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희 아나운서 / 건강에 꼭 필요한 이슈를 알아보는 시간, 메디인 시작하겠습니다.
오늘도 스튜디오에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유수인 기자 / 안녕하세요.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오늘은 어떤 내용에 대해 알아볼까요?
유수인 기자 / 의료계에 만연한 ‘갑질 문화’ 하면 어떤 게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많은 사람들이 ‘태움 문화’를 떠올리실텐데요.. 최근 몇 년 동안 병원에서 환자들이 치료를 잘 받을 수 있도록 돌보는 역할을 하는 간호사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건이 지속해서 발생한 가운데 그 원인으로 ‘태움 문화’가 꼽히고 있습니다. 이런 태움 문화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 제기가 되고 있지만, 그 근본적인 원인이 사라지지 않아 여전히 많은 간호사들이 괴로움을 겪고 있는 실정인데요, 무엇부터 개선해야 할지, 그 문제점들에 대해 얘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신규 간호사, 간호조무사는 물론 간호조무사 실습생들에게까지 이런
‘태움’이라는 문화가 대물림되고 있는 실정으로 알고 있어요. 일련의 여러 사건들 이후
많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여러 부작용들이 발생하고 또 근본적인 원인들이 해결되지 않고 있는데요, 오늘 유수인 기자와 함께 관련상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유수인 기자, 먼저 ‘태움’이라는 용어부터 설명해주세요.
유수인 기자 / 태움은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에서 나온 일종의 은어로, 후배나 신규 간호사가 업무 미숙 등을 이유로 선배 간호사에게 당하는 심한 질책이나 따돌림 등의 괴롭힘을 말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이런 ‘태움’으로 인해 안타깝게도 극단적 선택을 했던 간호사들이 있었어요. 이들의 죽음으로 병원 내 괴롭힘인 ‘태움’이 알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어떤 사건이었나요?
유수인 기자 / 먼저 2018년에 있었던 사건부터 말씀드리면요.. 2018년 2월에 서울 아산병원 중환자실에서 근무했던 故 박선욱 간호사가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서울아산병원 간호사로 일한 지 고작 5개월 만이었습니다. 다른 병원은 지원하지 않을 만큼 가고 싶었던 곳이었는데 6개월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극단적 선택을 감행했던 것인데요,
박 간호사는 업무에 대한 압박감과 함께 일하는 간호사의 눈초리를 언급하며 '하루 서너 시간밖에 못 자고 끼니는 매번 거르고 있다'는 메모를 남겼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참 안타까운 사건이었죠. 벌써 3주기가 지났는데요
그렇다면 사건은 어떻게 마무리 된건가요?
유수인 기자 / 사건 이후 직장 내 괴롭힘의 고리를 끊기 위해 간호사들과 유족들은 함께 거리에 나섰습니다. 바라는 것은 '병원 측의 사과'와 '재발 방지'였습니다. 하지만 당시 경찰은 병원 내에서 ‘태움’이라고 불리는 폭행, 모욕, 가혹 행위 등의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혐의없음'으로 내사를 종결했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하지만 법원과 근로복지공단의 판단은 달랐다고요?
유수인 기자 / 서울동부지법은 박 간호사의 유족이 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병원 측이 유족에게 3천 9백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지난해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신입 간호사인 박 씨에게 적절한 교육 없이 과중한 업무를 맡겼고, 이로 인한 압박감과 피로가 더해져 자살에 이르렀다"며 "이를 예측할 수 있었던 병원이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병원 측에 40%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의 판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공단 측은 2019년 박 간호사의 사망을 산업재해로 인정하며 "적절한 교육 체계나 지원 없이 과중한 업무를 수행해 피로가 누적되고 우울감이 증가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 어떤 배상도 박 간호사의 죽음을 대신할 수는 없겠지만, 그 사건으로 ‘태움’이라는 문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었어요. 이후 벌어질 수 있었을 많은 사건들을 막을 수 있었던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요.
유수인 기자 / 네 하지만 ‘태움’으로 인한 사건은 이듬 해 또다시 이어졌는데요,
2019년 1월, 서울의료원에서 근무했던 고 서지윤 간호사가 자택에서 약물 과다 투여로 숨진 채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극단적 선택을 한 서지윤 간호사의 유족들은 평소 그녀가 직장에서의 괴로움을 호소했다고 알렸습니다. ‘오늘 밥 한 끼도 못 먹었다’, ‘오늘 물 한 모금도 못 먹었다’, ‘커피 타다가 커피가 넘쳐서 혼났다’ 등 살아생전 가족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괴로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슬리퍼 끄는 소리조차 눈치가 보여 새 것으로 갈아 신을 정도였다는데요, 이 병원에서 일한 지 5년 됐으나, 유서에는 “나 발견하면 우리 병원 가지 말아줘”라는 말과 함께 “병원 사람들 조문은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고 합니다. '태움'이 서 간호사 사망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이유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서 간호사의 사건 역시 산업재해로 인정이 되었었나요?
