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감정노동이 심한 곳이지만 여타 정신건강 증진 시설들에 비해 정신과 의사 자문인력이 없습니다. 심지어 상담을 줄을 세워 평가하기도 합니다. 인사 멘트에 1점 부여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심리상담은 신입 상담사 1~2회, 기존상담사 2회에 그쳤습니다. 결국 몇몇 분들은 개인적으로 정신과를 찾아 치료받고 있습니다.”
과거 자살예방 상담 업무를 담당했던 A씨는 1393팀에서 인력난이 지속되고 있는 배경에 대해 이같이 토로했다. 그는 “한 신입 상담사는 채용공고 내용과 다른 임금, 교육환경 처우 때문에 시용기간 중 도망치듯 그만두었다. 비슷한 경력을 요하는 사회복지시설, 정신건강 상담 관련 공무직과 비교해도 기본급, 각종 수당 등 처우가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퇴사자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고 최종 합격을 한 사람이 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1393 인력 평균 근무기간 1년2개월…퇴사율 높아
자살예방 상담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1393’이 구인난에 빠졌다. 강도 높은 감정노동에도 낮은 임금과 열악한 처우로 인해 인력이 충원되지 못하고 퇴사율만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19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1393 상담건수가 급증하자 26명으로 시작한 인력을 금년 57명까지 확충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충원된 인력은 10명뿐이다.
반면 퇴사자는 매년 발생하고 있다. 연도별 퇴사자는 2019년 11명, 2020년 6명, 올해 8월까지 6명 발생했다. 이에 현재 근무하고 있는 상담사들의 평균 근무기간은 1년 2개월에 불과하다.
서일환 보건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장은 “공고를 계속 내고 있지만 인력 충원이 잘 안 되고 있다. 급여, 처우 등의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도 상담하시는 분들의 근무기간이 짧고 지원하는 분들도 적다”면서 “기준에 미달해 탈락하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그러나 A씨는 채용 기준과 합격의 문턱이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입사공고를 보면, 사회복지사, 청소년상담사, 정신건강전문요원, 상담 및 심리계열 상담전공진, 공공기관 콜센터 1년이상인 경우 우대사항이다. 필수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각 지역별 자살예방센터, 정신건강센터 혹은 무기계약 공무직과 비교해도 채용 기준이 높지 않다. 사람이 뽑히지 않으니 37명을 한꺼번에 뽑겠다하는 공고도 올라왔다. 합격의 문턱이 높지 않다”고 꼬집었다.
◇보호받지 못하는 상담원들
1393 상담 인력들은 ‘자살’이라는 주제로 내담자들과 소통해야 하기 때문에 심적 부담이 큰 상황이지만 정작 이들의 정신건강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A씨는 “자살예방 상담을 하다보면 자살을 생각하는 이들의 마음을 설득해야 한다. 주제 자체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에 전화가 걸려오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히고, 상담이 종료된 후에도 감정에 빠져 나오기 힘이 들 때가 있다”며 “일부 이용자들은 익명성 보장 시스템을 악용해 욕설, 성희롱, 협박, 모욕, 조롱 등을 하는 경우가 있다. 4조 3교대라는 교대순환 속에서 여러 위기상황의 상담을 하다 보니 상담사들도 신체적, 정신적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담원들의 처우는 자원봉사자들보다 못하다고 A씨는 지적했다.
그는 “복지부는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 1393 자원봉사센터 체계를 만들고 자원봉사자들도 상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393에 전화 거신 분들은 자원봉사자나 1393 상담사를 통해 상담을 받게 되는 것”이라면서도 “자원봉사자들은 1393상담사보다 높은 시급을 받고 유급봉사를 하고 있다. 전문성을 갖고 상담을 해온 상담사들에겐 비교되는 처우”라고 질타했다.
장기 경력자의 부재는 상담질 하락과도 연관되기 때문에 전문성을 갖춘 상담 인력들이 지속적으로 상담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A씨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자살예방 상담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상담건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신호”라며 “그렇기 때문에 상담사들에게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즉각적으로 대응 할 수 있는 전문성이 필요하다. 객관적 평가와 상담의 감은 절대 무시될 수 없다. 상담사들이 지속적으로 상담 할 수 있는 환경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서 과장은 “상담사들의 급여수준이 높지 않고 심적으로도 많이 힘들어 해서 처우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예산확보를 위해 관계부처와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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