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정부의 부채 주도 경기부양, 갭투자를 부추긴 부동산 정책(전세자금 완화)이 가계부채 증가에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에 시중은행들이 대출도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 8월 NH농협은행이 신규대출 취급을 중단한데 이어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도 전세대출 규제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각 영업점마다 부동산 대출 월별 한도를 정했다. 기존에는 가계대출 상품별로 분기별 한도를 정해 대출을 관리했으나 최근 가계부채 문제가 이슈가 되면서 대출 규제를 보다 강화했다.
은행권의 이 같은 규제로 인해 막상 자금이 필요한 실수요자에게 불똥이 튀었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정부의 대출 규제에 항의하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50대 가장이라고 밝힌 한 A씨는 “올 11월 입주를 앞두고 절망적인 상황이 벌어졌다”며 “정부에서 대출 규제로 인해 은행에서 대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놓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A씨는 “정부기금대출인 '디딤돌' 대출은 가능하지만 금액이 턱 없이 모자르다”며 “다른 정부기금대출인 보금자리론은 막혀 버린 상태다. 이제 남은 건 금리가 높은 집단 대출 뿐이지만 아직 은행에서 확답을 주지 않고 있다”라고 호소했다.
이어 “현재 (아파트) 입주예정자 카페에는 절망스런 탄식과 정부에 대한 분노의 댓글이 매일매일 올라온다”며 “정책은 누구를 위해 있는 것인가”라고 정부를 질타했다.
정부가 최근 강도 높은 대출 규제를 시행한 것은 몇 년 전부터 가파르게 급증하고 있는 가계부채 부담 때문이다.
현재 국내 가계부채는 GDP 규모를 초과한 상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 1분기 가계부채 통계를 보면 개인금융부채 규모는 가처분소득의 205%, GDP의 105%인 2052조원에 달했다. 이는 주요 12개 선진국 평균 84%(2020년 12월 말) 보다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가계부채가 급증한 배경에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경기 부양 정책 ▲자산시장 활성화 등이 원인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정부부채 위주의) 선진국 정책과 달리 가계부채를 통한 경기 부양 정책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단기성 레버리지로 불리는 임대보증채무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 임대보증채무가 증가한 배경에는 정부의 전세자금대출 완화 정책이 영향을 미쳤다. 애초 정부는 전세난민 해결과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을 위한 것이었으나 역설적으로 갭투자를 부추겼다. 주택담보대출을 강화하면서 전세자금대출을 완화하는 결과가 갭투자 활성화로 이어진 것이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보증금 승계 거래 가운데 임대 목적, 갭투자로 신고한 거래 건수 비중은 서울 기준으로 2020년 35.6%에서 2021년에는 7월까지 43.5%까지 상승했다. 경기, 인천 역시 각각 21.9%에서 26.8%, 17.9%에서 33.5%로 상승했다.
결국 정부의 전세대출 완화 정책은 역설적으로 부동산 시장 과열을 부추긴 꼴이 됐다. 키움증권 서영수 연구원은 “정부의 저금리 정책과 주택임대차 3법 등으로 2019년 6월 이후 전세가격 급격히 상승했다”며 “전세가격 상승은 실수요자의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한 주택 매수보다 투기수요자의 갭투자를 늘리는 계기로 작용했고, 그 결과 서울 지역 갭투자 비율이 지난해 12월 43.3%에서 올해 4월에는 52%까지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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