유수인 기자 / 네 사건 이후 유족과 노조의 추천으로 구성된 진상대책조사위는 서 간호사가 근무했던 서울의료원에 대한 조사를 벌였고, 2019년 9월 '서 간호사의 죽음은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한 것이 맞다'고 결론내렸습니다. 또 근로복지공단 역시 "고(故)서지윤 간호사의 유족이 제출한 유족급여와 장의비 청구 사건에 대해 서울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2018년 고(故) 박선욱 간호사와 2019년 고 서지윤 간호사의 죽음 이후 정부와 의료계는 태움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들이 있었나요?
유수인 기자 / 네. 2019년 7월 16일부터 근로기준법상의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이 신설되었고요. 또, 직장 내 괴롭힘, 고객 폭언 등으로 인해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질병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개정 산업재해보상보험법도 효력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은 어떤 건지 좀 더 자세히 알아볼게요
법에서 규정하는 직장 내 괴롭힘의 정의는 어떻게 되어 있습니까?
유수인 기자 / 근로기준법 제76조의 2의 직장 내 괴롭힘의 정의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고통을 주거나, 업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용자든 근로자든 이러한 직장 내 괴롭힘을 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와 같은 규정은 병원 뿐 아니라 어떤 회사든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건가요?
유수인 기자 /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고, 상시적으로 10명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한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과 발생 시의 조치 등에 관한 사항을 취업 규칙에 반영해, 이를 고용노동부장관에 신고해야 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만약 그 내용을 위반할 경우, 어떤 조치가 취해지게 되는건가요?
유수인 기자 / 그렇게 하지 않으면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 받거나 인지하면 지체 없이 조사해야 하고요. 만약 직장 내 괴롭힘이 확인되면 행위자에 대한 징계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또한 괴롭힘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신고자에게 불이익을 준다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처벌과 예방에 대한 부분을 법으로 확실하게 보장하고 있는 거군요. 이렇게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됐는데요
의료계의 태움문제를 해결하는데 성과는 있었나요?
유수인 기자 / 오선영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은 “2~3년 전 태움이 사회적 이슈로 조명된 이후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나왔다. 그게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최근 노조가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며 “그 결과 갑질, 태움 등의 행태가 줄었다는 비율이 높았다”고 밝혔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갑질, 태움 등의 행태가 줄어들었다고 발표했지만 현실은 다른 부분들이 많다고요.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행간)에 따르면, 직장갑질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에서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 고 응답한 비율은 32.9%로 지난해 36%보다 감소했지만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사람 중 68.4%는 ‘참거나 모르는 척을 했다’ 고 답했습니다. 그 이유는 ‘대응을 해도(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 ‘향후 인사 등에 불이익을 당할 거 같아서’가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제정의 단초가 됐던 고(故)박선욱간호사, 고 서지윤간호사 이후 산재 인정 등의 변화도 있었지만 아직 현장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의 변화를 체감하기 어려웠다”며 “간호사들이 업무 중 다른 직군, 상급자, 동료들의 폭언, 폭행을 당하는 사례는 여전히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 외에도 업무배제, 비하, 무시, 업무전가, 따돌림 등 신규간호사, 경력간호사 할 것 없이 다양한 직장 내 괴롭힘의 유형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간호사 A씨의 사례를 언급했는데요. A씨는 정신병원에 근무하며 환자를 임의로 안정실에 격리하거나 대리처방을 하는 등 환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상황을 알게 됐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그 뒤로 병원에서 원래 병동 업무가 아닌 단순히 방문객의 체온을 측정하는 업무로 전보되어 의자 하나만 놓고 근무해야 했는데요. 병원에서는 A씨에게 과소업무를 배정한 후 병동 출입을 하지 못하게 했고 업무에 필요한 물품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는 엄연한 직장 내 괴롭힘이지만 이를 신고했음에도 처리 절차(조사, 징계)가 사업장 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A씨는 제대로 된 조치를 받지 못했습니다. 결국 A씨는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사직하게 됐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은 가해자가 직장 내부의 사람인데 신고는 직장에 해야 하다 보니 피해자에게 불리한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행간 측 설명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권고사직을 당하게 됩니다. 회사 내에서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고용노동부에 신고할 수도 있지만 근로감독관에 의해 2차 가해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어 그 피해는 오로지 피해자가 감당해야 합니다.
행간은 “게다가 이조차도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위의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실제로 직장 내 괴롭힘을 감소에 기여했냐는 질문에 ‘줄어들지 않았다’고 대답한 사람이 46.7%였다”라면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제정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 법안이 실제로 처리되는 과정에서 한계점은 계속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의료현장에서는 태움으로 취업을 포기하거나 이직을 결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하던데요.. 어떤 사례들이 있었나요?
