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훼손하면 압수수색”…‘제2 강윤성’ 막을 수 있나

“전자발찌 훼손하면 압수수색”…‘제2 강윤성’ 막을 수 있나

법무부, 전자발찌 훼손 땐 주거지 압수수색 추진

기사승인 2021-09-07 16:17:05
전자발찌 훼손 전후로 여성 2명 살해 혐의를 받는 강윤성이 7일 오전 송파경찰서에서 이송되고 있다. 송파경찰서는 이날 강씨를 서울동부지검에 송치했다. 연합뉴스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법무부가 ‘강윤성 사건’을 계기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훼손하면 주거지를 압수수색 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전자발찌 훼손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 받는 전과 14범 강윤성(56)이 살인, 강도살인, 살인예비 등 6개 혐의로 7일 서울동부지검에 송치됐다. 강씨는 이날 오전 서울 송파경찰서 정문 앞에 설치된 포토라인에서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관계가 다르게 보도된 것이 많았다”면서 “성관계를 거부해 살해한 게 아니라 금전적 문제로 범행했다”고 덧붙였다.

강씨 외에도 최근 전자발찌 부착자와 관련한 사건 사고가 잇따랐다. 지난 3일 서울 중랑구에서 전자발찌를 착용한 채로 길거리를 지나던 여성에게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한 50대 남성도 이날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이 남성은 성범죄 이력 등 전과 15범으로 전자발찌 착용한 상태였다. 전남 장흥에서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난 성범죄 전과자 마창진(50)은 도주 16일째만인 전날 경찰에 검거됐다. 마씨는 과거 청소년을 상습 성폭행한 혐의로 5년간 복역한 뒤 지난 2016년 출소했다. 7년 동안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받았다. 마씨는 전자발찌를 착용한 상태에서도 지난 6월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강씨 사건 이후 사법당국의 초기대응이 미흡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경찰은 지난달 27일 오후 5시38분 법무부 산하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에서 강씨 도주 사실을 통보 받은 뒤 오후 6시5분, 8시5분, 10시 등 총 세 차례 송파구 강씨 집을 방문했지만 안으로 진입하지 못했다. 이때는 이미 첫번째 희생자 시신이 집 안에 있던 상태였다. 강씨는 이어 경찰에 자수하기 전 2번째 피해 여성을 살해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가운데)과 윤웅장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왼쪽), 유병철 법무부 교정본부장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의정관에서 열린 '전자 감독대상자 훼손·재범사건 관련 대책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체포영장이 발부되지 않아 집에 강제로 들어갈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은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현장 경찰관들이 강씨 주거지를 당일 3번, 다음날 2번 총 5번 방문했지만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법적, 제도적 한계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강씨에 대한 체포영장은 도주 20시간 뒤인 지난달 28일 오후 2시쯤 관할 법원에 접수됐다. 서울동부지법은 31일 “도주 우려가 있다”면서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이에 법무부는 전자발찌 훼손 사건이 발생할 경우 대상자 주거지를 즉시 압수수색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안을 내놨다. 지난 3일 법무부는 보호관찰소 내 신속수사팀을 설치하고 현재 전자장치 착용자를 지도·감독하는 전담직원을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금은 전담직원 1명이 17.3명의 전자발찌 착용자를 관리하고 있다. 아울러 전자발찌 착용자 정보를 경찰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 개선, 성범죄자 심리치료와 재범 위험성 평가도 확대할 방침을 전했다.

김대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패경제범죄연구실장은 “사전영장주의가 원칙이지만 현행범이나 긴급성,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신병확보나 압수수색한 뒤 사후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면서 “법무부 발표 내용 역시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영장을 사후에 청구할 수 있게 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전자발찌 손괴한 자의 주거지 진입과 압수수색은 별개의 문제”라면서 “범죄혐의가 구체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압수수색을 하는 것은 적법절차 원칙 위배 소지가 있다. 증거 인멸, 은닉 등 범죄 혐의가 구체적이고 긴급성과 필요성이 소명돼야지만 압수수색을 실시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한 입증이 쉽지 않다. 현장에서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연구실장은 “지난 6월부터 보호관찰소 공무원들에게 전자장치 착용자를 직접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됐지만 아직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서 “보호관찰소 공무원들에게 일반 경찰만큼 권한을 폭넓게 주는 것이 보다 효과적 대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긴급 상황에서 경찰관이 범죄예방을 위해 활동하다 발생한 신체적, 재산적 피해에 대한 책임을 감경 또는 면해주는 제도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됐다. 염건령 한국범죄학연구소 소장은 “경찰관 직무집행법상 면책규정 조항 신설이 필요하다”면서 “주거지 진입 과정에서 기물파손이 발생하면 이를 원상복구 하기 위한 예산도 경찰에서 따로 책정하는 등의 후속 조치도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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