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부친의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대선 예비후보 사퇴와 국회의원직을 내려놓은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다시 기자회견장에 나섰다. 여권을 중심으로 제기된 투기 관여 의혹을 반박하기 위해서다.
윤 의원은 27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여권의 의혹 제기가 ‘도를 넘었다’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4분가량의 발언에서 윤 의원은 관련 의혹을 제기한 여권 인사들을 향해 강한 분노를 표출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캠프를 겨눴다.
윤 의원은 분노를 참는 듯 강한 어조로 민주당 김성환 민주당 원내수석, 우원식, 김용민, 김남국, 김영배, 전재수, 장경태, 양이원영, 신현영, 민형배, 한준호 의원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했다.
이어 “철저한 조사 끝에 어떤 혐의도 없다고 밝혀지면, 낄낄거리며 거짓 음해를 작당한 민주당 정치인들 모두 의원직 사퇴하라”라며 “이렇게 심각한 범죄 혐의를 아무렇게나 막 던지는 게 정치인인가. 무슨 염치로 정치를 하려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재명 캠프 인사인 우원식(선거대책위원장)·김남국(수행실장) 의원과 남영희 대변인을 재차 거론하며 캠프 책임론을 꺼내 들었다. 윤 의원은 “이들이 음해에 가장 앞장선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며 “이재명 캠프 자체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앉아 더러운 음모나 꾸미는 캠프라는 것”이라고 분노를 터뜨렸다.
또 “이 모의의 꼭대기엔 누가 있는가”라며 “캠프의 우두머리 이재명 후보다. 제가 무혐의로 결론 나면, 이재명 후보 당신도 당장 사퇴하고 정치를 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엔 민주당을 향해 사퇴 표결을 압박했다. 윤 의원은 “이틀 동안 사퇴 쇼를 비난하는 목소리를 굉장히 많이 들었다”며 “사퇴 쇼를 한다고 비난하시는 분들이 왜 부결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사퇴 쇼가 아니게 만들어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한편 기자회견 과정에서 윤 의원을 부친의 자필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감정이 벅차올라 발언 중간중간 멈칫하는 순간도 있었다.
윤 의원은 깊은 한숨을 쉬며 부친 윤홍 씨의 편지를 읽어내렸다. “출가외인인 딸자식에게 이렇게 큰 상처를 주게 돼 애비된 마음이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진다”, “딸자식이 못난 애비 때문에 숱한 모욕을 겪으면서도 자식 된 도리를 다하려고 하는데 애비된 자가 어찌 애비된 도리를 다하지 않을 수 있는가”, “문제가 된 농지는 매각이 되는 대로 그 이익을 전부 사회에 환원하겠다” 등의 편지 내용이 윤 의원의 입을 통해 전해졌다.
편지를 읽은 뒤 윤 의원은 “저는 살날이 얼마 안 남으신 저희 아버님께서 어떤 마음으로 이 편지를 쓰셨을지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울먹였다.
그러면서도 “저희 아버님에게 농지법과 주민등록법 위반 의혹이 있으며, 투기 의혹으로 비칠 여지가 있다는 점을 변명하지 않는다. 아버님은 성실히 조사를 받고 그 결과에 따라 적법한 책임을 지실 것이며, 저는 어떤 법적 처분이 있든 그 옆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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