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뜨거운 감자, 은행권 투자일임 시장 진출 논란

여전히 뜨거운 감자, 은행권 투자일임 시장 진출 논란

기사승인 2021-08-13 06:07:01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유수환 기자 = 최근 은행권이 사업 다각화를 위해 금융당국에 투자일임업 허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또다시 논쟁의 불씨를 지폈다. 투자일임업이란 금융 소비자으로부터 자산을 일괄 위임받아 투자자의 자산을 대신 운용해주는 것을 말한다. 금융사는 고객 자산을 운용하는 댓가로 일정부분 수수료를 받는다. 그동안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보험사에서 허용된 자산관리 사업이다. 

하지만 최근 은행권이 이자마진에 따른 수익에 한계와 빅테크기업의 금융산업 진출에 부담을 느끼면서 투자일임업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은행권도 PB(자산관리사)를 통해 WM(자산관리) 업무를 담당하지만 운용에 있어서 제한적이다. 

또한 빅테크의 금융진출 등으로 인해 업종 간 경계선이 희미해진 만큼 은행도 투자일임을 못할 것이 없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주장이다. 다만 그동안 사모펀드 환매 사태와 같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만큼 수익만큼이나 리스크도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 보수적 은행 투자일임업 진출 의향 배경은 

은행의 투자일임업 진출 요구는 수년 째 지속돼 왔다. 보수적 성향의 시중은행이 투자일임업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이자수익을 통한 예대마진 한계 ▲빅테크 기업의 금융 진출 ▲확대되는 투자일임업 시장 규모 등에 따른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로 인해 이자수익에 따른 예대마진 의존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 은행업계의 시각”이라며 “이미 금융지주 비은행 계열이 견조한 수익을 내는 만큼 사업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은행도 PB(자산관리사)가 있는 만큼 투자일임업 도입이 무리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자산관리 업무가 활성화되면 그만큼 소비자에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도 다양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은행권에서는 ISA를 통한 투자일임만을 허용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빅테크 기업의 금융진출도 기존 은행에겐 부담으로 작용한다. 현재 카카오뱅크와 토스의 월간순이용자수(MAU) 1100만명을 넘어서면서, 국내 금융앱 가운데 이용자 수가 압도적이다. 네이버 또한 우회적인 방식을 통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업 입점한 중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보험 및 대출지원도 시행하고 있다. 향후 네이버가 마이데이터 사업자로 선정된다면 보다 폭 넓은 맞춤형 금융상품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일임업 시장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 현재 투자일임업 시장은 자산규모 648조원에 달한다. 투자일임 부문 상위 10개 자산운용사의 투자일임 계약고만 보더라도 474조원이 넘는다. 수백조 단위의 자금이 운용되는 만큼 은행으로서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게다가 현재 자기자본 4조원이 넘는 증권사들이 초대형IB(투자은행) 사업을 시작하면서 발행어음 시장까지 진출했다는 것이다. 애초 은행연합회 등은 증권사의 발행어음 시장 진출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 금투업계 반발은 여전…사업 다각화인 만큼 리스크도↑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은행의 투자일임업 진출에 대해 부정적이다. 우선 자산 규모가 수십조원에 달하는 은행이 투자일임업에 진출한다면 그만큼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미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국내 금융산업이 은행산업에 쏠림이 크고, 업권 별 불균형이 크다고 지적한다. 실제 은행의 자기자본은 증권사와 비교해 적게는 3배 많게는 10배 이상 크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은행은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증권사의 고유 업무영역(ELS 발행, 채권중개, 인수)에 지속적으로 진출해 왔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동안 불완전판매 논란에 중심에 있던 은행이 자산관리(WM) 서비스까지 진출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이다. 모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일임업은 말 그대로 고객 자산을 일임해 운용·관리한다는 것”이라며 “그만큼 리스크도 있고, 은행업 특성 상 손실이 날 경우 소비자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도 “은행을 주로 이용하는 금융소비자와 증권 고객의 성향이 다른 만큼 부담은 있는 건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의 투자은행 JP모건 체이스도 은행 PB고객을 대상으로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실제 증권·투자자문 서비스는 증권 계열사(JP Morgan Securities)가 담당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오히려 금융지주 증권 계열사를 보다 키워서 IB(투자금융)와 자산관리부문을 성장시키는 게 더 나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shwan9@kukinews.com
유수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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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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