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언론사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는 이른바 ‘언론중재법’이 상임위 문턱을 넘었다. 야당은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졸속 입법’이라고 반발했으나, 여당이 강행 처리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19일 전체회의를 열고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개정안은 전체 16명 중 찬성 9명으로 가결됐다. 민주당 소속 위원 전원과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개정안은 허위·조작 뉴스에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기사 열람차단 청구권 도입 내용 등도 담았다. 법안이 상임위를 통과함에 따라 닷새동안의 숙려기간을 가진 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간다. 법사위를 통과할 경우, 이르면 25일 본회의에 상정될 전망이다.
개정안이 처리되기 전까지 여야는 팽팽히 맞섰다. 야당은 여당의 언론장악 시도라고 강하게 반대했다. 특히 전날 안건조정위원회에 야당 몫으로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선임되면서 국회법을 위반했다고 절차적 하자를 문제 삼았다.
국민의힘은 회의 시작 전부터 긴급 규탄시위를 열며 총력 저지에 나섰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 50여 명은 문체위 회의실 앞에 모여 ‘언론재갈! 언론탄압! 무엇이 두려운가!’, ‘언론말살! 언론장악! 민주당은 중단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문체위 야당 간사인 이달곤 국민의힘 의원은 “개정안이 조악하고 급조됐다. (안건조정위원 구성에도 여야 3대3) 합의가 되는 줄 알았는데 김의겸 의원에 관해선 문자도 오지 않고 지명이 일어났고 일방적으로 통과됐다”며 “저희들로선 들을 수 없는 불법적 의결사항”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최형두 의원은 “(가짜뉴스에 대한) 피해 구제를 만들어야 하는데 현실과 동떨어져서 단 하나 권력 비판하는 정통언론을 겨냥한 입법을 만든 거 아닌가”라며 “아무 근거도 없는 이야기로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모든 책임을 묻고 있다. 어떻게 입법을 한 차례 여론조사로 할 수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법안 심사과정에서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며 ‘시간끌기’에 나서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가짜뉴스 피해 구제를 위해서 법안 처리가 시급하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소속 도종환 문체위원장은 “(이달곤 간사가) 손에 종이를 들고 머릿속에 다 (대안이) 있다면서 소위, 상임위 회의 때는 한 번도 말을 안 했다”며 “그때 말을 해야 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유정주 의원은 “자신들이 지키겠단 언론의 자유를 위해 단 한 번도 대안과 수정안을 내지 않았단 것부터가 진실이고, 아이러니한 것”이라고 했다.
야당의 수정 요구를 받아들였다고도 했다. 여당 간사인 박정 의원은 “야당 의견, 언론계 의견을 다 수용한 것 자체를 상임위 우리 당내에서 결정해서 (야당 측에) 계속 제안하는데 답변을 안 줬지 않느냐”라며 “결론적으로 25일 (본회의에서) 우리가 방망이 든다는 소리를 한 적 없고, 언론을 장악해서 대선을 유리하게 하려는 의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오전 11시 45분에 개의한 회의는 2시간이 지나도 중재점을 찾지 못했다. 회의 도중 문체위 소속이 아닌 국민의힘 의원들의 항의도 이어졌다. 여당 의원들은 더는 진전된 논의가 없다며 표결을 요청했다.
도 위원장이 “의결하겠다”고 입을 떼자 야당 문체위원들과 회의장에 대기 중이던 국민의힘 의원들은 상임위원장석을 에워싸고 강하게 반발했다. “여기가 북한인가”, “공산당에서 하는 일”, “민주당에 유리한 국회법만 가져다 쓴다” 등 고성이 이어졌다.
문체위 산회 직후 국민의힘 의원들은 “최하품질의 악법이 통과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달곤 의원은 “급조되고 조악한 조항이 많으며 절차도 불법적”이라며 “표결 절차도 불법적이었다. 많은 야당 의원들이 앉아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당 의원들을 기립시켰다. 열린우리당 김의겸 의원이 제일 먼저 기립했다. 우리는 기립을 요구하는지, 거수를 요구하는지도 듣지 못했는데 일시적으로 기립했다. 교조주의적 행태”라고 비난했다.
최형두 의원도 “오늘 민주당이 국회의 법적 절차를 무너뜨리고 의결을 강행했지만, 끝이 아니다”며 “기본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언론에 적용하는 국가는 없다. 모든 세계 언론들이 걱정하고 있다. 벌써부터 개정안의 위헌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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