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發 대출 중단, 정부 냉온탕 정책에 소비자 ‘불똥’

농협發 대출 중단, 정부 냉온탕 정책에 소비자 ‘불똥’

기사승인 2021-08-24 06:14:01
사진=연합뉴스 제공
[쿠키뉴스] 유수환 기자 = NH농협은행을 시작으로 우리은행·SC제일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신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상품 판매를 한시적으로 중단한 것에 대해 소비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기존 시중은행 외에도 농협중앙회 산하 상호금융사인 전국 지역농협이 비조합원에 대한 신규 대출을 중단할 예정이다. 저축은행도 은행처럼 신용대출 한도를 대출자의 연소득 이내로 제한한다.

금융당국이 급격히 늘어난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대출 규제를 나선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논란에 대해 “타 은행권으로 대출 규제가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고 해명했으나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특히 일부 시중은행의 대출 상품 판매가 막혀버림에 따라 타 은행으로 ‘쏠림현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수요가 몰리게 되면 결국 업무 과다로 인해 심사 진행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발(發) 신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중단으로 인해 금융소비자의 혼란은 확산되고 있다. A시중은행 관계자는 “실제 농협은행과 우리은행 등이 신규 주담대를 한시적으로 중단하자 나머지 은행도 대출을 중단하는지 묻는 고객들이 크게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에서도 타 은행도 대출을 중단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활동하는 A씨는 “당장 이사 때문에 전세자금대출이 필요한데 갑자기 대출 규제 소식이 들려 당황스럽다”며 “자칫 농협과 우리은행 뿐만 아니라 다른 은행도 대출을 중단할 것 같아 걱정”이라는 글을 올렸다. 금융소비자들이 이 같은 우려는 일종의 ‘학습효과’에서 비롯됐다. 

실제 금융당국은 10년 전에도 가계부채 관리와 집값 안정화를 목적으로 은행권 대출을 규제한 바 있다.  지난 2006년 11월 금융당국은 집값 안정화를 위해 대출 총량 규제에 들어갔고, 은행권은 주담대를 한시적으로 중단한 바 있다. 2011년에도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다수의 은행들이 한시적으로 주택담보대출, 모기지론, 주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을 전면 중단한 바 있다. 

금융사들의 연쇄적인 대출 중단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가계부채 확산을 조절하기 위한 당국의 조치로 볼 수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취임 이전부터 “금융위원장에 임명된다면 가계부채 안정을 위한 모든 조치를 강력하고 빠르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어 정은보 신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6일 취임식에서 “대출 부실과 자산의 가격조정 등 다양한 리스크가 일시에 몰려오는 '퍼펙트 스톰'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KB국민·신한·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은 주담대 상품 판매를 중단할 계획은 없다고 말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올해 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7월 말 기준)은 7%가 넘은 상태다. 타행 보다 증가폭은 큰 상황”이라며 “일부 은행에서 중단했다고 해서 곧바로 타 은행까지 전이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시중은행 가운데 하나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4.2%,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각각 2.9%, 신한은행은 2.1%다.

다만 일부 금융사의 대출 중단으로 인해 수요자 쏠림 현상(풍선효과)이 발생할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농협과 우리은행 등이 대출을 규제해 버리면 그 수요가 다른 은행으로 몰릴 수 있다. 때문에 심사 기간이 예정 보다 더 늦어질 수 도 있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금융당국은 수습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농협과 우리은행의 대출 중단이 타 은행으로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는 정부의 냉온탕을 오가는 부동산 정책이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규제와 완화를 반복해 왔던 것”이라며 “애초 서민들의 주거완화를 위해 전세자금대출 완화 정책을 시행했으나 오히려 갭투자만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shwan9@kukinews.com
유수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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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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