유수인 기자 / 간호조무사 B는 “의사나 간호사들은 간호조무사를 간호사의 아랫사람으로 보는 것 같다. 폭언 등을 참다못해 퇴사를 결심했고 1년간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 다시 직장을 구하려고 보니 막막하다”라고 호소했습니다. 또 예비 간호사, 간호조무사가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의료계의 갑질 문화 때문에 취업이 걱정된다거나 아예 포기했다는 글도 올라와 있습니다. 간호조무사 실습생이라고 밝힌 한 이용자는 “간호사, 간호조무사들의 갑질에 학을 떼고 취업을 포기했다. 의료계는 갑질이 일상화된 곳”이라고 밝혔습니다. 간호학과에 재학 중이라고 밝힌 한 학생은 “간호사 사이에서 태움이 심하다고 해 취업 후가 걱정된다”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유수인 기자 / 심지어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간호사 태움 문화가 더 교묘해졌다고 토로하는 경우도 있었다고요?
유수인 기자 /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에는 신고를 위한 녹음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교묘하게 태우는 경우도 많아졌다는 제보도 있었습니다. 모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경기도 소재의 국립병원 신입 간호사로 일을 시작한 C씨는 “입사 후 한달 만에 동기의 3분의 1이 퇴사했다”면서 “앞에서 험담을 하면 녹음을 할까봐 밖에서 기다리라고 지시한 뒤 욕을 하기도 하고, 태우기 전에는 ‘뭐라고 하는 건 아니다’라는 말을 붙이기도 했다”고 하소연 했습니다. 또 서울시의 한 종합병원에 취업해 두 달 만에 그만둔 간호사 D씨는 “선배 간호사가 ‘네가 하는 모든 것, 청소하는 것조차 더럽고 쓸데없다'고 폭언을 퍼부었다”면서 “옷을 갈아입는 시간 등 녹음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부모님 욕을 하거나 심한 말을 집중적으로 했다”고 토로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또 태움을 주도하던 간호사가 처벌은커녕 버젓이 교수에 임용되는 일도 일어났다고요?
유수인 기자 / 예.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태움과 폭행을 저지른 간호사의 교수 임용을 취소해 달라”는 글이 올라와 1만6000여명의 동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피해를 주장한 간호사는 “셀 수 없는 폭언, 폭행 등을 당하는 것은 부지기수였다”고 밝히며 해당 교수의 임용 취소와 태움 방지를 위한 강력한 정부 대책 등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얘기를 쭉 들어보니 아직도 태움이나 갑질 문화가 의료계에서는 만연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간호사의 이직률도 높을 수 밖에 없겠어요?
유수인 기자 / 간호사 이직률도 높은 수준입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최근 조합원으로 조직돼 있는 의료기관 102곳에 대해 2020년 간호사 이직률을 조사한 결과, 이직률이 가장 높은 곳은 최고 45.5%에 달했습니다. 또 병원간호사회가 올해 발표한 ‘병원 간호인력 배치 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신규 간호사 이직률은 44.5%였다. 2018년 42.7%, 2019년 45.5%로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신규 간호사 2명 중 1명은 퇴사하거나 이직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겠네요. 이렇게 높은 이직.퇴직률의 원인이 되는 태움 문화가 의료계에 형성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유수인 기자 / 간호조무사계는 의료계의 봉건적 문화와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의 특성이 태움 문화를 고착화시켰다는 입장입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관계자는 “태움은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 특성상 병원 내에서 당연시되던 문화다. 실수에 대해 질책하는 것도 환자 목숨이 달려있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병원에 따라 간호조무사끼리 태우는 경우가 있고, 간호부가 간호사와 조무사를 태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여기에는 의료계의 봉건적 문화가 뒤섞여있는 것 같다. 의사를 중심으로 위계질서가 생기다보니 간호사, 간호조무사를 분업적 관계로 보지 않고 상하관계, 갑을관계로 보는 것”이라며 “직업적 특성의 근거가 갑을문화를 옹호하는 논리로 사용되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일각에서는 이런 ‘태움’의 근본원인이 고도한 업무 과중에서 온다는 분석도 있어요.
유수인 기자 /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간호사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보니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업무가 과중한 상황"이라며 "선배 간호사들이 과중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많다 보니 신규 간호사에 대한 교육도 잘 이뤄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러다보니 후배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태움과 같은 현상도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국내 간호사 1명당 담당하는 환자 수는 매우 많은 수준입니다. 대한간호협회가 발간한 '2020 간호통계연보'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의료 기관 근무 간호사 수는 3.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8.9명의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간호협회 관계자는 “간호사 한 명이 맡은 환자는 굉장히 많고 현장에선 작은 실수가 환자 생명을 좌우할 수 있다"며 "그러다보니 교육이 엄격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태움이 발생하기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하지만 태움의 근본적 원인인 인력부족 문제는 그대로인 채 ‘직장 내 괴롭힘’만 강조되다 보니 그에 따른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고요?
