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식품의약품안전처가 SK바이오사이언스 개발 코로나19 백신 ‘GBP510’의 3상 임상시험 계획을 10일 승인했다. 이번 임상은 기 허가된 백신과의 비교로 효과를 입증하는 ‘비교임상’ 방식으로 진행된다. 업체는 3상 임상시험에 대한 중간분석 결과를 가지고 내년 상반기쯤 품목 허가를 신청하겠다는 계획이다.
◇1상 임상서 안전성‧면역원성 확인, 중화항체가 5배↑
GBP510은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만든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표면항원 단백질을 주입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재조합 백신’이다.
표면항원 단백질을 투여하면 체내에서 면역세포를 자극해 중화항체 생성을 유도하며, 인체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침입했을 때 바이러스를 중화해 제거하게 된다. 중화항체는 특정 바이러스를 중화할 수 있는 항체이다.
이 백신은 특히 항원 노출을 증가시키는 기술을 활용해 항체를 많이 생성함으로써 면역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개발됐다.
GBP510은 지난 1월 26일 임상 1·2상 승인 후 건강한 성인(만19세~55세 이하) 80명을 대상으로 1상 임상시험이 진행됐고 현재 240명 대상으로 2상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일반적으로는 임상 2상을 완료를 해야 3상에 대한 임상시험을 승인하지만, 이미 1상에서 안전성과 면역원성이 충분히 나타나 임상 3상 진입 가능성을 보여준 상황이다. 1상 중간분석 결과, 유효성 측면에서는 모든 백신 접종자에게서 중화항체가 생성됐으며, 국제표준혈청(완치자혈청) 패널 대비 5배 이상의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안전성 측면에서는 백신 접종 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이상사례(주사부위 통증, 피로, 근육통, 두통 등) 외 특별한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다.
김강립 식약처장은 “이번 경우에는 코로나19의 상황이 심각하기도 하고, 또 1상의 결과에서 충분히 그 안전성과 효과성, 특히 면역원성에 대한 효과를 인지했기 때문에 1상의 결과로도 3상의 임상시험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전문가 검토 회의에서도 마찬가지의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처장은 “임상 2상 결과는 아직 전달되지 않아 시간이 더 필요하나, 80명을 대상으로 한 1상에서는 백신을 접종한 모든 분들에게서 항체가가 형성됐다. 또 중화항체를 비교하는 방식으로는 이미 코로나19를 앓았던 분들의 혈액 속에 존재하고 있는 중화항체가와 얼마나 더 많으냐, 적으냐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평가를 했는데, GBP510의 경우에는 약 5배 더 많은 중화항체가를 보이는 것으로 평가됐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워낙 제한된 숫자기 때문에 이 결과를 가지고 면역원성이 5배가 많은 것이라고 섣부른 평가를 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매우 제한된 평가결과이고 3상을 통해서 충분히 이 면역원성에 대한 가치를 평가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지만 적어도 1상의 결과에서는 이러한 정도의 성과 내지는 데이터를 보였다”고 부연했다.
◇전통 방식 아닌 ‘비교임상’으로 3상 진행, 참여자 모집 지원
이번에 승인한 3상 임상시험은 18세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GBP510의 면역원성과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해 전통적인 방식 대신 ‘비교임상’ 방식으로 진행하며,국내에서 허가돼 예방접종에 사용하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코비드-19백신주’를 대조백신으로 사용해 시험 백신의 효과를 확인한다.
대조백신은 허가된 코로나19 재조합 백신이 없는 상황을 고려해 바이러스벡터 방식인 아스트라제네카코비드-19백신주를 선정했고, 중화항체가의 우월성·혈청반응률의 비열등성을 확인하는 것으로 설계됐다.
