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정권교체’가 힘을 잃어가는 모양새다. 대선후보 선출 직후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놓고 당이 내홍에 휩싸이면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흔들리고 있다.
1일 발표된 채널A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윤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선 100일을 앞두고 나온 최근 여론조사 결과 중 처음이다.
채널A 의뢰로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달 27~29일 전국 성인 1008명을 대상으로 ‘내년 대선에서 어느 후보에게 투표할 것인지’를 물은 결과, 이 후보는 35.5%, 윤 후보는 34.6%를 기록했다. 두 후보간 지지율 격차는 0.9%로 오차범위(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안이다.
민주당은 들뜬 분위기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1일 저녁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에서 “드디어 골든크로스(지지율 교차)가 이뤄졌다. 기쁜 소식”이라며 “일희일비할 것은 아니나 이 후보의 진면목이 알려지고 민주당이 스스로 변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을 국민이 평가해줬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최근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하락세인 윤 후보의 지지율을 이 후보가 따라잡으며 지지율 격차를 줄여가는 모습이다. MBC가 대선 D-100인 지난달 29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코리아리서치 의뢰, 27~28일간 1008명 대상)에 따르면, 윤 후보는 35.7%, 이 후보는 32.7%를 각각 기록했다.
두 후보 간 격차는 3%p로 오차범위 내다. 이는 3주 전 조사보다 좁혀진 결과다. 윤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최종선출된 직후(6~7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는 39.5%, 이 후보는 32.2%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7.3%p로 오차범위 밖 결과였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윤석열 35.5% vs 이재명 35.5%(KBS 의뢰, 한국리서치, 26~28일 1000명 대상) △윤석열 34.4% vs 이재명 32.7%(SBS 의뢰, 넥스트리서치, 26~28일 1007명 대상) 등 격차가 다소 좁혀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달 5일 윤 후보는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최종 선출되면서 ‘컨벤션효과(정치적 이벤트를 통해 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를 누리며 지지율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3주간 당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이 난항을 겪고, 공약 등 정책적 메시지가 실종되면서 지지율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매머드급 선대위를 전면 개편해 새출발을 나선 이 후보와 대조적이기도 하다. 이 후보는 ‘기민하고 슬림한 선대위’를 내세우며 선대위의 16개 본부를 6개 본부로 통폐합했다. 사실상 6명의 본부장이 최전선에서 이 후보와 실시간 소통하는 체제로 재정비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당심으로 승기를 잡았던 국민의힘 대선경선 전략을 그대로 이어가는 것이 패착이라고 진단했다. 지난달 5일 발표된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결과는 ‘당윤민홍(당심은 윤석열 민심은 홍준표)’이었다. 책임당원 선거인단 투표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각각 50%씩 합산 반영하는 경선룰에서 △당원투표 윤석열 57.8% vs 홍준표 34.8% △일반국민 여론조사 윤석열 37.9% vs 홍준표 48.2% 등을 기록한 바 있다.
홍 소장은 “(윤 후보가) 컨벤션효과를 스스로 소진하는 꼴”이라며 “이 후보 측에선 잘못된 전략을 보완하고 재정비하는 등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윤 후보는 민심에서 실패하고 당심으로 이긴 경선 전략을 그대로 가져가고 있다. 전략적 미스”라고 진단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 결과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