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로 3000만원 모으기…부모가 이재명쯤 돼야 가능”

“알바로 3000만원 모으기…부모가 이재명쯤 돼야 가능”

기사승인 2021-12-22 15:59:35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앤드스페이스에서 열린 주택청약 사각지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측이 ‘아르바이트를 해도 3000만원은 벌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청년들의 현실을 모르는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근택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21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 후보 장남 이동호(29)씨 자산 형성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국민의힘은 동호씨가 불법 도박을 시작한 지난 2019년 이후 1~2년 사이 8878만원의 예금 급증이 있었다면서 이 후보가 증여한 5000만원 이외 나머지 재산 출처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현 대변인은 “범죄행위와 관련된 거라면 당연히 문제가 되겠지만, 정상적인 경제활동이라면 30대가 그 정도도 못 벌겠는가”라며 “(이 후보 아들이) 30살이다. 그동안 일도 안 하고 가만히 놀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30대 된 남자가 2000만~3000만원의 돈도 못 벌겠느냐”면서 “알바 해서라도 그 정도 벌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 대변인은 이 후보가 5000만원을 증여할 당시 불법 도박에 쓰일 것을 알고 있었다는 야당의 의혹 제기에 “세상에 어떤 부모가 아들이 도박하는 데 돈 대주겠느냐”며 “대부분의 경우에는 돈이야 그냥 주는 거다. 저도 30살 정도 된 아들한테 5000만원 정도는 줄 수 있다고 본다”고도 부연했다.
2021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 통계청

청년들은 비판 일색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강모(34)씨는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취직을 해도 일년에 3000만원 모으기 쉽지 않다”면서 “어이가 없다 못해 화가 난다”고 목소리 높였다. 경기 화성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정모(26)씨 역시 “아르바이트로 그 정도 돈을 모을 수 있다면 누가 취직하려 하겠나”라며 “(현 대변인은) 아르바이트를 한 번이라도 해본 적은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온라인상에서도 부정적 여론이 쏟아졌다. “도대체 무슨 알바를 하면 3000만원을 벌 수 있나. 소개 좀 시켜달라”, “알바로 3000만원씩 벌고 퇴직금은 50억을 받는 신기한 세상이다”, “회사 다녀도 일년에 1000만원 저축하기 힘들다”는 댓글이 잇따랐다.

2021년 최저임금은 8720원이다. 월 평균 세전 최저임금으로 환산하면 182만2480원(209시간 근무 기준)이다. 이를 연봉으로 계산하면 2186만9760원이다. 동호씨 재산이 급증한 2019년 최저임금은 8350원이었다. 월급 174만5150원, 연봉은 2094만1800원이다. 번 돈을 단 1원도 쓰지 않고 1년 반을 모아야 3000만원이 된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취업한 청년 10명 중 7명(73.3%)은 첫 임금(수입)이 월 200만원에 미치지 못한다. 지난 7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15~29세)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첫 취업시 임금은 △150만원~200만원 미만(37%) △200만원~300만원 미만(23.2%) △100만원~150만원 미만(20%) △50만원~100만원 미만(11.8%) △50만원 미만(4.5%) △300만원 이상(3.5%)순이다. 

김창인 정의당 선대위 대변인은 전날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열어 “청년 네 명 중 세 명은 최저생활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월급을 받으며 직장생활을 시작한다”면서 “3000만원 벌지 못하면 비정상적이라니 이 후보가 인식하고 있는 청년들의 현실인가. 청년 현실을 모르는 것을 넘어 우롱하는 행태”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지난 3월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열린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 소외된 국민들의 목소리, 내가 바로 사각지대다!’ 기자회견에서 알바노조 회원들이 관련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어느 때보다도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청년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청년유니온 관계자는 “부모님 부양 안 해도 되고, 부모님 집에 같이 살고, 학자금 등 기타 비용을 부모님이 대주는 20대 청년이라면 아르바이트로 그 정도 금액 모으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다”면서도 “공직자 아들이라는 특수한 조건에서 가능한 이야기다. 20대 청년들이 많이 하는 음식점, 편의점 등 아르바이트에서는 최저시급도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신정웅 알바노조동조합 위원장은 “아르바이트 하나로는 3000만원을 벌기 쉽지 않다. 거의 ‘투잡’을 뛰어야 가능한 금액”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해 취업은 물론이고 아르바이트 구하기도 힘든 게 현재 한국 사회 현주소다. 청년들은 40시간을 채워 일하고 싶어도 영업시간 규제 때문에 30시간 밖에 일하지 못한다. 현 대변인의 발언은 현실을 너무도 모르는 소리”라고 꼬집었다.

이어 “핵심은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저축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겠냐는 것”이라며 “안정적인 일자리에 취업 했더라도 직장인 99%는 월급을 다 모으지 못한다. 월세, 적금, 보험, 청약 저축, 부모님 용돈 등 여러 지출이 생긴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 29세 대한민국 남성의 현실은 이제 막 취업을 했거나, 취업을 준비하기 위해 학원가· 고시촌에 들어가 있거나, 아르바이트로 소득을 버는 경우가 대다수”라면서 “아르바이트로 3000만원 모으기는 이 후보 정도 되는 부모님이 있어야 가능한 얘기”라고 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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