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예우로 먹고 살아야” 공군 중사 사망 은폐 의혹 녹취록

“전관예우로 먹고 살아야” 공군 중사 사망 은폐 의혹 녹취록

기사승인 2021-11-17 17:04:19
지난 6월8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공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 故 이모 중사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지난 5월 상관으로부터 성추행 등을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이예람 공군 중사 사망 사건 당시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이 직접 불구속 수사를 지휘했다는 내용이 담긴 정황이 공개됐다. 전 실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17일 군인권센터는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군본부 보통검찰부 소속 군검사들의 대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녹취록에 따르면 전 실장이 수사 초기 직접 가해자에 대한 불구속 수사를 지휘했고 이 과정에서 가해자 변호사가 소속된 로펌에 대한 전관예우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녹취록에 등장하는 군검사는 소령(진) 1명, 대위 4명으로 총 5명이다. 녹취록에 따르면 A검사는 “그러니까 제가 (가해자를) 구속시켜야 한다고 몇 번을 말했어요. 범행 부인에, 피해자 회유 협박에, 2차 가해에 대체 왜 구속을 안 시킨 거예요. 구속시켰으면 이런 일도 없잖아”라고 말한다. B검사는 “실장님이 다 생각이 있으셨겠지. 우리도 나중에 나가면 다 그렇게 전관예우로 먹고 살아야 되는 거야. 직접 불구속 지휘하는데 뭐 어쩌라고”라고 답했다.

센터는 “‘실장님’은 전 실장을 지칭하는 것이며 전 실장이 사건 초기 당시 불구속 수사를 지휘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또 언급된 전관예우와 관련해서는 “가해자 변호사가 소속된 로펌에는 전 실장과 군 법무관 동기이자 대학 선후배 사이인 김모 예비역 대령이 파트너 변호사로 있다”고 부연했다.

전 실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를 비롯, 가해자 변호사 법무법인과 통화한 적도 없다며 여러 차례 사건 수사를 직접 지휘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지난 6월 공군본부 보통검찰부 소속의 군검사들이 나눈 대화 녹취록.

또한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녹취록에는 전 실장이 피해자인 고 이 중사 사진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녹취록에서 D 검사는 “무슨 변태도 아니고, 피해자 사진을 왜 봐요”라고 말했다. C 검사는 “어차피 그거 보고 무슨 짓 하는지 다 아는데 왜 피해자 여군 사진을 올려야 되냐고요”라며 흐느꼈다. 

지난 9월 국방부 검찰단은 고 이 중사 부실 초동수사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피의자 25명 가운데 15명(구속 3명·불구속 12명, 사망자 1명 포함)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방부 검찰단은 공군 군사경찰과 군검찰 관계자들, 공군 검찰 지휘책임을 맡고 있는 공군본부 법무실 인사들을 단 한 명도 기소하지 않았다. ‘용두사미’라는 비난이 나왔다.

군인권센터는 “군사법체계에 누적된 전관예우의 오랜 적폐가 한 사람의 명예로운 군인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국회는 미뤄 온 ‘이 중사 사건 특검’ 도입 논의를 조속히 개시해야 할 것”이라며 “서욱 국방부 장관 역시 이러한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제대로 수사도 하지 않고, 수사 정보를 흘려 온 주요 피의자들을 모두 불기소로 풀어준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의당은 이날 고 이 중사 사건과 관련해 “수사라는 기본 책무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국방부 검찰단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애초부터 수사할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총체적 난국의 우두머리인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자로서 장관 직책을 유지할 명분도, 능력도 없다”며 “서 장관의 해임 건의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전 실장은 기자회견 직후 입장문을 통해 “녹취록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반박했다. 그는 “피해 여군의 사진을 올리라고 지시한 사실이 없으며 불구속 수사지휘를 한 사실이 없다”면서 “본인을 포함한 녹취록에 등장하는 당사자들은 군인권센터를 고소할 것이며 강력하게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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