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감독하다 실신하는 교사들…감독관석 생겼지만

수능 감독하다 실신하는 교사들…감독관석 생겼지만

기사승인 2021-11-05 18:03:49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수험생이 고사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오는 18일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두고 감독관으로 배치되는 교사 처우를 개선해 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2022학년도 수능은 18일 오전 8시40분부터 오후 5시45분(일반수험생 기준)까지 전국 86개 시험지구 1300여개 시험장에서 실시된다. 응시자는 전년보다 1만6387명 증가한 50만9821명이다.

교원단체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중등교사노조)은 4일 시험실에 배치된 감독관석을 눈치보지 않고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수능 시험장 감독관석 배치는 교원단체에서 수년동안 교육부에 요구한 사안이다. 서명운동까지 벌인 끝에 지난해 수능부터 처음 도입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응시장 뒷편에 키높이 의자 2개가 배치될 예정이다.

교사가 의자가 필요한 이유는 수능 감독이 정신·체력 소모가 크기 때문이다. 극도의 긴장 상태에서 한 번에 2시간씩, 3~4회를 정자세로 서 있어야 한다. 짧게는 345분(3차시), 길게는 410분(4차시)을 서서 감독해야 한다는 말이다. 문제가 발생할 시 감독관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담감도 크다.
각종 시험의 총 근무시간과 감독 시간 비교표. 중등교사노조.

감독을 하던 교사가 실신해 쓰러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해 서울 양천구 한 고등학교에서 부감독관이 학생들 옆을 지나가다가 갑자기 실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019년 인천에서는 30대 여교사가 시험 도중 쓰러져 턱부위가 2cm가량 찢어지는 상처를 입었다.

지난해부터 감독관석이 도입됐지만 대부분의 교사가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중등교사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교육부는 ‘잠시 동안 앉아서 감독할 수 있고, 3명의 감독관이 입실하는 4교시에도 2명의 감독관이 동시에 앉을 수 없다’는 등 지침을 제시했다”면서 “교사들에게 ‘감독관석을 가능하면 이용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줬다”고 지적했다.

김상희 중등교사노조 대변인은 “수능 감독관은 희망 여부와 상관 없이 차출된다. 차출이 아니라 원하는 교사가 자원하는 식이라면 너무 고되 아무도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당일 감독관은 어떤 소음도 내서는 안 되고, 많이 돌아다녀서도 안되고, 한 곳에 서 있어도 안 된다. 정신적, 체력적으로 굉장히 부담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잠시만 앉아라’, ‘두 명이 동시에 앉지 말아라’는 지침은 사실상 앉지 말라는 말로 들린다”면서 “왜 이런 지침을 내리는 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사들이 그동안 작성했던 수능감독관 서약서(왼쪽)와 국가인권위 권고 이후 바뀐 위촉확인서(오른쪽). 시민단체 학벌 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교원단체에서는 수능감독관 서약서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각 시·도 교육감은 수능 업무처리 지침에 따라 수능 감독관에게 ‘임무에 충실함은 물론 시행과정상 지켜야 할 모든 사항을 엄수하며, 만일 그러하지 않을 경우에는 그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을 서약합니다’라는 내용의 서약서 제출을 교사에게 요구해왔다.

지난 9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시·도교육감이 수능 감독관에게 서약서를 요구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판단하고, 교육부 장관에게 관련 제도를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이후 교육 당국은 올해 수능부터 감독관들에게 서약서 대신 ‘위촉 확인서’를 제출 받기로 했다. 그러나 이름만 바뀌었을 뿐 달라진 점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민단체 학벌 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지난 8월 “2022학년도 수능 업무처리지침을 확인한 결과, 제목과 내용 등 형식만 다소 바뀌었을 뿐 기존 서약서와 동일한 서식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국가인권위 결정에 따라 수능 감독관 서약서 등 불필요한 행정업무를 폐지할 것을 교육당국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감독관석은 교사들에게 쉬라고 마련한 것이 아니다. 필요에 따라 이용할 수 있다는 취지”라며 “모든 감독관이 다 앉아있으면 감독이 제대로 되지 않는 등 문제 발생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촉 확인서가 기존 서약서와 다른 내용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국가인권위 권고에 따라 바꿨을 뿐 따로 말씀드릴 내용이 없다”고 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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