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야 넓히자”며 식민지 근대화론 소개…大학보사에 비판

“시야 넓히자”며 식민지 근대화론 소개…大학보사에 비판

기사승인 2021-11-11 13:59:14
A 웹진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10일 오전 올라온 글. 현재는 삭제됐다. 페이스북

서울 한 대학교 학보사에서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글을 발행하고 이를 홍보했다. 학교 측은 온라인상에서 비판이 거세지자 별다른 해명 없이 홍보글과 원문을 모두 삭제한 상태다.


A 웹진은 B 대학 내 유일한 공식 ‘웹진’이다. 웹진은 인터넷 상에서 발간되는 잡지다. A 웹진은 B 대학교 전략기획홍보팀 소속 교내동아리다. 지난 2001년부터 발행이 시작됐다. A 웹진에서 지난 1일 발행한 478호 잡지 ‘학술’ 코너에는 일제강점기에 대한 한 대학생 기자의 의견을 담은 글이 출판됐다.

10일 A 웹진은 공식 페이스북에 해당 글의 링크와 함께 홍보하는 글을 올렸다. 여기에는 “우리 민족의 큰 아픔이었던 일제강점기를 바라보는 두 시선에 대해 소개하려 한다”면서 “일제강점기를 억압의 역사로 보는 시각 외에도 한국 성장 기반이 형성된 시기로 보는 시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나”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학술 섹션에서는 식민지 수탈론과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해 알아보았다”라며 “학우분들이 일제강점기에 대한 시야를 넓히고 본인의 생각은 어떤지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고 소개했다.

식민지 근대화론은 식민지 시기 일제에 의해 경제가 성장하고 근대화 토대가 마련된 점을 인정하자는 주장이다. ‘반일 종족주의’ 등 책을 낸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이승만학당 교장)가 이 관점을 지지하는 대표적 인물이다.

A웹진에서 SNS에 올린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면서 달린 댓글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온라인상에서는 여러 커뮤니티에 글이 공유됐다. 일본 우익 논리를 한국 대학이 나서서 대신 홍보하는 꼴이라며 수위 높은 비판이 잇따랐다. 식민지 근대화론 전파를 ‘학술적 연구 및 토론으로 포장’하고 있다며 글의 목적과 의도에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 대학의 초대 학장이자 설립자가 독립운동가라는 점을 들어 “이름을 A대학이 아니라 제국대학으로 바꿔라”, “친일파 대학이냐”, “전형적인 침략자의 관점”이라는 댓글이 쏟아졌다. 

반면 문제될 것 없다는 여론도 있다. 일제강점기를 두고 학계에 양분된 시각이 있다는 ‘사실’을 전달한 것 뿐이라는 설명이다. 한 네티즌은 “초·중학생도 아니고 대학생이면 충분히 사안을 판단할 수 있는 성인”이라며 “듣기 불편한 소수 학설을 동시에 다뤘다고 해서 A 대학이나 소속 학생을 친일파로 매도하는 것은 편협한 시선”이라고 주장했다.

A웹진에 실린 원글과 SNS 홍보글은 현재 모두 지워진 상태다. A웹진이 소속된 B 대학교 전략기획홍보팀 관계자는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는 학생 제보로 전날 사이트에 글을 올린 지 5시간 만에 내렸다”고 했다.

관계자는 “글을 쓴 학생이 역사에 관심이 많다. 독립운동가에 대해 쓴 기사도 많다. 이 글이 문제가 될 줄은 몰랐다”면서 “학생이 이런 관점도 있다고 소개한 글이 왜곡돼서 잘못 전달되는 것 같아 글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SNS상 홍보글에 대해서는 “기사를 쓴 당사자가 아닌 다른 기자가 SNS에 글을 올리면서 재해석한 것 같다. 잡지에 글을 쓴 기자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면서 ‘원글을 볼 수 있냐’는 기자 질문에는 “더 이상 논란이 되면 안 될 것 같아서 보여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B 대학교 대외협력팀 측은 “SNS 문구가 식민지 근대화론을 옹호하는 것처럼 비칠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인정한다”면서 “학교 측에서 글이 나가기 전 최종적으로 점검을 하는데 놓친 부분이 있었다. 원글을 쓴 학생은 가치판단을 할 의도는 없었다는 입장이고, 현 사태에 책임감을 느끼고 위축된 상태다. 학생 보호 차원에서라도 따로 사과문을 올릴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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