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감독 “그래서 ‘방법: 재차의’ 다음 이야기는요” [쿠키인터뷰]

연상호 감독 “그래서 ‘방법: 재차의’ 다음 이야기는요”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1-07-30 06:43:01
연상호 감독.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새로운 한국형 좀비의 탄생이다. 드라마에서 시작해 스크린으로 무대를 옮긴 ‘방법’의 부제는 ‘재차의’. ‘용재총화’ 제3권에 등장하는 요괴로 ‘여기 있다’(在此矣)는 뜻을 지닌 검은 손의 되살아난 시체다. 한반도 역사에서 찾아낸 좀비가 되살아나 현대인의 공포심을 자극하고 있다.

재차의를 2021년에 소환한 건 ‘부산행’ ‘반도’로 한국형 좀비 신드롬을 일으킨 연상호 감독이다. 그는 ‘방법’ 시리즈에 연출이 아닌 작가로 참여하고 있다. 최근 화상 인터뷰로 만난 연 감독은 주술로 살려낸 시체라는 소재에 재미를 느꼈다고 했다.

“아는 장르 소설가가 술을 마시다가 ‘재차의’를 아냐고 물었어요. 재차의가 한국 좀비라는 거예요. 굉장히 재밌더라고요. 좀비의 어원을 따져보면 부두교에서 죽은 시체들을 주술로 살려서 노예로 쓰던 것에서 시작됐어요. 재차의는 그것에 굉장히 가깝다고 생각했어요. 강시와도 비슷하고요. 게임에선 시체를 조종하는 강령술사, 즉 네크로맨서가 나와요. 그것들이 결합돼서 재차의라는 존재가 나온 거죠.”

영화 '방법: 재차의' 스틸컷

‘방법’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기업비리를 수사극 형태다. 연상호 감독은 “다만 수사하는 과정을 무속신앙으로 접근하는 게 ‘방법’ 시리즈의 제일 재밌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드라마와 영화의 차이도 존재한다. 집이 아닌 극장에서 즐기는 영화는 드라마보다 더 액션이 강조됐다. 재차의의 움직임 역시 감독, 안무가와 상의 끝에 탄생했다.

“재차의 움직임이 달랐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어요. 김용완 감독과 전영 안무가에게 과감하게 획기적으로, 특이하게 만들어보면 어떨까 얘기했죠. 움직임만으로 시그니처가 되는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강시라고 생각해요. 어린 친구들에게 강시 얘길 하면 손을 뻗고 뛰는 모습을 생각할 정도로 몇 십 년이 지나도 상징을 떠올리는 잘 만든 움직임인 거죠. 강시 같은 창의적이고 독특한 움직임을 만들었으면 했어요. 삭제된 장면 중에 재차의들이 엘리베이터에서 후루룩 힘을 잃고 쓰러지는 장면이 있어요. 그런 포인트들을 김 감독이 잘 잡았어요. 고심을 많이 해서 만든 것 같아요”

연상호 감독이 데뷔작 ‘돼지의 왕’부터 ‘방법’ 시리즈까지 관통하는 키워드는 휴머니즘이다. 연 감독은 “어떻게 사는 게 인간다운 삶인가 질문한다”고 했다. 하려는 이야기는 같아도, 애니메이션과 드라마, 영화 등 여러 매체를 넘나들고 있다. ‘방법’은 그가 작가로 도전한 첫 작품이기도 하다.

연상호 감독.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연출과 각본은 다른 재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각본을 쓸 때는 순수하게 영화적인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고민한다면, 연출은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를 많은 스태프와 연구하고 구현해요. 레퍼런스나 회의를 상당히 많이 하고 그 과정이 재밌죠. 개인적으로는 대본을 쓸 때는 현장에 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현장에 있으면 대본만 쓰고 싶다고 생각해요. ‘방법’은 감독이 재해석한 작품을 보는 게 흥분되고 기대감을 갖게 되는 경험이었어요. 작가로서 참여하는 작업에 색다른 재미가 있구나 싶었죠.”

‘방법: 재차의’가 끝이 아니다. ‘방법’ 시리즈는 세 번째 작품을 이미 준비 중이다. 극 중 임진희(엄지원)가 쓴 책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 스핀오프 시리즈 ‘괴이’다. 다음달 촬영을 시작해 내년에 티빙 오리지널로 공개될 예정이다. 연 감독은 ‘괴이’를 살짝 소개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백소진(정지소)과 임진희가 tvN ‘방법’에서 우연치 않게 했던 사적복수가 정의로운가에 대해 의문이 있었어요. ‘재차의’에선 반대로 사적복수를 막으려는 임진희, 백소진의 모습이 그려졌죠. 다음 이야기에선 ‘방법’ 시리즈에서 보여준 임진희, 백소진의 업보가 다시 두 사람을 괴롭히는 이야기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두 사람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나가는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아요. 둘의 내적 갈등이 깊어지면서 어두운 얘기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요. 최규석 작가와 신작도 구성하고 있어요. 오랜 만에 판타지가 없는 범죄물이에요. 앞으로도 기본적으로는 장르영화를 계속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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