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發 코로나19 변이 충격, 시나리오에 따른 금융시장 여파는

남아공發 코로나19 변이 충격, 시나리오에 따른 금융시장 여파는

기사승인 2021-11-30 06:17:01
쿠키뉴스DB
남아공발(發) 코로나19 변이(오미크론)이 등장하면서 금융시장은 또다시 요동치고 있다. 오미크론의 전파력과 치명률은 아직 정보가 구체화되지 않았기에 시장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오미크론이 치사율과 백신 회피율이 예상보다 높을 경우 금융시장을 흔들 파급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연준(Fed)가 준비해왔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과 금리 인상은 그만큼 늦어질 가능성이 크고, 각국은 또다시 락다운(봉쇄)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공급망 차질이 완화되는 과정에서 이번 이슈가 발생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심화될 수 있다. 최악의 경우에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제 현상)도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오미크론의 치사율이 생각보다 낮고 백신에 통제될 수 있다면 단기적 악재로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은 ‘미국 연준 테이퍼링 가속화에 대한 시장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주 후반 빠르게 부각된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우려가 테이퍼링 가속화 가능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은 이어 “해외 투자은행들은 대체로 영·미 등의 코로나 안정세, 치료제 보급 등으로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전망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변이로 인한 상황전개에 주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오미크론 쇼크가 발생하기 전까지만 해도 월가와 시장에서는 미국 연준이 테이퍼링 시행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재임명되면서 연준이 조기 금리 인상을 추진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나왔다. 

실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재연임 이후 백악관 연설에서 “연준은 노동시장을 지원하고 더 높은 인플레이션이 고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하지만 남아공 코로나 변이 오미크론의 등장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은 커진 상황이다. 오미크론의 갑작스런 출현에 금융시장은 곧바로 반응했다. 이달 26일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패닉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한국(코스피 -1.5%), 미국(S&P500 -2.3%), 유럽(유로스톡스50 -4.7%), 유가(WTI -13.0%) 등 주요 자산시장이 동반 급락한 것이다. 또한 전 세계 주요 방역당국은 선제적으로 경제 및 국경 봉쇄를 시행하면서 시장의 패닉을 부추겼다.

현재 WHO는 오미크론이 전파력이 심각하고, 백신 저항력이 커진다는 특성을 지님에 따라, 이를 ‘우려 변이’로 분류했다. 해당 바이러스에 대한 데이터가 확보될려면 최소 2주가 걸린다. 

다만 다행인 것은 오미크론의 치사율이 과장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오미크론 변이 환자를 처음 발견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의사협회장 안젤리크 쿠체 박사는 “이달 초 극심한 피로를 호소하는 젊은이들을 진료하기 시작했다”며 “이전에 치료한 환자들과는 매우 다르게 아주 경증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그동안 감염병은 역사적으로 짧은 세대기와 높은 복제력으로 변이가 발생했지만 치명률이 높아진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만약 오미크론의 치사율이 예상 보다 높지 않다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키움증권 리서치센터는 “(만약 치사율이 높지 않다면) 오미크론이 기존 시장의 경로를 훼손시키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단기적으로 오미크론에 대한 관심이 급증할 수 있으나, 1~2주 뒤에는 인플레이션, 공급난, 연준, 미국 소비시즌 등 기존 변수들이 시장의 중심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의 치명률이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날 경우 경제 및 통화정책 정상화 기대를 재차 반영하면서 시장금리는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치사율과 전파력 수준의 정보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미국채 금리는 여전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치사율이 예상 보다 높다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된다. 삼성증권 유승민 연구원은 “이번 오미크론 이슈는 공급망 차질이 완화되는 과정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심화될 수 있다”며 “또한 새 변이의 확산에 따라 경제활동 정상화가 늦어지고 공급망 교란이 심화되는 경로로 갈 경우 스태그플레이션 내러티브(투자자와 미디어에 따라 시장이 움직인다)가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채권시장도 크게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진행될 경우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정상화 기대가 후퇴하고 안전자산 선호가 장기화되면서 금리 수준은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키움증권 리서치센터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질 경우에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2021년 7월 수준이었던 1%대 초반까지도 하락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며 “전면적인 봉쇄 정책이 재시행될 경우에는 경기 회복 기대가 다시 지연되고, 미 연준의 테이퍼링 속도 또한 현재의 월간 150억 달러 규모보다 늦춰지는 쪽으로 시행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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