이와 관련해 김 처장은 “전통적인 백신의 임상시험은 시험하고자 하는 백신과 소위 가짜약, 위약을 동시에 3만 명 정도가 되는 대규모의 인구집단에 접종을 한다. 그리고 일정 시점이 지난 후 일정 수의 확진자가 나오면 소위 진짜 백신을 맞은 시험용 백신을 맞은 그룹과 그렇지 않은 가짜백신을 맞은 그룹 간의 확진의 비율이 얼마만큼 차이가 나는지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시험을 하게 된다”며 “WHO는 이 차이가 적어도 50% 이상의 발생해야 백신으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이 백신의 경우에는 대규모의 임상시험도 필요하지만 몇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대규모의 유행상황 속에서 백신을 맞는 것이 매우 시급한 일인데 위약을 투약 받는 경우에는 감염병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윤리적인 측면, 보건적인 위험에 노출되는 문제를 지니게 된다”며 “또 대규모의 접종이 가능하려면 백신을 아직까지 1회도 접종하지 않은 임상시험 참여자가 충분히 확보돼야 하는 현실적인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이러한 요인, 이러한 여건들로 인해서 전통적인 방식의 3상 임상시험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비교임상을 진행하는 것이다. 소수의 임상시험 참여자들에게 접종을 하고 그 결과를 면역원성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백신의 효과를 측정하는 것이 비교임상 방식”이라고 전했다.
또 김 처장은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현재 GBP510과 같은 방식의 재조합 백신을 통해서 비교하고 임상의 효과를 분석하는 것이지만, 현재까지 재조합 백신으로 허가된 백신이 없는 상황”이라며 “비록 다른 플랫폼이기는 하나 아스트라제네카와의 비교를 통해서 충분히 면역원성 등을 비교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미 세계 최초로 비교임상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는 발네바사의 백신의 경우에도 같은 플랫폼이 아니라 다른 플랫폼인 아스트라제네카를 통해서 비교임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비교임상용 대조백신 공급과 관련해서 “쉽지 않은 숙제였다. 정부로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대조백신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아스트라제네카 본사나 CEPI, WHO, 영국정부 등 관련된 기관과 정부에게 여러 차례 협조 요청, 회의, 서한 발송 등을 통해 지원했고, 최종적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사가 아스트라제네카사와 직접 적극적인 협의를 통해 물량을 확보했다”며 “앞으로 다른 회사들이 비교임상 방식으로 백신을 구하고자 하는 수요가 있을 경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협조를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다”라고 부연했다.
한편, 전체 3상 임상시험대상자는 총 3990명이며 시험백신은 3000명, 대조백신은 990명에게 0.5㎖씩 4주 간격으로 2회 접종하게 되고, 안전성과 면역원성을 평가한다.
이번 3상 임상시험은 국내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동유럽 등 여러 나라에서 동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3상 임상시험은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증하기 위한 시험으로, 선행 임상시험 결과와 임상약의 품질, 비임상 자료 등을 토대로 그 타당성을 검토한다.
3상 비교임상 수행 참여자 모집을 위한 방법과 관련해 김 처장은 “임상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참여자들을 신속하게 모집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 과제의 중요성을 감안해서 ‘범정부 코로나19 백신 치료제 임상시험지원 T/F’를 가동하고 있고, 이를 통해 국내외 임상시험 대상자를 모집하는 방안을 지원토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해외에서 진행될 때는 국제백신연구소와의 협업을 통해서 보다 신속한 임상시험 지원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며 “특별한 인센티브의 발굴이나 기업별로 임상시험 국가 등을 지원하는 방안, 연계해주는 방안들도 회사와 협의해 진행토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체의 임상시험 가운데 10% 정도는 국내에서 이루어지기를 권고했다. 우리가 우리의 백신을 빠른 시간 안에 가질 수 있도록 가능하신 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내년 1/4분기 품목허가 예상
김 처장은 내년 상반기쯤 해당 백신의 품목허가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 목표는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임상시험이 종료되면 그 결과를 확인해 허가 절차를 시작하는 것이다. 지금 SK바이오사이언스의 향후 일정에 따르면, 내년도 1/4분기에 3상 임상시험에 대한 중간분석 결과를 가지고 품목 허가를 신청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우리도 이러한 목표가 차질 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제공할 수 있는 지원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측은 “내년 상반기 상용화를 목표로 최종 임상에 착수할 예정”이라며 “특히 GBP510에 적용된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변이 바이러스에 신속히 대처할 역량도 갖추게 됐다. 현재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변이주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으며, GBP510 개발 기술로 변이주 항원을 활용한 임상시험도 연내 진행할 예정이다. GBP510 개발이 완료되면, 백신 플랫폼으로 확보해 어떤 변이에도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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