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장남 노재헌 변호사가 부친을 떠나보낸 심경을 31일 밝혔다.
노 관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지난 6일 마치 꿈속에서 지난 것 같습니다"라며 "서울대 응급실에서 아버지와 마지막 눈맞춤을 한 지 채 일주일이 안됐는데, 오늘 아침 아버지의 유골함을 뵀다. 장례 기간 중 정말로 많은 분들의 은혜를 입었다"라고 했다.
그는 "조문해주신, 장례식을 준비해주신, 마음으로 위로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심심한 감사를 올린다. 어떤 말로도 감사의 마음이 충분히 표현되지 않는다"라며 "앞으로 열심히 바르게 살아 은혜와 빚을 조금이라도 보답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적었다.
노 변호사도 "이제 아버지를 보낸다. 대한민국 현대사의 명암과 함께 살아오신 인생, 굴곡 많은 인생을 마감하셨다"라면서 "식민지의 가난한 산골에서 태어나 6살에 부친을 잃고, 나라 잃은 슬픔까지 뒷산에서 퉁소를 불면서 달래던 소년 시절은 아버지를 조용하지만 의지가 강한 분으로 만들었다. 부친6.25 전쟁이 터지고 당시의 많은 젊은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선택한 군인의 길은 평생의 운명이 됐다"라고 밝혔다.
그는 "군인, 정치인, 대통령을 거쳐 일반시민으로 돌아오자 마자 무거운 사법의 심판으로 인해 영어의 몸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 후 큰 병을 얻어 긴 시간 병석에 누워 고통스럽게 지냈고, 결국 영광과 상처가 뒤섞인 파란 많은 생을 마감했다"라며 "그것 또한 본인의 운명으로 받아들이셨다"라고 전했다.
이어 "아버지는 말씀이 많지 않던 분이었다. 자신의 얘기를 하기 보단 남의 얘기를 들어주는 분이었다. 그렇지만 그저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닌 결론을 내리고 의견을 조정해주는 분이셨다"라며 "자식들에겐 과묵하지만 다정다감 하셨다. 아버지 없이 자란 당신의 아쉬움을 자식에게는 주지 않으려고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삶 속에도 어머니와 자식들을 위한 공간은 언제나 남겨 놓으신 분이었다. 어쩌다 시간이 나는 주말에는 온가족과 함께 가까운 교외로 드라이브하고 설렁탕 한그릇 하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노래하는 순간을 가장 행복해 하셨다"라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어머니와의 사랑은 경의로운 영역이다.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존중은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경지였다"라며 " 몸이 약하던 어머니와 테니스를 함께 하시며 결국 건강하게 만드셨다. 먼곳에 출장을 떠나셔도 항상 집에 연락을 빼놓지 않았고, 아내와 가족이 언제나 우선이었다. 아마 사랑하는 아내를 두고 혼자 갈수 없어 그 긴 고통의 세월을 병석에서 버티셨나 보다"라고 했다.
노 변호사는 "아버지는 절제와 중용이 몸에 벤 분이다. 넘치는 적이 없으셨다. 과하면 아니한만 못하다 하시고 음식, 술 모든면에서 검소한 분이었다. 비워라 그럼 다시 채워준다는 철학으로 평생을 사신 분이었다"라며 "그렇게 욕심이 없으셨던 분이 비자금 사건에 연루된 모습을 보는 것은 정말 큰 고통이었다. 많은 분들이 알듯이 아버지는 서두르는 법이 없이 차분한 분"이라고 적었다.
그는 "대통령 퇴임후 큰 수모를 당하실때 조차 당신이 다 짊어지고 가겠다고 말씀했다. 원망의 말 한마디 하지 않고 국민과 역사에 대한 무한책임을 철저하게 지키려고 노력하셨다. 아버지는 역사 앞에 늘 겸허한 자세로 임했고 국민을 존중하는 분"이라며 "5.18 민주화운동으로 인한 희생과 상처를 가슴 아파했다. 대통령 재임시 민주화 과정에서 희생된 학생 시민 노동자 경찰 우리 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희생에 안타까워 하셨다. 하지만 우리 국민과 민족의 위대함에 언제나 희망을 갖고 계셨다"라고 말했다.
또 "아버지가 6.29 선언을 결단하고 대통령 재임 중 그 8개항의 실천을 통해 민주화의 뿌리를 내리고, 민족 자존심을 회복해, 북방정책이라는 자주외교를 펼치게 된 것은 이 신조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6.29 선언은 한국 정치는 물론 아버지 개인의 정치 인생의 대전환"이라면서 "민주주의를 실천하기 위해 본인부터 민주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투철한 의식은 우리 가족에게도 그대로 이어졌다"라고 했다.
이어 "아버지는 평생 자신과 가족과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완벽한 분은 아니었다. 허물도 있고 과오도 있으셨다"라면서도 "하지만 자신을 숨기거나 속이지 않으셨습니다. 거짓말 하는것을 가장 싫어하셨다. 아버지는 대통령을 꿈꾸지 않았지만 주어진 역사의 소명을 다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 분이다. 대통령으로서는 공과 과가 있지만 가족에게는 최고의 아버지였다. 단지 많은 시간을 함께 못나눈 아쉬움이 클 뿐"이라고 전했다.
노 변호사는 "이제 그토록 사랑하던 조국과 가족을 뒤로 하시고, 모든 것을 내려놓으시고 편하게 쉬시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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