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떼인 보증금 5천억원…예방만으론 힘들어

올해 떼인 보증금 5천억원…예방만으론 힘들어

HUG 전세보증금 대위변제액 4489억원...사고액 역대최대
보증금 피해 원인 ‘깡통전세’...서울 신축빌라 전세가율 90%
근본적 해결책 필요...일반임대주택까지 보증보험 확대해야

기사승인 2021-12-11 07:00:07
사진=안세진 기자

#서울시 강서구의 빌라에 거주하고 있는 A씨 부부는 요새 잠을 못 잔다. 집이 경매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현재 선순위 보증금으로 인해 7번째 유찰된 상황이다. A씨 부부는 언제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처음부터 문제가 있는 집은 아니었다. A씨 부부는 2년 전 신혼집으로 이곳으로 이사왔다. 당시 빌라의 매매가격은 3억5000만원, 전세는 3억원이었다. 집주인에게 근저당권은 없었기에 이들 부부는 전세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던 어느 날 A씨 부부는 공인중개사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게 된다. 최근 빌라 주인이 바뀌었는데 바뀐 주인은 갭투자로 인한 전세보증금 미반환으로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이후에 A씨 집을 포함한 다수의 집들이 경매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가 늘고 있다. 전세가격이 크게 올라 매매가격과 큰 차이가 없어진 상황에서 ‘갭투자’로 인한 ‘깡통전세’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인력 충원 등 보증보험 제도의 보완을 통해서 이같은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HUG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인 11월까지 발생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사고건수는 2473건, 사고금액은 5048억원으로 집계됐다. 연간 기준 역대 최대치인 지난해(2408건·4682억원) 기록을 이미 넘어선 수치다. 

전세반환보증은 임차인이 임대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못 돌려받을 경우 HUG가 대신 돌려주고 임대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받아내는 보험 상품이다. 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은 2013년 9월 출시한 이후 가입규모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5년 7221억원 수준이던 가입금액은 2020년 37조2595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 10월말 기준 42조7121억원의 가입실적을 보이고 있다.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한 임대인이 늘면서 HUG가 세입자에게 우선 지급한 보증금액도 증가했다.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HUG의 대위변제 금액 합계(4489억원)는 지난 한해 금액보다 74억원 많다. 변제건수(2230건)도 지난해 수준(2266건)에 육박한다.

시장에서는 이같은 보증금 피해 원인으로 ‘깡통전세’를 꼽는다. 최근 전세가격이 매매가격과 큰 차이가 없어져 갭투자(전세 낀 매매)로 매입하는 임대인들이 많아졌고, 그렇기 때문에 임대인이 새 임차인 마련에 애를 먹게 되면서 기존 임차인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의 차이를 알 수 있는 전세가율은 크게 올랐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바탕으로 올해 지어진 서울 신축 빌라의 상반기 전세 거래 2752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27.9%(739건)가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 90%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전셋값이 매매가와 같거나 더 높은 경우도 19.8%(544건)에 달했다.

다방 관계자는 “깡통주택은 임대차 계약 만기 이후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전세금을 돌려받을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집값이 하락하면 집주인의 주택담보대출 금액이 줄어드는 데다 빌라 특성상 매매도 어려워질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전세보증금을 떼일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세입자 피해 예방을 위해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HUG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이 있지만 근본적인 피해 구제책은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HUG 관계자는 “보증 보험이라는 게 사후적이다”라면서 “HUG에서는 사전 예방 차원으로 전세사기 대응단 운영 등을 하고 있지만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주기적 점검 활동 강화, 유관기관 협의체 운영 등 보다 적극적인 관계 부처들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피해자 구제책을 마련하는 것과 동시에 피해 예방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현재 등록임대주택에 한해서만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하다. 일반임대주택까지 그 범위를 넓힐 경우 사고 예방과 피해 예방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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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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