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안해서합니다] 도시에만 살아 본 기자, 귀촌 체험해봤습니다

[아무도안해서합니다] 도시에만 살아 본 기자, 귀촌 체험해봤습니다

기사승인 2021-09-08 06:05:01
귀촌체험을 위해 찾은 강원 횡성군 산채마을. 밭에서 감자를 캐고 있다. 

[쿠키뉴스] 정윤영 인턴기자= 오전 6시, 지하철을 탔지만 자리가 나지 않아 오늘도 서서 출근합니다. 손잡이에 기대 창문에 비친 모습을 바라봅니다. 어느 때보다 지친 얼굴. 쳇바퀴처럼 빠르게 굴러가는 도시 생활에 기자는 일상을 벗어나 귀촌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티지 코어’, 시골 작은 집을 의미하는 ‘Cottage’와 신조를 뜻하는 ‘Core’가 합쳐진 말로, 농가의 생활과 스타일을 추구하는 가치관입니다. 일상에 답답함을 느낀 젊은이들이 여유로운 전원생활을 동경하며 등장한 개념입니다. 거리에는 나무, 라탄(식물의 나무줄기에서 채취한 가볍고 매우 거친 섬유) 등 자연을 담은 소재로 만든 제품이 눈에 띕니다. 자수, 뜨개질, 도자기 등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취미를 가진 사람도 많아졌습니다. 실제 귀촌 생활은 어떨까. 작은 시골 마을에서 체험을 해봤습니다.

청태산과 태기산 사이에 있는 강원 횡성군 산채마을. 작은 개울에서 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퍼지고, 우거진 나무가 큰 그늘을 만드는 산골입니다. 이곳에서는 귀농귀촌종합센터의 도움을 받아 현재 다섯 가구가 귀촌 체험을 하고 있습니다. 

산채마을 텃밭에서 방울토마토를 따고 있다. 가지, 호박, 풋고추 등이 열려있다.
이날은 마을 사람이 모여 감자를 캤습니다. 기자도 토시와 장갑, 장화를 착용하고 밭일에 투입됐습니다. 농기계가 지나가면 땅 깊숙이 숨어있던 감자가 나옵니다. 갓 캔 감자를 바구니에 주워 담습니다. 뜻하지 않게 지렁이와 무당벌레를 만나기도 했습니다. 감자를 골라내는 작업에 들어갑니다. 크기가 작거나 벌레 먹은 감자는 버려야 합니다. 이후 바구니에 가득 찬 감자를 큰 자루에 옮겨 담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다리에 쥐가 나기 시작합니다. 계속 바닥에 앉아 있다 보니 허리에도 통증이 생겼습니다. 감자밭에서 일한 지 두 시간째, 옷은 물론 마스크에도 흙이 가득했습니다. 

허리를 펼 새도 없이, 텃밭으로 이동했습니다. 방울토마토, 풋고추, 깻잎, 가지, 늙은 오이, 상추, 호박 등이 가득합니다. 겨울 김장에 쓰일 배추에 벌레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빨갛게 익은 풋고추와 방울토마토도 땁니다. 수확 시기를 놓치면 열매가 갈라지고, 먹을 수 없게 됩니다. 방울토마토 하나에도 농부의 끊임없는 눈길과 손길이 필요합니다. 
수확해 온 농작물로 감자채전을 만들기 위해 감자를 씻고 있다. 

농사일에 지쳐 더는 버틸 수 없습니다. 허기진 상태로 집에 돌아오니 아침에 캔 감자가 눈에 띄었습니다. 오늘은 감자요리를 해 봐야겠습니다. 채를 썰고, 대충 푼 밀가루와 함께 버무려 감자채 전을 만들었습니다. 수확부터 요리까지. 영화 ‘리틀 포레스트’ 주인공이 된 듯했지만, 매 끼니를 직접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점심을 먹고, 여유를 즐기기 위해 산책을 갔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논밭에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산책 중에 만난 이라고는 옆집 진돗개뿐. 고요하지만, 따분합니다. 문득 외롭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밭일하느라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남은 시간은 뜨개질을 하며 보냈습니다. 생각보다 시간은 잘 가지 않았습니다. 

산책 중에 만난 진돗개. 경계하는 눈빛이 가득하다.

하루를 되돌아봤습니다. 시골은 무료합니다. 밭일은 힘듭니다. 반복하는 일상은 이곳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도 농작물 수확부터 끼니 마련까지 자연이 주는 선물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 수 있습니다. 고된 노동 이후에 새참과 막걸리를 건네는 이웃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 여유로운 시간만큼 온전히 나를 생각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하루 체험으로 모든 걸 단정 지을 수 없지만, 도시에만 살아본 기자에게 귀촌 생활은 어려웠습니다. 평화롭고, 한가한 생활만을 꿈 꾼다면 고된 하루에 실망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돌아오는 길 두 손 가득한 방울토마토가 주는 행복은 확실했습니다. 

박시온 PD


yuniejung@kukinews.com

영상 제작=박시온 PD. parksherlock221@kukinews.com
정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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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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