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혐오’ 공격에 사과·삭제 급급…“공공기관, 비합리적 주장 부추겨”

‘남성 혐오’ 공격에 사과·삭제 급급…“공공기관, 비합리적 주장 부추겨”

기사승인 2021-08-19 15:17:49
국민행동요령 황사·고농도 미세먼지.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이 남성 혐오를 이미지가 포함됐다는 주장이 제기된 홍보물을 서둘러 수정하거나 삭제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집게 손 모양’이 남성 혐오를 뜻한다는 논란이 벌어지기 전 제작된 홍보물이라도 예외가 아니다. 여성단체에서는 정부가 무분별한 억지 주장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국여성민우회는 18일 행정안전부를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페미니즘에 대한 왜곡된 통념을 확산시킨 행정안전부를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에서 한국여성민우회는 “일부 남성 집단은 홍보물에 집게 손 모양 이미지가 사용되었고 이 손 모양은 한국 남성 성기 크기를 조롱하는 의미라는 억지 주장을 펼치고 있다”면서 “이들은 집게 손가락이 등장하는 모든 홍보물을 찾아내 관련 정부 기관, 기업 등에 집단 항의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이어 행안부가 합리적 비판과 무분별하고 비합리적인 혐오를 구분하지 않고, 홍보물 삭제에 나섬으로써 억지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행정안전부의 숙고와 통찰 없는 기계적인 대응은 일부 남성 집단의 부적절한 행동을 부추기는 악순환적 결과를 낳았다”면서 “비합리적인 주장을 수용하고 사과할 것이 아니라 이와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책임감 있는 대응에 나서야 했다”고 짚었다.
한국여성민우회 SNS 캡처.

지난 6일 인천교통공사는 지하철 역사 내 스크린도어에 부착돼 있던 홍보물을 제거한다고 발표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인천 지하철 세이프도어 근황’(feat. 그 손 모양)글이 논란이 됐다. 스크린도어에 부착된 황사와 미세먼지 관련 생활수칙을 안내하는 홍보물에는 한 남성이 엄지와 검지 손가락을 집게 모양으로 벌린 채 과일을 닦거나 창문을 여는 이미지가 담겼다. 일부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손모양이 남성 성기 크기를 비하하며 조롱하는 의미로 사용하는 것과 모습이 비슷하다고 항의했다.

이 홍보물은 행안부가 제작했다. 지난 2017년 재난 상황 속 국민 행동 요령을 알리기 위해 만든 홍보물로 확인됐다. 행안부는 설명자료를 내 해명하고 사과했다. 행안부는 “‘국민행동요령’은 지난 2018년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이미지 형태로 제작해 관련 기관에 보급한 것”이라고 남성 혐오 논란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남성 혐오 논란을 불러온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하며 “해당 이미지는 즉시 수정해 배포했다”면서 앞선 해명과는 모순된 행보를 보였다.
전쟁기념관에서 낸 사과문. 

국립전쟁기념관 역시 과거에 만들어진 설치물에 남성 혐오 불똥이 튄 일이 있었다. 지난 6월 국립 전쟁기념관 무궁화 포토존에 그려진 집게 손가락 모양이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됐다. 전쟁기념관 측은 “무궁화 포토존은 지난 2013년에 설치됐다”는 해명과 동시에 무궁화 포토존을 철거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밖에도 경기도 평택시, 경북 포항시 역시 ‘폭염대비요령’, ‘코로나19 백신 예약 안내’ 홍보물에 같은 손모양을 사용했다가 비판을 받고 수정했다. 기업 중에서는 편의점 GS25, 무신사, 제너시스비비큐, 교촌치킨 등이 이와 비슷한 이미지를 사용했다 공개 사과했다.

영국 BBC는 지난 10일(현지시간) ‘2020 도쿄올림픽’ 양궁 3관왕 안산 선수를 둘러싼 숏컷 논란을 보도하며 GS25 포스터 사례를 언급, “기업의 공개적인 사과가 공격을 해온 일부 남성들을 더 대담하게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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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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