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열풍 올라탄 금융권, 업무 접목 가능할까

메타버스 열풍 올라탄 금융권, 업무 접목 가능할까

기사승인 2021-11-18 06:01:01
하나은행은 지난 8월 25일 오후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ifland)를 활용해 ‘첫차 구매 상식’편 금융교육 콘텐츠를 방송했다.   사진=하나은행 제공
최근 금융지주 계열사들이 MZ세대 소통과 디지털 금융 강화를 위해 메타버스 시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메타버스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와 ‘가공,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세계를 의미하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충격 이후 비대면(언택트)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메타버스는 이제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다. 플랫폼으로서 메타버스는 확장성이 크다. 금융, 유통, IT, 기술, 게임 등 수많은 영역에서 메타버스를 접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만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현재 국내외 기업들이 너도나도 메타버스 사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아직까지 초기 단계라는 점이다. 또한 메타버스 사업이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잡기에는 기술적인 문제와 제도적 규제 완화가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KB국민은행이 BTS(방탄소년단)에 이어 ‘메타버스 아이돌’로 불리는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소속 걸그룹 에스파와 광고모델 계약을 맺었다.   사진=KB국민은행

◇ 금융사, 메타버스 활용한 마케팅 활발…가상 금융타운도 구축

금융지주 계열사는 최근 메타버스를 활용한 금융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디지털 금융 강화와 더불어 메타버스 주 고객층인 MZ세대 소비층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또한 메타버스는 시·공간 제약이 없기에 다양한 산업 분야로 무한대 확장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KB국민은행은 얼마 전 메타버스를 콘셉트 한 아이돌 ‘에스파(aespa)’와 광고모델 계약을 맺고 ‘KB와 에스파의 만남’을 담은 티저 영상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에스파는 먼저 Z세대를 위해 새롭게 개편되는 KB국민은행 모바일플랫폼 ‘Liiv’를 대표하는 모델로 미래 금융의 주역인 Z세대와의 소통을 위해 활동한다. 

신한금융그룹도 최근 가상 인플루언서로 잘 알려진 ‘로지’를 모델로 마케팅에 열중하고 있다. 로지는 싸이더스 스튜디오에서 만든 가상인간으로 현재 10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가상 인플루언서다.   

가상 점포 혹은 금융타운도 구축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직원들의 메타버스 활용과 경험 확산을 위해 게더(Gather) 플랫폼을 활용한 ‘KB금융타운’을 지난 7월 1일 오픈했다. 아직까지는 마케팅 용도에 가깝지만 메타버스 시장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된다면 가상현실/증강현실을 통한 자금중개 기능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그룹은 자체적으로 제작한 메타버스 월드를 네이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통해 금융소비자에게 공개하고 있다. 제페토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하나글로벌캠퍼스부터 하나은행손님관리센터, 하나카드월드 등에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다.

NH농협은행은 금융과 게임이 융합된 메타버스 플랫폼 ‘NH독도버스(가칭)’를 내년 3월 1일에 오픈한다고 밝혔다. NH독도버스는 독도를 메타버스 기반의 가상세계로 구축한 플랫폼으로 고객에게 독도 생활 체험과 게임, 미션 등 메타버스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메타버스를 통한 금융서비스는 조금씩 상용화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캐나다의 토론토-도미니온(TD) 은행은 VIP 고객이 투자 상담을 요청할 경우 AR(증강현실) 기기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시각화해 오프라인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신석영 연구원은 “향후 은행권에도 이러한 메타버스 기술 도입이 보편화 될 것으로 보인다”며 “업무 적용 관련해서는 ‘고객 대상 상품 소개’, ‘원격 팀워크 활성화’, ‘재택근무 등의 확산’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게다가 가상화폐의 한 종류인 NFT(Non Fungible Token·대체불가능한토큰) 시장이 커지면서 이와 연계된 메타버스 금융 서비스도 제공될 가능성이 높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이 들어간 디지털화폐로 특정 자산의 소유권과 진위를 영구적으로 기록하는데 사용된다.

글로벌 디지털 통화 구축에 실패한 리브라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 여전히 모호한 개념…3D 유행 ‘데자뷔’

다만 범용화가 되기에는 여러 가지 장벽을 넘어야 한다. 우선 기술적인 측면이 진보해야 한다. 예를들어 미국의 대표적인 메타버스 관련주인 로블록스는 게임을 통해 메타버스 시장을 확장하고 있지만 아직 기존 게임 컨텐츠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로블록스가 제공하는 게임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디지털 거래가 일어나지만 결국 PC와 모바일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네이버가 내놓은 제페토 역시 현재 글로벌 사용자 2억명을 넘은 거대 플랫폼으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모바일에 의존하고 있다. 때문에 제페토는 구(舊) 싸이월드 업그레이드 버전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혹자는 최근 메타버스 열풍에 대해 한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3차원(3D) TV 유행과 유사하다고 한다. 한때 3차원(3D) TV는 영화 ‘아바타’의 글로벌 인기에 힘입어 2014년 TV판매 기준 50%를 넘는 점유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3D TV는 눈의 피로감과 고가의 하드웨어에 대한 부담감 등으로 이제는 존재 조차 희미해진 상태다. 

메타버스 시장의 확장을 위해 VR/AR 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기술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한다. 미국의 글로벌 기업 구글도 이미 AR를 활용한 글래스를 내놓았다가 시장에 외면받은 적이 있다.

금융시장에서 메타버스를 접목하려면  규제 완화와 제도화 진척이 필수적이다. 특히 가상화폐(혹은 디지털화폐)에 대한 논의가 중요하다. 상당수 메타버스 플랫폼이 가상화폐를 기반으로 구성돼 있어서다. 따라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 등도 제도화 ▲가상 재화에 대한 소유권 ▲저작권 문제와 같은 제도화 수립이 진척될 필요가 있다. 가상화폐가 결제수단으로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투기적 성향이 아닌 안정적인 가치 평가가 갖춰져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개정된 금융소비자보호법을 고려해볼 때 메타버스를 통한 금융상품의 안내나 상담은 아직 많은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미국의 달러패권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페이스북도 한때 메타버스 구현을 위해 가상화폐 리브라를 통해 글로벌 단일 디지털 통화를 구축하겠다는 담대한 계획을 세웠으나 주요 7개국(G7)에 반발로 무산됐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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