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헬스] “살찔까봐”…먹던 음식 뱉고 토하는 게 다이어트?

[2030헬스] “살찔까봐”…먹던 음식 뱉고 토하는 게 다이어트?

‘폭식증’ 오히려 체중 증가, 굶는 것에 대한 위험성 인지 낮아 

기사승인 2021-10-13 06:46:02
쿠키뉴스DB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먹고 싶은 건 많은데 다 먹으면 살이 찌니까... 차라리 먹고 토하는 게 낫죠.” 

20대 후반인 A씨는 대학생 때부터 먹은 음식을 게워내는 방법으로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안주발을 세워 술을 마신 직후나 친구들과 만나 외식을 한 다음에 음식을 게워내면 살 찔 걱정 없이 마음이 편하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그는 “살을 빼고 싶어서 이 방법, 저 방법 다해보고 쫄쫄 굶어도 봤지만 매번 식욕 앞에서 무너졌다. 정신 차리고 보면 언제 먹었나 싶을 만큼 많은 빈 과자 박스들이 눈앞에 있어 자책도 많이 하고 우울해했다”면서 “차라리 먹고 토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먹토(먹고 토하는 방법)’를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날씬한 몸매를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심화되면서 ‘다이어트 강박’에 시달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 체중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먹토’, ‘씹뱉(씹고 뱉기)’ 등의 극단적인 식이조절로 이어져 섭식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김준형 고려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섭식장애 증상은 강박증(강박장애)과 비슷하지만 현재 진단체계상 다른 질환으로 구분된다”면서 “또 강박증은 침습적이고 비자발적인 강박사고로 부터 오는 불안을 줄이기 위해 강박행동을 하는 질환인 반면, 섭식장애는 체중, 몸매에 대한 생각들이 사회적 맥락을 가진 경우가 많아 약물 반응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섭식장애에는 먹는 양을 극도로 제한하고 섭취를 거부하는 ‘거식증’, 폭식을 한 뒤 일부러 구토를 하는 ‘폭식증’ 등이 있다. A씨와 같이 폭식 후 ‘먹토(먹고 토하기)’, ‘씹뱉(씹고 뱉기)’ 등을 하는 것은 폭식증과 가깝다.  

국내 폭식증 환자는 빠르게 늘고 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6년-2020년) 신경성폭식증으로 진료를 받은 인원은 총 1만 641명으로 2016년 2010명에서 2020년 2444명으로 21.6% 증가했다. 

성별로 보면, 여성 9903명(93.1%), 남성 738명(6.9%)으로 여성 환자가 13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진료비는 더욱 가파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2016년 7억 2843만원에서 2020년 11억 566만원으로 약 51.8% 급증했다.

또 성별‧연령별로 분석한 결과, 20대 여성은 4696명인 44.1%로 나타나 신경성폭식증 환자의 상당수를 차지했다. 이어서 30대 여성 2274명(21.4%), 40대 여성 1216명(11.4%), 10대 여성 892명(8.4%) 순으로 나타나 신경성폭식증 환자의 대다수인 85%가 10대부터 40대 여성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교수는 “체중에 대한 걱정 때문에 일부러 입에 손가락을 넣어서 토하는 것은 식도파열 등의 신체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게다가 폭식증 환자들은 오히려 체중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고 전했다. 

또 다른 형태의 섭식장애인 ‘거식증’은 생명에 위협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지향하는 ‘프로아나족(族)’이 늘고 있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프로아나는 찬성을 의미하는 프로(pro)와 거식증(신경성 식욕부진증)을 의미하는 아나(anorexia)를 조합한 신조어로 비정상적으로 마른 몸매를 동경하고, 이를 위해서라면 거식증도 불사하겠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사실 폭식증 환자보다 더 위험한 사람은 BMI(신체질량지수)16 이하의 거식증 환자다. 심한 경우 BMI10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안 먹어서 기아 상태가 되는 것”이라며 “거식증 환자들은 사망률도 높고 실제 5~18%의 사망률이 보고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식사를 계속 안하게 되면 호르몬적 변화, 뇌 구조적 변화 등이 동반되면서 신체적으로도 거식상태가 유지되는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이를 중단시킬 수 있는 입원치료가 필요하다. 과도하게 체중이 빠지면 신체적으로 위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거식증 치료는 밥을 먹게 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환경과 제대로 된 식사습관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약물의 경우 식이 문제보다는 동반된 우울증, 불안증 치료를 위해 사용된다. 특히 거식증은 체중에 대한 잘못된 인식 등이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그 부분과 본인의 몸 상태에 대한 교육, 인지치료가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김 교수는 ‘굶는 다이어트’를 시도하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굶는 것’의 위험성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굶지 않는 것의 중요성을 알아야 한다. 식사를 안 하면서 다이어트를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거식증) 초기라면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적절한 방법으로 다이어트를 시도해야 한다”면서도 “다이어트 자체에 대한 정보는 많은데 굶었을 때 생길 수 있는 위험성, 신체적 변화, 거식증에 대한 올바른 정보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사회적 책임을 나누는 측면에서 언론과 정부가 관련 정보들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면 좋을 것”고 말했다.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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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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