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제목인 ‘액트:보이’(ACT:BOY)는 ‘꿈의 장’ ‘혼돈의 장’ 시리즈를 마친 투바투가 새로운 막(ACT)을 연다는 의미로 지었다. 데뷔곡 ‘어느 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로 공연을 연 다섯 멤버들은 2시간30여분 동안 25곡을 라이브로 부르며 팬들과 교감했다. 그간 발매한 정규음반 두 장과 미니음반 세 장에 실린 곡들을 골고루 배치해 투바투 세계관 속 소년의 성장서사를 보여줬다. 꿈을 마주한 소년의 설렘과 세계와의 대립에서 오는 혼돈을 음악과 퍼포먼스, 무대 연출로 표현했다.
2019년 3월 데뷔해 미국 빌보드 메인 음반 차트에도 여러 번 올랐을 만큼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투바투가 단독 공연을 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사정은 있었다. 범규는 “(오프라인에서) 만나서 공연하고 싶어 (공연 일정을) 미루고 미뤘다”고 말했다. 아쉬움을 만회하려는 노력이었을까. 멤버들은 숨을 고르거나 땀을 식힐 겨를도 없이 춤추고 노래했다. ‘아워 서머’(Our Summer)를 부르면서는 응원봉이 빼곡한 객석에 내려와 ‘늘 같은 자리에서’ ‘찬란하게’ ‘영원히 함께야’ 등의 문구가 적힌 슬로건을 흔들었다. 수빈은 “응원봉 사이에 있으니 따뜻함이 느껴진다”고 했다.
무대는 개와 고양이의 세계(‘캣&도그’)가 됐다가, 파스텔톤 아이스크림 가게(‘소악행’)가 됐다가, 우주의 한 조각(‘별의 낮잠’)이 됐다. ‘아워 서머’에는 트로피컬 사운드를 더해 여름 분위기를 강조했고,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너를 기다려’는 밴드 버전으로 편곡해 강렬한 분위기를 냈다. ‘앤젤 오어 데빌’(Angel Or Devil), ‘프로스트’(Frost) 등 이번 공연에서 퍼포먼스를 처음 공개하는 무대도 여럿이었다. 공연은 뒤로 갈수록 뜨거워졌다. 세상과의 충돌을 표현한 ‘세계가 불타버린 밤, 우린’ ‘동물원을 빠져나온 퓨마’ 무대에선 거칠고 야성적인 매력이 돋보였다.
마지막 곡으로 고른 ‘땀’(;)은 멤버들이 자전적인 이야기로 만든 노래다. 팬 커뮤니티 위버스에서 특별한 절차를 거쳐야만 들을 수 있는, ‘찐(진짜) 모아’를 위한 곡이기도 하다. 태현은 “투바투 멤버들을 보며 가사를 썼다”며 “우리와 모아가 더욱 빛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가야 할 길을 보여준다는 의미일까. 흔히 별(스타)에 비유되곤 하는 다섯 소년들은 이날 팬들을 ‘오빗’(orbit·궤도)이라고 칭하며 애정을 드러냈다. 수빈은 “준비 기간이 짧아서 아쉽기도 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무대에 임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면서 “다음 공연 땐 여러분 얼굴을 직접 마주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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