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예스키즈존”… 용혜인, ‘국회 아이동반법’ 발의 이유는

“국회는 예스키즈존”… 용혜인, ‘국회 아이동반법’ 발의 이유는

“실제로 노키즈존 때문에 모욕감 느껴… 이등시민 된 기분”
“엄숙한 국회에 아이 있다는 것, 큰 상징적 의미 될 것”

기사승인 2021-11-27 06:00:18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사진=신민경 인턴기자

‘워킹맘’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노키즈존’을 고수하던 국회를 ‘예스키즈존’으로 바꾸겠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용 의원은 “국회는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며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이유로 정치인으로서의 활동이나 권리가 제한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에 아이가 출입할 수 있게 되는 것만으로 큰 상징적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 사회가 아동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동등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다음은 용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Q. 노키즈존 때문에 곤란을 겪었던 사례를 듣거나 겪은 적이 있는지?

A : 노키즈존을 이유로 입장을 거부당한 적이 있다. 아이를 낳고 집에만 있게 되다 보니 잠도 거의 못 자고 몇 달간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한번은 큰맘 먹고 바람을 쐬러 나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산책도 하고 커피도 한잔하자는 계획을 세우고 만반의 준비를 했다. 아기 기저귀, 물병, 젖병 모두 챙겨서 한 저수지에 갔다. 거기 있는 카페에 들어가려고 주차를 하는데 노란색 글씨로 노키즈존이라고 쓰여 있었다. 아기뿐 아니라 13살까지 출입이 안 된다고 했다. 그때 굉장히 모욕감을 느꼈다. 마치 나와 아기가 이등시민이 된 것 같고, 접촉하면 안 되는 존재가 된 기분이었다. 집에 돌아오면서 남편과 굉장히 침울해있었다. 그때 ‘아이를 키우는 많은 부모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이런 모멸감과 모욕감을 느끼면서 사는구나’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Q. 이번에 발의한 ‘국회 회의장 아동동반법’과 비슷한 법안을 신보라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낸 적이 있다. 당시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는데 왜 그랬는지?

A : 비슷한 법안을 지난 20대 국회에서 신 전 의원이 발의했다. 신 전 의원에게 당시 상황을 물어봤는데 당시 여야가 해당 법안에 대해 크게 이견이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때 공수처 설치 안도 있었고 여야가 매우 갈등하면서 협상을 주고받는 상황이었다. 우선순위가 밀리다 보니 논의가 잘 안 된 것 같다고 했다. 지금도 사실 비슷하다. 국회 아이 동반법을 발의하고 모든 당의 원내대표를 찾아갔다. 다들 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고 했다. 이견이 없는 사항이라고 동감했다. 그런데 막상 처리는 안 되고 있다. 아직 제대로 논의 한 번 된 적이 없다. 지금도 신 전 의원 때와 마찬가지로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게 되는 것 같다. 이외에도 대놓고 반대하진 못하지만, 국회에 아이가 들어올 수 있다는 데 불편함을 느끼는 분도 계신 듯하다. 아무래도 국회라는 공간이 의전이 중요하고 무거운 공간이지 않나. 격식과 권위가 있는 공간에 아이가 있다는 데 내심 불편함을 느끼는 분도 있다.

Q. 얘기한 것처럼 국회는 특히 엄숙한 공간이다. 이런 국회가 아이에게 빗장을 연다면 국회 바깥의 노키즈존 상업시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A : 국회에 아이가 들어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상징적인 의미를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이는 원래 울고 찡얼거리고 뛰어다닌다. 지금 우리 사회는 아이의 그런 모습을 참아주고 이해해줄 수 있는 관대함이 전혀 없다. 결국에는 엄마들이 집 안에 틀어박혀 사회로부터 격리된다. 이들은 굉장히 심한 우울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게 현실이다. 우리 사회가 아이를 보기 싫으니까 눈앞에서 치워버리는 게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동등하게 인정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국회라는 곳은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아이를 키우고 있기 때문에 정치인으로서의 활동이나 혹은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제한돼선 안 된다. 물론 이 법이 통과된다고 해서 저뿐만 아니라 아이가 있는 다른 의원들이 매일 아이를 데리고 본회의장에 오는 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살다 보면 어쩔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럴 때는 어쩔 수 없이 엄마 아빠가 연차를 쓰거나 휴가를 내서 아이를 돌보거나 아이를 데리고 출근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런데 국회는 아이를 못 오게 한 선례가 있기 때문에 사실상 금지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이 법안을 발의한 거다. 모든 국민의 대표자가 모인 국회 의사당에 아이라는 존재가 등장하는 게 어색하지 않다는 것만으로 상징적인 의미가 크리라 예상한다. 아이도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서 정치라는 영역에 보이는 게 자연스럽고, 아이를 양육하는 사람도 정치에 참여할 수 있고 노출될 수 있다는 게 중요한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노키즈존을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은 있는가? 앞으로 노키즈존 관련 법안을 따로 발의하거나 행동에 나설 계획이 있는지.

“현재로선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없는 거로 알고 있다. 그나마 가능한 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진정을 넣는 방식이다. 실제로 지난 2017년 11월에 인권위 권고가 나온 적이 있다. 파스타를 판매하는 한 식당이 아이를 출입하지 못하게 막았고 부모가 인권위에 진정을 넣었다. 이후 인권위는 식당에서 13세 이하 아동의 이용을 제한하는 건 어떠한 근거도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해당 행위는 명백한 차별 행위이며 향후 13세 이하 아이를 배제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권고 사항은 법적인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법적 제재 수단이 없다고 보는 게 맞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되고 나면 노키즈존에 대해서 더 구체적인 제재 방안을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현재 이유 없는 차별 행위를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은 권고 수준에 그치지만,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권고사항 이행을 명령하고 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 차별금지법으로 아이를 동반한 양육자에 대한 차별을 시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수단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법이 만들어진다고 해서 아이를 동반한 사람에 대한 인식이 당장 바뀌진 않을 거다. 그 이전에 담론 차원에서의 노력도 필요하다. 

Q. 정치인으로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A : 정치인으로서 관련된 법 제도를 살펴보고, 개정안을 내고, 이게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외에도 아이와 함께 있다는 이유로 부당한 차별을 겪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게 있겠다. 지금도 사실상 격리 상태로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겪는 답답함과 차별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내가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시민 사회의 노력도 필요할 것 같다.

A : 요즘 트위터 등 SNS에서 노키즈존 관련 논란이 있었다. 제 주변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말이 많았다. 사실 이런 논쟁은 지금까지 ‘노키즈존 할 수도 있지’, ‘그건 영업하는 사람의 자유다’라고 이야기돼 왔던 것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이다. 나는 지금의 소란과 논쟁이 결국에는 좋은 동력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신민경 인턴기자 medsom@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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