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메이커’ 불협화음도 화음이다 [쿡리뷰]

‘킹메이커’ 불협화음도 화음이다 [쿡리뷰]

기사승인 2021-12-16 05:32:01
영화 ‘킹메이커’ 포스터

정치극도, 시대극도 아니다. 승자도, 패자도 없다. 정답도, 오답도 없다. 길 잃기 쉬운 이야기에서 나침반이 되어주는 건 사람이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걷는 평행선을 끝까지 존중하는 영화다. 때로는 가깝고, 때론 멀어 보이는 착시를 우정과 갈등의 서사로 엮었다.

영화 ‘킹메이커’(감독 변성현)는 1960~70년대 독재 정권 아래에서 민주주의 정권을 이루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정치인 김운범(설경구)은 올바른 방식을 고집하며 목포 국회의원 선거에서 번번이 낙선하면서도 또 도전한다. 그의 앞에 이북 출신 선거 전략가 서창대(이선균)가 뜻을 함께하고 싶다며 나타난다. 서창대는 선거판을 흔드는 파격적이고 지저분한 전략으로 김운범의 당선을 돕는다. 선거에서 이기길 바라는 마음은 같지만 방식이 다른 두 사람은 우연히 벌어진 사건으로 감정이 격해져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김운범과 서창대는 실존 인물을 모델로 했다. 영화는 그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부산 출신 야당 실세 국회의원 김영호와 선글라스와 양주로 상징되는 군인 출신 대통령 역시 누구를 모델로 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역사 속 인물을 그대로 재현한 건 관객이 잘 아는 기억을 건드려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는 기능을 한다. 실존 인물의 이름을 모두 바꾼 건 영화가 역사 재현에 그치지 않고 자유롭게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할 자유를 확보하는 시도다. 그래서 영화는 익숙한 정치 시대극으로 전개되는 전반부와 인물에 집중하는 후반부로 선명하게 나뉜다.

영화 ‘킹메이커’ 스틸컷

결국 힘을 합쳐 성공의 길로 향하거나, 역사가 걸었던 비극적인 길을 걷는 평범한 영화처럼 보인다. ‘킹메이커’는 다른 길을 간다. 무대 정중앙에서 환하게 빛나는 주인공과 바깥쪽에서 이름도 직함도 없이 그림자처럼 존재감을 지운 엑스트라의 명암을 조명한다. 빛이 강할수록 어둠이 짙어진다. 같은 시대를 같은 마음과 같은 목적으로 살아가지만 사고방식의 차이가 커다란 걸림돌이다. 주인공 입장에서 당연한 선택이 두 사람을 동등하게 놓고 보면 어려운 선택이 된다. ‘승자가 곧 정의다’라는 말이 과연 옳은지 영화는 묻고 또 묻는다.

신민당과 공화당 시절의 옛 기억보다 곧 대선을 앞둔 2021년 현재에 더 가까운 영화다. ‘옳은 결과를 위해 옳지 않은 수단을 쓰는 것이 정당한가’로 시작한 질문은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 이기려는 이유보다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닿는다. 얄팍하고 지저분한 선거 전략이 미치는 영향력은 크고, 그 결과가 국가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은 훨씬 더 크다. ‘국민이 대체 뭐냐’는 서창대의 외침은 매번 선거에 참여하는 국민으로서 여러 번 곱씹어 봐야 할 물음이다.

오는 2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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