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2만원 버는데” 지원금 제외된 대리기사

“하루 1~2만원 버는데” 지원금 제외된 대리기사

기사승인 2021-08-05 15:53:11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대리운전노조 조합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리운전 노동자 생계대책 마련 및 실효성 있는 지원대책 실행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박탈감이 말도 못 하죠. 예전에는 새벽 1시까지도 콜이 있었는데 이제는 오후 11시만 돼도 안 들어와요. 하루에 1~2만원 버는 날도 태반입니다. 대리운전 기사는 4대 보험도 없고 일 안하면 그냥 수입이 없다고 보면 돼요. 버스 기사, 택시 기사는 80만원씩 지원금이 나오는데…대책이 없어 그저 막막합니다” 

대리운전 기사가 타 운수 노동자와 달리 재난지원 대상에서 빠져 형평성 문제가 불거졌다. 정부에 최소한의 생계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은 4일 오전 10시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대리운전 기사들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상향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고 호소했다. 수도권 등지에서는 거리두기 4단계로 오후 10시 이후 음식점 등 영업이 중단되고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모임을 금지하고 있다. 

대리운전 노조는 “대리운전 노동자 평균 소득은 175만원”이라며 “이는 올해 2인 가족 법원 인정 최저생계비 185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리기사들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휴일도 없이 일해 왔다”며 “그런데 코로나19 4차 대유행과 정부의 방역 강화 조치로 대리기사를 찾는 콜 수가 예년보다 4분의 1로 급감하면서 소득이 절반 이하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국회는 지난달 24일 34조9000억원 규모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 가운데 정부는 버스·택시 기사에게 1인당 8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법인 택시기사 8만명, 전세버스 기사 3만5000명, 노선버스(공영제 및 준공영제 제외) 기사 5만7000명 등 17만2000여명이 지급 대상이다. 버스 기사 지원금은 총 736억원, 법인 택시 기사 지원금은 총 640억원이 배정됐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대리운전노조 조합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대리운전 기사는 지원금 대상에서 빠졌다. 대리운전 기사는 학습지 교사, 퀵서비스 기사, 가정 방문 서비스 노동자와 같은 특수고용노동자다. 근로자가 아닌 사업자로 분류된다.

대리운전 기사는 코로나19 직격타를 입은 직종 중 하나다. 지난 1월 한국고용정보원이 ‘코로나19 고용위기 대응과 정책과제’ 세미나에서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리운전기사 수입은 코로나19 전후 260만원에서 219만원으로 15.7% 줄었다. 배달·대리운전·퀵서비스기사의 절반 이상은 “플랫폼 노동으로 버는 수입이 가구 수입의 전부”라고 답했다.

서동민 대리운전노조 충북지부장은 “전국 대리기사 70% 이상이 전업이다. ‘투잡’을 뛸 수 없는 환경”이라며 “한 가정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데 재난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리기사는 택시기사, 버스기사와 달리 월급도, 실업급여도, 퇴직금도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집회나 시위로 목소리 내기도 여의치 않아 답답한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전날 기자회견에서 소개된 경기 광주 거주 대리기사 A씨의 경우 4단계 격상으로 콜 수가 급감, 수수료와 차비 등을 제하면 하루에 3~4만원밖에 벌지 못하는 처지다. 통상 콜이 많은 금요일에도 콜 횟수가 2~3번으로 곤두박질 쳤다. 

지난달 28일에는 한 대리운전 기사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먹고 살기 너무 힘이 든다”면서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 포함시켜 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대리운전노조는 “정부는 사각지대 해소·필수노동자 지원 등을 말해왔지만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택시기사·버스기사 등이 포함된 지원 대책에 대리운전기사는 빠져 있다”면서 “대리운전을 자율산업으로 분류해 업체의 갑질과 수탈을 방조하고 대리운전 노동자를 법과 사회보장의 사각지대에 몰아넣은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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