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코로나 전담치료병상 행정명령 발동…"효율성 향상 기대"

정부, 코로나 전담치료병상 행정명령 발동…"효율성 향상 기대"

일부 전문가들 '중환자 병상 입·퇴실 기준 마련' 필요성 제기

기사승인 2021-12-10 11:11:53
박효상 기자

정부가 코로나19 전담치료병상을 확보하기 위한 행정명령을 10일 발동한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우선, 전국 500병상 이상 700병상 미만 의료기관(28개소)을 대상으로 중증 및 준중증 병상 241개를 추가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행정명령을 통해 500병상 이상 700병상 미만의 종합병원에서도 준증증환자부터 중증환자까지 치료가 가능하도록 해 병상운영의 효율성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또 비수도권 내 200~299병상 의료기관 중 코로나19 치료병상을 운영하고 있지 않은 137개 병원을 대상으로 중등증 환자(중증은 아니나 입원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전담치료병상 1658개를 추가 확보한다.

다만, 행정명령 발령 후 지자체(시·도)에서 각 의료기관의 시설 및 인력 등의 여건을 점검하고 병상 확보계획을 수립해 나가는 과정에서 실제 확보 가능한 병상은 변동될 수 있다.

목표한 병상을 모두 확충하게 되면, 중증 전담병상은 158개가 증가한 1413개, 준중증 전담병상은 83개가 증가한 746개, 중등증 전담병상은 1658개가 증가한 1만3852개로 늘어난다.

이와 함께 중수본은 지자체(시·도)와 긴밀히 협력해 코로나19 치료만을 전담하기 위해 중증도에 따른 모든 유형의 병상을 운영하는 거점전담병원도 지속적으로 발굴·확충해 나갈 예정이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병상 여력을 좀 더 개선하기 위해 오늘 추가적으로 행정명령을 실시한다. 의료기관에서는 신속하게 병상 확충에 준비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달 1일 단계적 일상회복 전환 이후 전국적으로 확진자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의 병상 가동률도 올라가고 있다. 

이날 기준 중환자 전담치료병상 가동률은 전국 79.3%로 260병상의 이용이 가능하다. 수도권에서는 118병상이 남아 있다. 

준-중환자병상 가동률은 전국 73.9%로 173병상의 이용이 가능하다. 수도권은 106병상이 남아 있다.

감염병전담병원 가동률은 전국 73.7%로 3213병상의 이용이 가능하다. 수도권은 1305병상이 남아 있다. 

생활치료센터 가동률은 전국 69.6%로 5176병상의 이용이 가능하다. 수도권 가동률은 73.5%로 3044병상의 이용이 가능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중환자 병상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중환자 병상의 입·퇴실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홍석경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외상외과 교수는 지난 8일 서울 용산구 의협임시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중환자 병실 우선배정 기준안 마련 토론회’에서 코로나19 상황에 중환자 병상을 비롯한 병상이 빠르게 감소하는 만큼 중환자 병상 우선 배정 기준 및 입·퇴실 기준을 마련해 효율적인 운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코로나19 중환자에 대한 입·퇴실 기준은 마련돼 있지 않고 환자의 중증도만을 고려해 입원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이에 홍 교수는 중환자 병상이 제한적이거나 포용할 수 없을 때 활동력, 예측 생존률 등에 따라 중환자실 입실에 대한 우선순위를 4단계로 나누고, 입·퇴원 기준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치료를 진행하더라도 사망 가능성이 클수록 우선순위에서 낮아진다. 다만, 이를 위해 의료전문가와 국민, 법조계 등 다양한 의견을 두고 정부와 협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쟁터에서나 있을 논의를 지금 얘기하게 된 게 불행하다”면서 “병상 증설과 함께 효율성의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다만,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재난 상황에서는 최고의 치료가 아닌 최적의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환자의학회는 앞서 중환자 병상이 부족하다는 가정 하에 △사망이 임박한 환자 △집중 치료 3주 이상 지났음에도 사망 가능성이 높고 환자 또는 보호자가 집중 치료를 원하지 않는 경우 △뇌사 상태이거나 임상적으로 뇌사로 판단하는 경우를 중환자 병상 퇴실 기준으로 정했다.

임채만 한국의료윤리학회 회장은 “무의미한 중환자실 입실을 줄일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중환자 병상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일반병실처럼 바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무의미한 중환자실 입원을 줄이면 국가 전체적으로도 상당수의 중환자 병상을 확보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라는 감염병 특성상 많은 인적, 물적 의료자원을 소모한다. 이에 따라 비 코로나 중환자가 치료받지 못하는 병행적 피해도 생길 수 있다”며 “코로나 유행 정도, 의료시스템 대응 여력, 오미크론 변이와 같은 예기치 않은 변수에 따라 중환자실 입·퇴실 기준은 조정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민관합동으로 입·퇴실기준위원회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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