집계됐다. 이는 OECD 평균인 8일보다 2배 이상 긴 수준으로, 1위 일본(27.3일)에 이은 2위다. 가벼운 증상에도 입원을 하는 환자가 증가하는 징후도 관찰됐다. 지난 2009년부터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는 급성기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입원한 환자만 집계하면 10일에서 7.3일로 단축됐지만, 전체 입원환자의 평균재원일수는 15.7일에서 18일로 오히려 증가했다.

일손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부터 의사·간호사 인력 확충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의과대학 정원을 확대하고, 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제’등을 도입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공중보건장학간호사’와 지역 간호대학 정원 확대 계획도 발표했다. 부족한 간호사 인력이 서울 및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비수도권 소재 의료기관의 구인난이 심화하는 현상을 해소하고자 고안한 정책안이다.

하지만 정부의 계획은 직능단체 및 현장 의사·간호사들과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의사 인력 확충 계획은 지난해 대한의사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의 대대적인 파업으로 정책 추진이 잠정 중단됐다. 정부와 대한의사협회가 대화하기 위해 구성한 의정협의체는 지난 2월 이후 논의에 진전이 없는 상태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복지부의 분석자료처럼, 의사의 숫자만 따지는 통계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며 “국토 면적 대비 의사 수를 따지면 우리나라의 의료기관 접근성은 세계 3위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린다고 의료서비스의 질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국립대 병원의 장비와 시설 노후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인력 양성 인프라도 강화하지 않은 채 사람만 늘리면 오히려 의료서비스의 질적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간호사 인력확충을 위한 정부 계획도 일선 간호사들의 비판을 샀다. 행동하는간호사회와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등은 최연숙 의원이 발의한 지역공공간호사법을 비판하며 입장문을 통해 “신규간호사의 발목에 족쇄를 채우는 비인권적 법안”이라며 “40만 면허소지자 중 일하는 간호사는 절반뿐인데, 이런 제도를 만든다면 간호사의 처우는 더 열악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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