유수인 기자 / 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인력부족 문제가 제자리걸음이라서 업무강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또 그것 때문에 태움이 발생했다는 얘기가 많아서 법정인력이 준수되는 게 필요할 것”이라며 “요즘 들리는 말로는 사소한 부분들까지 신고를 해서 오히려 프리셉터(간호업무에 대해 전반적인 것들을 알려주는 일종의 멘토)로 일하는 사람들이 역태움을 당해 어려움을 호소한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태움 문화를 없애기 위해 제정되었던 법이 오히려 역태움 현상을 일으킨다는 거군요?
유수인 기자 / 그렇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으로 서로 조심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지만, 오히려 전수해줘야 할 것도 못하고 대화가 단절되면서 신규 간호사들이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있고 그런 상태에서 혼자 일을 해야 하는 등 업무 부담이 있다 보니 이직을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렇다면 근본 원인인 인력부족 문제부터 해결되는 것이 급선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리하자면 간호사들의 이직률이 높은 이유가 ‘태움’문화 때문만이 아니라 인력부족에서 오는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는거죠?
유수인 기자 / 업계에서는 간호사 인력부족과 열악한 근무조건이 간호사의 의료기관 탈출과 높은 이직률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는데요, 실제로 2018년 기준 우리나라 간호사 면허 소지자 39만 5000여명 중 의료기관에서 활동하는 간호사는 19만 3900여명으로 절반도 되지 않는 49.1%에 불과합니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병원 내 신규 간호사 비율이 50% 이상이다. 중간 연차의 간호사가 없으니 예전에 비해 상호보완이 어려워졌을 거고 그래서 트레이닝 기간이 끝나면 일을 그만 두는 사례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인력이 부족해 여유가 없다보면 말도 막 나가게 된다. 간호사 이직과 태움을 막기 위해서는 인력 충원 및 신규 간호사 등에 대한 교육제도 정착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며 각 사업장에서 의무교육이 시행되고는 있지만 이를 통해 조직문화를 새롭게 발전시켜 가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쉴 시간도 모자란 간호사들에게 오히려 교육은 업무부담이 되곤 한다.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직장 내부의 노력도 물론 있어야 하겠지만 이는 간호인력 충원을 통한 1인당 적정 환자수 배정, 노동조건 개선과 같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심지어 현장에서는 인력만 충원되면 태움 문제의 절반은 해결된다고 말할 정도라고 하는데요, 이에 대한 정부쪽의 입장은 어떤가요?
유수인 기자 / 양정석 복지부 간호정책과장은 “지난 2018년 3월 간호사 근무환경 및 처우개선 대책을 발표한 이후 그해 12월 병원협회와 협업해 인권침해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했고, 지속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또 복지부 소관 법은 아니지만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신설되며 그에 맞게 가이드라인을 수정, 배포했다”고 말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지난 2018년 3월 발표했던 ‘간호사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대책’은 현직 간호사에게는 현장을 목소리를 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었죠.
그건 어떤 이유 때문인가요?
유수인 기자 / 간호 서비스에 대한 건강보험 수가를 개선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수익금을 간호사 처우개선에 사용토록 한다는 게 주요 골자였습니다. 또 바람직한 간호사 교대근무 모델을 개발하겠다는 것도 대책에 포함했었는데요 하지만 처우개선을 위한 별도의 예산은 편성하지 않고 권고에 그치다보니 현장에서는 변화를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현장의 이런 목소리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태움 및 간호 인력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교육전담간호사’ 배치를 민간병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도 전해주세요.
유수인 기자 / 양정석 복지부 간호정책과장은 “교육전담간호사 사업도 계속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태움은 업무량이 많은 기존 경력 간호사가 신규 간호사를 트레이닝 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하기 쉽기 때문”이라며 “현재는 국공립병원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데 이를 민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그는 “인력부족 문제 해결은 쉽지 않은 부분이다. 양적인 측면에서는 간호대 정원을 계속 늘리고 있지만 간호사 양성에만 적어도 4년 이상 소요돼 시차가 발생한다”면서도 “그 사이 이직률 개선을 위해 교육전담간호사나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이를 확대하는데 있어서는 다시 인력문제가 맞물린다. 그래서 간호사의 업무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생명을 다루는 직업 특성상 어느 정도 용인되었던 태움은 이제는 사라져야 할 악습 중의 악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간호사들의 인권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본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메디인 마칩니다. 유수인 기자였습니다.
유수인 기자 / 네. 감사합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