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데니안이 만난 새로운 터닝 포인트

[쿠키인터뷰] 데니안이 만난 새로운 터닝 포인트

기사승인 2021-07-28 06:00:27
그룹 god 데니안. KBS2 드라마 ‘이미테이션’ 제공.
[쿠키뉴스] 김예슬 기자 = 쉽지 않은 길이었다. 그룹 god로 영광을 맛보고 배우로 전향하니 뭐든 새롭고 낯설었다. 연기하는 가수에게 곱지 않은 시선이 잇따랐다. 그럴수록 데니안은 진심으로 승부했다. 알찬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던 그에게 최근 종영한 KBS2 드라마 ‘이미테이션’의 지학은 특별함으로 남았다. 스타의 입장이 아닌, 스타를 만들어내는 제작자를 연기하며 만감이 교차했단다.

연예인인 이상 주변에서 챙겨주는 손길들이 익숙할 수밖에 없다. 올해로 데뷔 22주년을 맞은 그다. 수많은 상황, 다양한 일들을 경험하고 연기를 통해 여러 세계를 만난 데니안에게 극으로나마 제작자를 맡은 건 신선한 충격이었다. 드라마가 현 아이돌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만큼 때때로 회상에 잠겼다.

“god로 활동하던 때가 정말 많이 생각났어요. 숙소 생활을 할 때와 방송국 대기실에 있을 때의 느낌들이 새록새록 떠올랐죠. 극 중 티파티 멤버들이 연습생 시절을 겪고 데뷔에 성공해 대중에게 사랑을 받는 과정들이 god와도 닮았다고 느꼈어요. 티파티가 시사 프로그램으로 데뷔했는데, 저희 god도 가요 프로그램이 아닌 SBS ‘한밤의 TV연예’에서 데뷔했거든요. 여러모로 겹쳐 보이는 순간들이 많았어요.”
그룹 god 데니안. KBS2 드라마 ‘이미테이션’ 제공.

환경은 익숙했지만 역할이 달랐다. 극 중 지학은 가수가 아닌, 그룹 티파티를 만든 제작자다. 아티스트에서 매니지먼트로 건너뛴 셈이다. 대본을 받고 소재가 가진 현실성에 끌리던 그는 이내 지학에 매료됐다. 키다리 아저씨 같은 캐릭터는 한 번도 연기해본 적이 없었다. 동명의 원작 웹툰까지도 섭렵한 그는 이내 자신만의 지학을 만들기 위해 세밀히 공을 들였다.

“지학은 소속 가수들과 눈높이를 맞추려 하는 대표예요. 제가 god 내에서도 다른 멤버들의 말을 들어주려 하는 편이다 보니 지학을 연기할 때 그런 면을 살려야겠다 싶었어요. 활동하면서 만나본 매니저분들을 떠올리기도 했죠. 원작 웹툰에서 지학이 조금은 가볍고 소심했다면, 저의 지학은 어른다운 느낌을 더욱 강조해보려 했어요. 저 역시도 전작에서 까불거리는 연기를 많이 했어서 진지하고 진중한 캐릭터에 대한 갈증이 있었거든요.”

그에게 지학은 도전이자 새로운 경험이었다. 극에서 지학이 제작한 티파티가 음악방송 무대에 서는 장면을 촬영할 땐 실제 제작자처럼 손에 땀을 쥐었다고. “끝나자마자 멤버들에게 잘했다고 문자를 보냈다”며 미소 짓던 그는 이내 god 활동을 염원했다. 그러면서도 이젠 god 같은 그룹이 절대 나올 수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제작자 마인드가 깃든 모습이었다.
그룹 god 데니안. KBS2 드라마 ‘이미테이션’ 제공.
“전에는 god 같은 그룹을 만들고 싶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불가능할 것 같아요. 오합지졸들이거든요. 하하. 나이 차이도, 캐릭터들도 너무 다른 사람들이에요. 우연히 만들어진 그룹 같다고 할까요? 만약 아이돌 그룹을 제작한다면, god로 보여주지 못한 그룹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미테이션’에 나오는 그룹 샥스처럼요.”

연차가 높아지면서 데니안은 후배 양성도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됐다. “곡이라도 하나 써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하던 그는 ‘이미테이션’을 함께 만들어간 후배 가수들에게 애틋함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위기의식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이대로 안주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은 그에게 또 다른 동력이 됐다. 지난해, god 활동 때부터 몸담았던 이전 소속사 싸이더스HQ와 계약을 끝내고 근 20년 만에 커즈나인엔터테인먼트로 회사를 옮기며 변화를 줬던 그다. 소속사 이적 후 처음으로 선보인 ‘이미테이션’은 그에게 또 다른 전환점이 됐다.

“어린 친구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니 뒤처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어요. 그간 제가 연기한 인물들과 다르게 지학은 어른스럽고 차분해요. 이런 연기를 해보니 연기에 대한 욕심이 더욱 생겼죠. 수사물도 해보고 싶고 악역도 맡아보고 싶어요. 멘토 같은 지학과 상반되는 강렬한 역할을 하면 반전 매력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요? 스스로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봤으니, 다시 새롭게 시작하고 싶어요.”

yeye@kukinews.com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김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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