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대선전이 시작되면서 대선후보 배우자의 ‘퍼스트레이디’ 경쟁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과거 사례에 비추어봤을 때 지나친 영부인 행보가 외려 후보의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선 영부인들이 여느 때보다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 이야기다. 김혜경씨의 ‘혜경궁 김씨’ 트위터 논란부터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사건 연루 의혹, 허위경력 의혹 등 두 사람 모두 정치적 공세에서 자유롭지 않아 ‘영부인 후보 검증’이 대선 주요 화두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영부인 경쟁에 먼저 보폭을 넓힌 사람은 이 후보 배우자 김혜경씨다. 김혜경씨는 지난 2일 선대위 출범식에 참석해 첫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이후 낙상사고로 잠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가 18일 한국시리즈 4차전 관람으로 공식일정을 재개했다. 현재는 이 후보보다 이틀 먼저 호남를 방문해 호남 민심 다지기에 나서고 있다.
김혜경씨의 활동에 맞춰 이 후보도 ‘애처가’ 면모를 본격 과시하고 있다. 지난 21일 이 후보가 인스타그램에 공개한 ‘백허그’ 사진은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충북 청주시 육거리 종합시장을 방문할 당시 이 후보가 시민들과 악수하는 동안 김혜경씨가 이 후보의 허리를 끌어안은 장면이 담겼다. 이 후보는 “좌판에서 넘어질까 뒤에서 꼭 잡고 있었던 ‘혜경 벨트’”라고 적은 뒤 ‘#이재명은안전합니다’, ‘#뜻밖에백허그’ 등 해시태그도 덧붙였다.
반면 윤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유세는 ‘안갯속’이다. 지난 5일 윤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최종 선출된 만큼 유세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컸지만, 3주가 지나도 공개 행보를 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원내외 당협위원장들의 배우자 모임인 ‘배우자포럼’을 통해 이달 말이나 내달 초 김건희씨가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국민의힘 측에서 공식 부인했다.
김건희씨가 등판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4일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지금까지 큰 선거마다 후보 사모의 행보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졌는데, 후보 배우자의 활동이 ‘이래야 한다’고 정해진 건 없다”며 “김혜경씨의 활동이나 노출이 득표 활동에 도움이 됐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대외활동을 제한적으로 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배우자 강난희 여사 등의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영부인 경쟁’에 시선이 몰린 만큼 과거 사례도 재조명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는 지난 20대 대선에서 적극적인 활동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상대적으로 문 대통령에 냉담했던 호남지역을 적극 찾아 민심을 살뜰히 챙기며 ‘호남 특보’라는 별칭을 얻기까지 했다.
반면 과한 행보가 독이 된 사례도 있었다. 이회창 전 총재의 부인 한인옥씨 이야기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한씨가 “하늘이 두쪽나도 우리는 대권을 잡아야한다”고 발언해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이낙연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집요하고 위험한 권력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너무 나선다’라는 평가를 받은 인물도 있었다. 이인제 후보의 부인 김은숙씨의 정치참모 역할을 놓고 경향신문은 “정치적 결단을 할 때마다 김씨의 조언이 상당부분 영향을 끼쳤다는 말도 있다. 때문에 ‘너무 나선다’는 부정적 평가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