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친 주소를 알고 싶은데요”

“전 여친 주소를 알고 싶은데요”

기사승인 2021-12-20 15:29:38
픽사베이.
헤어진 여자친구 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러 어머니를 살해한 이석준(25)이 흥신소를 통해 피해자 집 주소를 알아낸 것으로 드러났다. 난립하는 심부름 센터, 흥신소의 불법 개인정보 수집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포털사이트에서 ‘주민등록번호로 사람 찾기’, ‘생년월일로 사람 찾기’, ‘차 번호로 사람 찾기’를 검색했다. 탐정사무소, ‘사람 찾기 전문’을 내건 흥신소 광고 글이 잇따라 떴다. 한 업체는 “개인적으로 사람을 찾으려 한다면 한계가 있다”며 “전문 업체 노하우와 정보력을 바탕으로 고민을 해결해 드리겠다”고 홍보했다.

전 여자친구 A(21)씨 집을 찾아가 살인을 저지른 이석준이 흥신소에 접촉한 것도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였다. 비용은 50만원이 들었다. 집 주소를 알아내기까지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흉기를 소지한 채 서울로 올라온 이석준은 지난 10일, A씨 집을 찾아가 A씨 어머니(49)와 남동생(13)을 흉기로 찔렀다. A씨 어머니는 숨졌다. 해당 흥신소 직원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이석준은 검찰에 보복살인, 살인미수, 살인예비 등 혐의로 지난 17일 송치됐다. 살인에서 보복살인으로 혐의가 변경됐다. 보복살인은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해 살인죄보다 형이 무겁다. 경찰은 사건 발생 나흘 전 이석준을 A씨 가족이 경찰에 신고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보고 있다. 
신변보호 전 연인 가족 살해 피의자 25세 이석준. 연합뉴스.

온라인 상에서 핸드폰 번호, 생년월일로 사람을 찾아준다고 홍보하는 업체 대다수는 불법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8월 신용정보법이 개정된 이후 ‘탐정’이라는 용어를 정식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가출한 아동, 청소년이나 실종자 외에 다른 이의 소재지 파악은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불법적으로 개인 정보를 수집하는 민간 조사업체는 주민센터 같은 관공서에 있는 내부자와 연결시켜줄 수 있는 ‘브로커’에게 접촉하거나 해킹 등의 방법을 주로 쓴다. 비용은 30만원부터 80만원까지 다양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불법 흥신소들은 이름을 바꿔가면서 계속 영업을 한다. 또 대포폰을 사용하기 때문에 잡기가 쉽지 않다”면서 “업계 내에서도 개인정보 불법 수집이 강력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흥신소나 심부름 업체는 탐정자격증이 없어도 할 수 있다. 설령 자격증이 있는 자가 운영하더라도 민간업체에서 발행한 탐정자격증에 공신력이 있는지도 의문이 제기된다. 탐정과 관련한 자격증은 위법한 내용이 아니면 누구나 관청에 등록한 뒤 발급할 수 있는 ‘등록 민간자격’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등록된 탐정 관련 민간 자격증은 30여 개에 달한다. 

관리, 감독도 부실하다. 소관 부처도 없을 뿐더러 업체 현황이나 규모 조차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소관 부처를 경찰청으로 두고 경찰청장이 심사해 등록 결정을 내린 민간자격 관리기관이 실시하는 ‘탐정사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탐정사가 될 수 있게 하는 등 탐정업에 대한 법적 근거를 담은 ‘탐정업 관리에 관한 법률안’이 지난해 11월 국회에 발의됐다. 아직 계류 중이다.

전문가는 불법 흥신소를 막기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조속히 탐정업법을 통과 시켜 음성화된 민간 조사업체를 양성화하고 국가의 관리·감독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소재 불명 가족 찾기, 재산 회수, 민형사사건 소송자료 수집 등 탐정업에 대한 수요는 분명히 있다. 탐정업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면 그 혜택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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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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