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대장동 사태 '적신호'
시민단체 참여연대가 전날 발표한 ‘3기 신도시 공공택지의 민간 매각 현황과 개발이익 추정 결과’에 따르면 지구계획이 확정된 인천계양, 남양주왕숙, 하남교산 신도시 주택 공급 용지 가운데 절반 이상이 민간사업자에게 매각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세부적으로는 인천계양 59%, 남양주왕숙 58%, 하남교산 54%에 해당한다. 지구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고양창릉, 부천대장 신도시 2곳까지 포함시킬 경우 총 5곳에서 민간사업자가 가져갈 개발이익은 8조원(7만5000세대)에 달할 전망이다.
참여연대는 정부와 국회에 3기 신도시가 또다른 대장동이 되지 않도록 ▲공공택지의 민간 매각 중단 ▲공영개발지구 지정 ▲공공택지에서 공공주택 공급 확대 등의 제도를 조속하게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임재만 교수(세종대)는 “3기 신도시 5곳의 민간분양주택은 7만5000세대로 대장동의 20배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라며 “3기 신도시 민간분양아파트는 대장동과 달리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만, 3기 신도시 5곳에서 아파트 한 채당 약 1억원, 약 8조원의 개발이익이 민간사업자에게 돌아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정책위원인 김남근 변호사는 민간이 개발이익을 챙기는 것을 막기 위해 공영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근본적인 원인은 토지 강제 수용을 통해 조성한 공공택지를 공영개발 방식으로 추진하지 않은데 있다”며 “공공택지의 민간 매각을 공영지정제 도입과 공공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공공주택특별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 없는’ 대장동 방지법 발의
국회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민간 개발이익 환수를 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소릴 높이고 있다. 진성준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최근 민간사업자가 민관 합동으로 토지를 개발하는 경우 개발이익을 총사업비의 10%로 제한하는 도시개발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진 의원은 민관 합동으로 토지를 개발할 시 민간의 투자 지분을 50% 미만으로 못 박고, 민간사업자의 개발이익 몫은 총사업비의 10%로 제한했다.
현행 도시개발법은 국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등 공공시행자와 민간사업자가 함께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 도시개발사업을 시행할 때에 민간사업자가 취할 수 있는 이익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민간사업자는 사업 인·허가권과 토지수용권 등 공공의 사업 주도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을 누리면서 천문학적인 이익도 누릴 수 있는 구조다.
이헌승 의원(국민의힘)도 민간사업자의 이익을 제한하는 개정안 2건을 냈다. 주택법 개정안에선 대장동 사업처럼 도시개발법 상 민관 합동으로 SPC를 설립해 택지를 조성하는 경우 공공택지로 분류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토록 했다. 현재는 SPC로 개발하면 민간택지로 분류돼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아, 분양가격을 높게 매겨서 이익을 늘릴 수 있다. 아울러 도시개발법 개정안에서는 공공사업자가 출자에 참여해 설립한 SPC에서 공공시행자 외의 민간사업자 투자지분은 50% 미만으로 하고, 이윤율은 총사업비의 6%를 넘지 못하게 제한을 뒀다.
개발이익 환수 법안 나오나
정부도 이같은 지적에 ‘제2의 대장동 사태’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제32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택지개발 사업과 관련한 일부 과도한 민간이익에 대해서도 개발이익 환수 관련 제도들을 면밀히 재점검하며 제도를 개선할 부분을 짚어보겠다”고 언급했다.
현재 검찰은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로비 의혹을 수사 중이다. 이와 관련해 얼마 전 기재부 국정감사에서도 민간과 공공 사업자가 공동으로 참여한 도시개발사업에서 민간이 과도한 이익을 취하는 구조에 대한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홍 부총리는 “과도한 이익이 나오는 개발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날 홍 부총리는 “관계부처와 함께 (불로소득) 차단을 위해 제도 개선 대응책이 있을지 긴밀히 협의하겠다”며 “가능한 11~12월에 관련 대책이 나올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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