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는 모르는 ‘MZ 세계관’

MZ는 모르는 ‘MZ 세계관’

기사승인 2021-08-20 06:12:09
쿠키뉴스DB.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 MZ세대가 무조건 ‘트렌디’하다고 생각함, 기성세대들이 유난히 MZ세대에 집착함, 정작 MZ세대는 본인이 MZ 세대라는 것을 모름, MZ세대 콘텐츠를 만드느라 괴로운 사람은 죄다 MZ세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MZ 특징’ 글이다. 많은 공감을 얻었다. 한 네티즌은 SNS에 이를 공유하면서 “세상 모든 부장님 입에서 ‘MZ’라는 단어가 나오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고 탄식했다.

최근 한국 사회 화두는 ‘MZ(밀레니얼세대+Z세대)’다. 1980~1994년생을 일컫는 ‘M세대’(밀레니얼 세대)와 1995~2004년생을 뜻하는 ‘Z세대’를 합쳤다. 20여 년을 아우르는 세대다 보니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MZ세대는 서울에서 가장 큰 세대 집단이다. 서울시는 서울서베이와 주민등록인구 통계자료를 활용해 MZ세대 특징과 사회 인식 변화를 발표했다. 서울에 사는 MZ세대 인구는 343만명이다. 서울 인구 35% 이상이다. 1955~1963년생을 일컫는 ‘베이비부머’ 세대(129만명·13.4%)의 세 배에 가깝다.

MZ세대는 시장에서 ‘큰손’으로 통한다. 미국 경제 잡지 포브스지에 따르면, 지난해 Z세대 소비력은 1430억달러(한화 약 167조 1384억원)에 이르렀다. 전체 소비 중 40%에 달한다. 포브스지가 본 MZ세대 특성은 △투명성 △직접 소통 중시 등이다.

언론 역시 MZ세대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빅카인즈’로 지난해 8월부터 1년 동안 MZ세대가 포함된 기사 건수를 찾았다. 지난해 9월 월간 400여 건 수준을 유지하다가 지난 3월 1092건으로 급등했다. 4.7 재보궐선거를 한 달 앞둔 시점이었다. 이후 MZ세대를 언급한 기사 건수는 4월 1263건, 5월 1523건, 6월 2075건, 7월 2251건으로 급증했다.

출생연도에 따라 세대를 분류하고 특성을 찾는 행위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특이한 점은 M세대와 Z세대는 ‘1+1’처럼 하나의 세대로 취급한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MZ세대 사이에서도 용어에 대한 회의적 시선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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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MZ세대 특성을 이야기하기에는 범위가 너무 넓다. 지난해 기준 MZ세대 범위는 16세부터 40세까지다. 10대부터 40대를 하나로 묶어 공통점을 찾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직장인 윤모(36)씨는 “가수 ‘서태지와 아이들’ 보고 자란 세대와 ‘에스파’(aespa) 노래를 듣는 세대를 어떻게 묶을 수 있냐’는 글을 봤다. 공감이 됐다”면서 “삼촌과 조카뻘이 공유하는 문화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기성세대가 그들만의 ‘MZ 세계관’을 만들어 낸다는 지적도 있다. 기존의 규범과 조금이라도 다르면 MZ세대 특성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짙다는 것이다. MZ세대를 자의적으로 규정하는 방식은 여러모로 편리하다. 이들의 사고와 행동을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되고, 갈등을 회피하는 핑계로 쓰이기도 한다. 

한 네티즌은 “MZ라는 단어를 하도 많이 듣다 보니 용어 자체에 거부감이 든다”면서 “기성세대의 편의성을 위해 만들어진 단어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오후 6시에 눈치 안 보고 퇴근하기, 연휴를 붙여 연차 길게 내기 등은 기성세대 사고방식과 맞지 않는다. ‘쟤네는 참 특이해’라는 생각으로 MZ세대를 규정하는 것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이수진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책임연구원은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대해 해석을 부여하는 과정에서 MZ세대라는 용어가 통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기업 입장에서는 MZ세대가 어느 정도 경제적 기반을 갖추면서 주 고객층이 됐다. 정치권은 젊은 세대와 기존 세대가 분명 다른 지점이 있고 이를 파악하고자 하는 노력이 부각되면서 담론화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MZ세대가 정확히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명확하지가 않아 일각에서는 ‘MZ세대가 실재하는 게 맞나’라는 목소리도 있다”고 밝혔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MZ세대는 사실 정체성이 애매하다. 20대와 30대가 각각 청소년기를 보낸 2000년대와 1990년대 한국은 완전 다른 나라다. 두 세대가 문화적으로 차이가 크다”면서 “그런데 이들을 어떤 고찰 없이 하나로 묶었다는 것은 기성세대의 편의성 때문이다. 이들 눈에는 모두 ‘젊은 사람들’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사회에서 ‘MZ세대는 이렇다’고 정의하고 20~30대에 동일한 사고방식과 취향을 강제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MZ세대 열풍은 하나의 여론몰이, 마케팅에 가깝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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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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