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의사를 만나다] “각질 때문에 남 눈치만…'건선'인 줄 몰랐다”

[환자, 의사를 만나다] “각질 때문에 남 눈치만…'건선'인 줄 몰랐다”

생물학적제제 치료 후 일상생활 가능해져

기사승인 2021-09-11 06:50:01
정보영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피부과 교수는 “이제는 환자들이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한 시대가 됐다. 하지만 많은 중증 환자들은 산정특례가 적용돼야 생물학적제제 치료에 엄두를 내는 것 같다”고 전했다.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5년 전 A씨(40‧남)가 정보영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피부과 교수를 만났을 땐 치료를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건선 증상이 악화된 상태였다. 병원에서 조직 검사를 통해 진단받기 전까진 자신이 ‘건선’을 앓고 있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다행히 생물학적 제제가 잘 맞아서 빠르게 호전됐고, 현재 일상생활을 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 A씨는 “이전에는 여름철에도 반팔, 반바지를 마음대로 못 입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들에 제약이 없어졌다. 남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건선은 면역체계 이상이 원인으로 알려진 면역 매개 염증성질환이다. 단순 피부질환으로 인식되기 쉽지만, 방치할 경우 염증이 전신 곳곳에 퍼지면서 피부 증상뿐 아니라 다양한 이상을 일으킨다. 특히 건선은 겉으로 보이는 피부 병변으로 인한 환자들의 정신적 고통도 상당한 질환이다. 홍반과 인설이 동시에 나타나는 병변이 겉으로 드러나고, 활동할 때마다 하얀 각질들이 떨어져서 일반 사람들로부터 불편한 시선을 받기 십상이다. 특히 건선 병변이 몸 전체 10% 이상을 덮는 중증 건선 환자들의 경우, 누구보다 위생 관리에 철저함에도 불구하고 씻지 않고 다니는 비위생적인 사람으로 비춰지거나 전염될 것 같다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문제는 건선을 단순한 피부질환으로 여겨 이를 방치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을 시도하다가 증상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점이다. A씨 또한 경구 스테로이드제제를 오랫동안 복용하다가 갑자기 중단해 발생하는 ‘전신농포건선’이 나타나 지금 병원에 내원한 케이스다. A씨는 “처음엔 양쪽 팔꿈치 부분에 빨갛게 발진이 일어났었다. 그래서 내과도 가보고, 피부과도 가보고 했지만 건선으로 진단받지 못하고 스트레스성 발진과 같은 일시적인 증상으로 연고제 처방을 받았다”며 “하지만 나아지지 않다 보니 더 강한 스테로이드 약을 사용하게 됐고 그러면서 더욱 증상이 악화됐다. 발진이 온몸으로 빠르게 번지면서 지금 병원에 오게 됐고, 이곳에서 건선으로 진단받게 됐다. 2~3곳의 피부과를 거치고 한의원을 가보기도 하다가 비로소 제대로 건선 치료를 시작하게 된 것”이라고 회상했다. 

그는 “초기에는 건선이라는 질환인지 잘 모르다 보니 인터넷에 검색도 해보고 비듬에 좋다는 샴푸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그랬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큰 도움은 안 됐다”며 “인터넷으로 알 수 있는 것들도 한계가 있고 대략 ‘이런 질환일 수 있겠구나’ 하는 것이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고 부연했다. 

정 교수는 “A씨의 경우 처음에는 면역억제제 치료로 어느 정도 호전됐지만 그 이후 약물치료, 단파장 자외선B 치료 등의 치료법을 돌아가며 시도했음에도 중증 건선에 속하는 중증도를 보였다. 뿐만 아니라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손톱 건선도 동반되는 등 건선이 잘 조절되지 않았다”며 “이에 생물학적제제를 투여하기 시작했고, 현재까지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는 완전히 깨끗한 피부(PASI100)에 거의 가까운 정도로 피부 개선 효과가 매우 잘 유지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가 처음 내원했을 당시 너무 심한 증상으로 힘들어하면서 치료를 포기할까도 생각했다고 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생물학적제제 치료 이후에는 너무 효과적으로 조절되고 있어서 최근에는 오랫동안 말을 나눌 일도 없이 인사만 하고 가신다”라고 말했다. 

생물학적제제는 건선을 유발하는 매개 물질을 차단해 증상을 완화시키는 치료법이다. 투약 편의성 또한 개선돼 치료제에 따라 연 4~12회 병원 방문으로 치료 유지가 가능해졌다. 중증 환자라도 완전히 깨끗한 피부로 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정 교수는 “생물학적제제는 건선 발병에 연관된 면역 세포에 직접적으로 작용해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가능하게 하는 치료법이다. 이제는 환자들이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한 시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 생물학적제제 가격은 연간 950만원~1500만원 선이다. 보험급여가 적용돼도 최대 900만원 이상 부담해야 한다. 다행히 중증 건선의 경우 산정특례가 적용되지만, 피부과 전문의로부터 중증 건선으로 진단받아 3개월간의 전신 약물 요법과 3개월간의 광선 요법 등 두 종류의 전신 치료를 모두 받았음에도 체표면적 10%이상, PASI 점수 10점이상의 임상소견을 보여야 한다. 이 경우 본인부담률 10%로 고가의 생물학적제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정 교수는 “산정특례가 적용되면 치료제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1년에 최소 100만원 미만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어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많이 줄일 수 있다. 많은 중증 환자들은 산정특례가 적용돼야 생물학적제제 치료에 엄두를 내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A씨도 현재 산정특례를 혜택을 받고 있다. 그는 “산정특례를 받기까지 시간이 꽤 오래 걸리고 과정도 많다. 자외선 치료나 광선 치료 등 단계적인 치료들을 다 받아야 하고, 이 치료들을 꾸준히 받은 상태에서 증상이 호전되지 않은 경우에만 산정특례를 적용 받을 수 있으니 지방에 있는 환자들은 이런 치료 과정을 거치기 어려울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내가 산정특례 적용을 받지 못했더라도 생물학적제제를 고려했을 것 같다. 이제 남 눈치 볼 필요도 없이 일반 사람들처럼 사회생활을 하고 있고, 바깥 활동을 편하게 할 수 있어 너무 만족스럽다”고 했다. 

그는 “나처럼 전신에 증상이 빠르게 나타나지 않으면 건선인지도 모르고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환자들은 증상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고, 인터넷에 올라온 정보들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증상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병원을 찾아가 진단 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건선으로 진단 받는다면 생물학적제제나 다른 치료제들을 투여하며 본인이게 맞는 치료법을 찾으면 좋을 것 같다. 산정특례처럼 치료비 부담을 덜 수 있는 제도를 활용하면 도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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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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