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업계에 따르면, 호텔 등 숙박업장은 지난 19일부터 방역 조치를 완화한 새 거리두기 방안에 따라 모든 객실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앞서 정부는 숙박업소의 투숙 비율을 제한해 왔다. 거리두기 3단계에서는 가용 객실의 4분의 3(75%), 4단계에서는 3분의 2(66%)만 예약을 받을 수 있었다.
이 같은 투숙 제한으로 업계는 여름 휴가철 성수기 특수도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특히 주요 관광지 호텔보다 외국인 관광객이 빠져나간 서울 도심의 비즈니스호텔들의 타격이 컸다. 영업 손실이 늘어나면서 크고 작은 호텔들이 잇따라 매각되는 운명을 맞았다.
40년 가까이 영업해온 남산 밀레니엄힐튼 호텔도 최근 매각을 결정했다. 운용사 측은 이곳에 오피스와 호텔이 접목된 복합시설을 세울 계획으로 전해진다. 이외에도 연초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과 신논현 역의 르메르디앙 호텔이 각각 부동산 개발업체에 팔렸다. 스위스 그랜드 호텔(구 그랜드 힐튼 서울)과 이태원 크라운 호텔도 매각이 진행 중이다.
살아남은 호텔들은 ‘위드 코로나’에 희망을 걸고 있다. 일상이 회복되기 시작하면 비즈니스 미팅이나 결혼식 등 모임 수요가 늘 것이란 기대다. 실제로 최근 학회나 세미나 문의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한 호텔 업계 관계자는 “연회장 등 최근 관련 문의가 늘고 있다”면서 “내달 집합 금지 등이 완화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극성수기인 연말이 다가오고 있는 것도 매출 반등에 대한 기대를 더한다. 곧 핼러윈데이와 크리스마스 등 굵직한 기념일도 이어진다. 참아왔던 소비와 모임에 대한 욕구가 터져 나오기 시작하면 객실 예약률은 물론, 뷔페 식음업장의 매출 역시 회복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실제로 호텔 업계의 회복 신호는 이달부터 나타나고 있다. G마켓에 따르면, 지난달 5일 이후 한 달 동안 국내 호텔 숙박권 판매량이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3배 이상(22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조트는 2배 이상(184%), 펜션 상품 역시 3배 이상(238%) 뛰었다. 옥션에서도 최근 한 달 간 호텔 및 레지던스 숙박 상품 판매량은 38% 늘었다.
다만 업계는 해외관광이 활성화 되지 않으면 근본적인 업황 회복은 요원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호캉스가 보편화 되어 내국인 고객도 늘고 있지만, 객실 전체 수요를 채우려면 외국인 관광객의 복귀가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한국호텔업협회의 ‘2019 호텔업 운영 현황’을 보면 서울 호텔 투숙객 가운데 외국인 비율은 54.49%에 육박한다.
서울의 한 호텔 관계자는 “최근 식음업장 등 예약이 지난해 동기 대비 20% 증가했는데, 젊은 층의 백신 접종률이 오르며 위드 코로나 기대가 반영 된 것 같다”라며 “긍정적 신호지만, 사실상 내국인 밖에 유치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해외여행이 자유롭던 코로나19 이전의 수요를 회복하기는 역부족”이라고 평했다.
이어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면 지금 보다 더 많은 관광객이 찾길 기대한다”며 “2년가량을 어렵게 버텨왔는데, (위드 코로나가) 업황 회복으로 가는 신호탄이 되길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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