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청년참여예산’을 둘러싼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일방적 삭감’을 비판하는 시민참여기구와 ‘합리적 조정’이라는 서울시 측의 반박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서울청정넷)는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 ‘청년참여예산’ 삭감을 규탄했다. 서울청정넷은 ‘서울특별시 청년참여 활성화 지원 조례’에 의거, 서울시의 정책과정에서 청년의 의견수렴과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설립된 청년 참여기구다.
10여명정도의 청년들은 ‘청년정책은 청년과 함께’, ‘오세훈 시장님은 대체 청년정책을 누구랑 만들고 있는 걸까’, ‘청년 아이디어 도용만 하지 말고 상의도 같이하자’ 등의 팻말을 들고 시청 앞에 섰다.
서울청정넷이 문제를 제기한 이유는 애초 제안된 청년자율예산 144억원이 실제 예산안에 84억원(약 41%↓)으로 삭감됐기 때문이다. 청년자율예산은 서울시 정책 예산 중 일부를 청년들이 직접 편성하는 독립적인 예산 편성 제도다. 지난 2019년 서울청정넷이 해당 제도를 통해 제안했던 ‘청년월세지원사업’은 오 시장의 주요 청년공약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예산 삭감 과정 비합리적… 합의 여지 없는 논의”
서울청정넷 특히 서울시 측의 ‘소통 없는’ 예산 삭감을 강하게 질타했다. 이들은 “청년참여예산을 통해 제안한 정책은 무려 149회의 논의와 민주적 절차를 거쳐 발굴되고 정책화된 것”이라며 “서울시와의 수많은 조정과정, 그리고 수천명의 시민들의 투표를 거쳐 11개 사업, 143억원의 청년 참여 예산을 편성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지원 서울청정넷 노동분과장은 “청년 시민위원을 포함한 청년들이 예산을 달라고 떼를 쓰는 것이 아니다”며 “서울시가 청년정책 파트너로서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청년의 일상을 돌아보고, 목소리에 귀 기울여달라는 것이다. 서울시가 청년참여예산의 원안을 복구하고 파트너 관계로서 원활한 소통을 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서울청정넷은 서울시가 예산을 조정하는 과정이 ‘일방적’이었다고 재반박했다. 김지선 서울청정넷 공동운영위원장은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예산이 조율될 수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 과정이 전혀 합리적이지 못했다”며 “‘어떤 식으로 예산이 중복됐고 왜 예산이 줄어야했는지’ 등을 (서울시가) 설명했을 때 ‘청년들이 중복사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서 예산을 복구할 수 있는 합의가능성이 없어보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6300여명이 넘는 서울시민이 투표해주고 서울청년시민회의 의결까지 거친 예산안이 왜 사전 조율 과정을 거치지 않고 삭감되는지 의문”이라며 “서울시 측이 ‘통상적으로 삭감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매해 이런 일이 반복될 수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 우려된다. 이게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청년 참여 ‘적극 지원’이 기본 입장… 일부 예산 조정도”
서울시는 ‘합리적 조정’이라는 입장이다. 서울시 미래청년기획단 청년정책반은 해명자료를 통해 “그간 청년자율예산은 매년 서울청년시민회의 의결 후에도 유사 중복성 검토를 통해 일부 조정이 이루어져 왔다. 2022년 청년자율에산의 규모가 감액 조정된 것도 이러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또 “예산 낭비·중복집행 등의 예방, 예산집행의 합리성 등을 고려해 조정되는 것이 당연한 절차이기 때문에, 청년자율예산으로 제안됐다는 사유만으로 검토 없이 100% 반영할 수는 없다”며 “서울시는 청년들의 시정참여를 적극 지원해야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삭감 예산이 논의를 통해 재조정 됐다고도 밝혔다. 김홍찬 서울시 미래청년기획단 청년정책반장은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애초 (삭감된) 초안보다는 간담회를 거친 다음에 청년참여예산이 몇억정도 올라가고 조정이 됐다”며 “논의를 했고 일부 예산은 (의견이)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