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석방보다 사면" 무게 실리는 이재용 '사면론'

"가석방보다 사면" 무게 실리는 이재용 '사면론'

재계 "경영활동 제약 큰 가석방보다 사면돼야"

기사승인 2021-07-25 07:00:02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쿠키뉴스DB)
[쿠키뉴스] 윤은식 기자 =법무부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다음 달 8·15 광복절 가석방 대상자 명단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가석방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재계 등에서는 이 부회장이 가석방보다는 사면돼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싣는다. 가석방·사면 모두 구속 상태에서 풀려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효력 면에서는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오는 26일이면 가석방 기준인 형기 60%를 채우게 된다. 형법 상 형기 60% 이상을 채운 수감자는 가석방 대상이다.

재계 등에 따르면 서울구치소는 이 부회장을 포함해 광복절 가석방 대상자 명단을 법무부에 보고했다. 가석방 명단을 받은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는 가석방 후보를 심사한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최종 승인으로 가석방이 확정된다.

이 부회장 가석방에 대해 재계 등은 당정 간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표심을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이다. 실제로 더불어 민주당은 최근 삼성전자 화성캠퍼스를 찾아 이 부회장 가석방에 불씨를 당기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 부회장의 사면은 반대한다면서도 가석방 기회는 줘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 지사는 "법 앞에 평등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어떤 이유로도 특별한 혜택을 받아서는 안 되고 특별히 불이익을 받아서도 안 된다"며 "불이익을 줄 필요가 없다는 말은 굳이 가석방 대상에서 뺄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가석방은 법무부 장관의 소관이고 사면은 청와대 대통령의 권한이다"며 "이 부회장도 8월이면 형기의 3분의 2(60%)를 마친다. 가석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경제계는 미국과 중국 등 반도체 패권 경쟁과 코로나19로 인한 국내 경기 침체 등 대내외 경기악재 속에서 경제부흥을 위한 대규모 투자 등 적극적인 경영 활동을 위해서는 이 부회장이 사면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지난달 열린 경총 회장단에서 "지난 4월 이후 이재용 부회장 사면을 경제부총리를 시작으로 청와대와 국무총리께 건의 드린 바 있다"며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시기에 이 부회장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할 기회가 하루빨리 만들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가석방은 법무부장관 승인으로 구속 상태에서 임시로 풀려나는 것이다. 남은 형기 안에 다른 범죄로 인해 금고 이상의 형이 나올 경우 다시 수감될 수 있다. 이 부회장은 현재 삼성물산 부당 합병 재판을 받고 있고,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상 5억원 이상 횡령·배임죄로 징역형을 받으면 형 집행 종료 후 5년간 취업도 제한된다. 가석방으로 풀려났긴 했지만 여전히 사법족쇄가 이 부회장의 발목을 잡고 있어 활발한 경영 활동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 경제계의 시선이다.

사면의 경우는 가석방과 다르다. 대통령 권한으로 부여되는 특별사면은 남은 형 집행을 면제해 준다. 일반사면은 해당 범죄를 저지른 수형자 전부에 대한 형의 면제해주는 것이어서 국회의 동의가 필요 하지만, 특별사면은 특정인에 대해서만 형 집행을 면제하기 때문에 대통령 고유의 권한이다. 

이 부회장이 특별사면으로 풀려나게 되면 남은 형의 실효가 사라져 즉시 경영에 복귀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삼성으로서는 당장 반도체 투자 지역으로 유력한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시와 현지 반도체 공장 유치에 당장 탄력이 받게 된다. 

그간 삼성은 총수 부재로 대규모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앞서 지난달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청와대 간담회에서 총수부재로 투자 결정에 어려움을 문 대통령에게 전한 바 있다. 김 부회장은 당시 문 대통령에게 "반도체 산업은 대형투자에 대한 결정이 필요한데 총수가 있어야 의사 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삼성이 인수합병 등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기 위해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복귀가 절대적"이라며 "기업 활동에 제약이 될 수 있는 가석방보다 사면이 삼성으로서는 절실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unsik80@kukinews.com
윤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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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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