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시중은행 가운데 핀테크 기업에 투자한 곳은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이다. 이 가운데 하나은행은 토스의 자회사 토스뱅크에 지분 10%를 출자했다. 토스뱅크의 모회사 토스는 현재 가장 많은 이용자수를 보유한 금융플랫폼으로 미래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다만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강화와 금융소비자보호법 도입 이후 대출 및 금융상품 규제가 강화되는 것은 이들 기업의 사업에 ‘변수’가 될 수 있다.
◇ KB국민은행, 카카오뱅크 투자로 상반기에만 수천억 평가이익
카카오뱅크가 증권업계의 일부 우려에도 불구하고 상장 이후에도 주가가 급등했고, 지분투자했던 투자자들의 수익도 크게 늘어났다.
이 가운데 카카오뱅크에 대한 지분 9.30%를 보유한 KB국민은행은 올해 상반기(1~6월 기준)에만 약 3047억8300만원의 평가이익을 냈다. 이 같은 지표도 상장 이전 평가이익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현재 수익은 상반기 기준을 훨씬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이달 6일 종가기준 7만7400원으로 코스피 시장에서 시가총액 11위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우정사업본부 등 기관들의 블록딜로 인해 최근 주가가 크게 떨어했졌고, 추가적인 주가 하락도 예상된다.
하나금융투자 최정욱 연구원은 “넷마블에 이어 우정사업부까지 블록딜에 나서면서 카카오뱅크 수급 악화 우려 확산되고 있다”며 “카카오뱅크 기존 주주 가운데 추가 매각 가능 규모는 약 11.4%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추가 매각가능 주주는 이베이코리아 3.2%, 서울보증보험 3.2%, 스카이블루럭셔리인베스트먼트(텐센트 자회사) 1.6%, 예스24 1.2%, 아르고펀드 0.4%, 우정사업부 잔여 물량 0.3%, 기타 1.5% 등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다만 KB국민은행은 6개월 간 의무보호예수기간이 있기에 당분간 엑시트(차익 후 매각)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하나금융, 토스뱅크 투자 주목…우리은행 케이뱅크 투자수익 가능성은
하나금융지주가 지분투자한 토스뱅크의 성장도 주목해 볼만하다. 토스뱅크의 지배주주인 비바리퍼블리카(토스)는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은 가입자 수를 보유한 금융플랫폼이다. 토스는 간편송금 사업서비스로 시작해 토스증권, 토스뱅크 등 비즈니스를 확장했다. 토스의 전체 가입자 수는 2000만명으로 카카오뱅크를 능가한다. 특히 MZ세대로 불리는 10~20대 사용 비중이 높은 만큼 성장성도 높다.
비바리퍼블리카는 토스뱅크에 대한 지분율을 60.8%에서 34%로 낮추고 하나은행, 한화투자증권,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고, SC제일은행(6.7%), 웰컴저측은행(5%)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했다.
금융플랫폼으로 자리잡은 토스는 오는 9월 토스뱅크를 공식출범한다. 토스뱅크는 정식 출범 이후 별도의 앱을 만들지 않고 기존의 토스 플랫폼을 활용하기로 했다. 토스의 이 같은 접근성은 카카오뱅크 보다 낫다는 평가다. 카카오뱅크도 카카오라는 플랫폼 기능이 있지만 별도의 앱 설치를 해야 한다. 기존 토스 앱 사용자를 은행 고객으로 잡겠다는 구상이다.
대출업도 중금리 대출 중심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토스뱅크는 금융당국에 영업 첫해부터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을 30% 이상으로 설정하고 40%를 웃도는 수준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변수는 현재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와 올해 초 도입된 금융소비자보호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의 경우 금융당국이 핀테크 육성이라는 명목으로 규제를 완화해왔다”며 “하지만 현재 토스뱅크는 카카오와 달리 금융환경이 달라졌다. 특히 정부가 가계대출 등 리스크관리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카카오뱅크와 달리 다소 쉽지 않은 환경이 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금리 소비자를 고객으로 할 경우 발생하는 리스크도 감당해야 한다. 카카오뱅크도 중금리 대출 활성화라는 인터넷은행 도입 취지와 무색하게 신용등급 1~4등급의 고신용 대출에 비중이 쏠린 상황이다. 중금리대출이란 신용점수 하위 50% 대출자(옛 신용등급 기준 4등급 이하)에게 공급되는 대출을 의미한다.
키움증권 서영수 연구원도 “인터넷은행이 올해 앞다퉈 중저신용자 대상으로 대출 상품을 준비한다고 계획하고 있지만, 금소법 시행이 중요한 변곡점이 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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