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한국 정부 도왔단 이유로 ‘반역자’ 간주…나 몰라라 말아야”

“탈레반, 한국 정부 도왔단 이유로 ‘반역자’ 간주…나 몰라라 말아야”

기사승인 2021-08-20 12:53:59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열린 '아프가니스탄 난민 보호책 마련과 평화 정착 촉구 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태호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한국 정부에 협력했던 아프가니스탄 현지인을 비롯해 난민 보호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20일 참여연대 등 106개 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아프가니스탄 난민 보호책 마련과 평화 정착을 촉구하는 한국 시민사회단체’는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외교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단체는 정부에 아프간 지방재건팀에서 종사한 현지 조력자들과 그 가족의 상황을 파악하고 비자 부여, 해외 도피를 돕는 등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영국, 호주 등 선진국들은 이미 현지 조력자들을 피신시키는 등 노력에 착수했다고도 밝혔다.

단체들은 한국도 아프간에서 미국이 벌인 대테러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군대를 파견해 이번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고 밝혔다. 한국은 현지 안정화와 재건을 명목으로 2002년 동의·다산부대, 2010년 지방재건팀과 오쉬노 부대 등 군대와 함께 공적개발원조(ODA) 약 10억달러(1조1700억원)을 지원했다는 설명이다.
아프가니스탄 라그만 지방의 탈레반 대원들. AFP=연합뉴스

이태호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은 “50년 전쟁으로 고통받는 아프간 민중 위해 지금이야말로 한국 정부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군대를 뺐다고 아무런 책임 없다고 나몰라라 하는 어떠한 외교적, 인도적 노력 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며 “우리와 협력했던 사람을 보호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 정부에 협조했던 현지 의료인, 통역사 등 조력자들이 극심한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한국 정부를 도운 현지 근무자들은 ‘반역자’로 간주돼 살해당하는 등 실질적 박해에 노출돼있다”고 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지난 2010년부터 4년 동안 운영한 지방재건팀은 현지 무장세력으로부터 공격을 받은 적도 있고 기지가 로켓 공격을 당하기도 했다. 또 지난 2012년에는 한국 병원에서 일하던 물리치료사가 괴한 습격을 받아 사망하기도 했다. 

유정길 전 한국 JTS 아프가니스탄 카불지원팀장은 “탈레반에게 한국 정부를 위해 일했다는 것은 곧 미국 지원 세력이라는 뜻이다. 과거 함께 일했던 조력자와 그 가족은 극도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제가 만났던 5, 6살의 꼬마들은 지금 20살의 청년이 됐는데 탈레반에 징발될 가능성이 있어 떨고 있다”면서 “외교부, 아프간 한국 대사관, 코이카 등에 이들을 도울 수 있도록 수차례 호소문을 보냈지만 아무런 답장을 받지 못했다. 한국 사람을 도왔다는 이유 때문에 탈레반으로부터 박해 받지 않도록, 안전하게 피신할수있도록 도와달라”고 강조했다.

시민단체는 이날 외교부에 ▲아프간 내 한국 정부 및 한국 기관에서 일했던 현지인 근무자와 그들 가족의 현황 ▲이들 중 위험한 상황에 처한 경우 현재까지 취한 보호 조치 ▲이들에 대한 보호 대책 및 향후 계획을 묻는 질의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7일에도 공익법센터 어필 등 28개 단체로 구성된 난민인권네트워크가 한국 기관을 도왔다가 위험에 빠진 아프간 난민에 대해 피난 조력과 국내 난민에 대한 송환 중지 등 대책을 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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