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서울시의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시와 수혜 당사자인 청년들 간의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청년들로 구성된 시민단체는 기존 시민단체를 대상으로 한 지원 예산을 삭감해 시의 입맛대로 재구성한 예산 편성이라 비판했다. 이에 서울시는 중복 검토를 통해 이뤄진 예산이라며 청년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서울시는 최근 내년도 예산안을 공개하며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지원사업에 9934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편성했다. 해당 예산은 청년 주거와 일자리 제도로 크게 나뉜다. 주거 지원에 7486억원, 일자리에 2070억원 등이다. 특히 청년 주거 지원 사업에 들어가는 예산은 전년(3400억원)의 2.2배 규모다.
하지만 청년정책 수혜자인 청년들 일부는 이 같은 예산안 편성에 반발하고 있다. 이번 예산 편성은 기존 시민단체 등을 대상으로 한 지원 예산 1788억원 중 절반에 가까운 832억원을 삭감해 만들어낸 사업들이라는 주장이다.
서울시 정책의 수립과 시행, 평가 등 정책 과정에서 청년의 의견수렴과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청년참여기구 서울청년네트워크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청년참여예산을 통해 제안한 정책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무려 149회의 논의와 민주적 절차를 거쳐 발굴되고 정책화된 것”이라며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확대하는 데 유용한 정책은 확대하면서, 정작 그 정책을 제안한 청년들의 목소리는 외면하는 모습에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시민사회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 1170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주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도 서울시 예산안은 지역 풀뿌리 주민단체들과 시민사회단체 지원조직 예산을 뚜렷한 근거 없이 대대적으로 삭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서울시 측은 ‘오해가 있다’며 시는 정책 수립 과정에서 청년들의 목소리를 더욱 경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는 “그간 청년자율예산은 매년 서울청년시민회의 의결 후에도 유사 중복성 검토를 통해 일부 조정이 이뤄졌다”며 “이번 내년도 예산 편성 과정에서도 중복된 예산이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산의 낭비, 중복 집행 등을 예방하고 예산집행의 합리성 등을 고려해 조정되는 것”이라며 “청년자율예산으로 제안됐다는 이유만으로 검토 없이 100% 반영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창근 서울시 대변인은 “시는 모든 시민단체가 아니라 특정 민간위탁금 수탁 단체와 특정 민간보조금 수령 단체를 문제 삼고 있는 것”이라며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일이라 '서울시 바로세우기' 작업을 변함없이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오세훈 시장은 예산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같은 예산 편성에 대해 “‘서울시 바로세우기’ 차원에서 흐트러진 재정을 더 정교하게 ‘시민 삶의 질’로 바로잡기 위한 투자”라고 밝혔다. 오 시장은 “특정 시민단체에 집중된 특혜성 예산을 주령서 다수 시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이 같은 예산안을 편성했다며 “시민단체는 원칙적으로 시민의 자율적인 도움을 받아 운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