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재벌 특혜 얼룩진 사면…문 대통령도 예외 아니었다

정치인·재벌 특혜 얼룩진 사면…문 대통령도 예외 아니었다

기사승인 2021-12-24 15:26:22
박근혜 전 대통령. 쿠키뉴스 자료사진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유죄를 확정 받아 수감 중이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계산에 따른 사면이라는 비판이 높다.

정부는 2022년을 맞아 박 전 대통령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포함, 일반 형사범, 특별 배려 수형자, 선거사범 등 3094명에 대한 특별 사면을 단행한다고 24일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으로 올 1월 대법원에서 징역 22년이 확정돼 2년8개월째 수감 생활을 해 왔다. 사면이나 가석방이 없을 경우 87세가 되는 2039년 만기 출소 예정이었다.

한 전 국무총리는 불법 정치자금 9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8300여만 원을 확정받았다. 한 전 총리는 형을 복역하고 2017년 8월 만기 출소했으나, 오는 2027년까지 피선거권이 박탈된 상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사면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는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받고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원이 확정, 안양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박 전 대통령 사면 이유는 건강악화와 국민 통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박 전 대통령의 경우 5년 가까이 복역한 탓에 건강 상태가 많이 나빠진 점을 고려했다”면서 “이번 사면이 생각의 차이나 찬반을 넘어 통합과 화합, 새 시대 개막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취지를 밝혔다.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헌법 79조는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사면·감형 또는 복권을 명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지난 2007년 사면법이 개정되면서,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사면심사위원회(사면위)를 설치했다. 사면위를 열고 특별사면 대상자를 선정한 뒤, 법무부 장관이 상신하면 대통령 재가를 받아 실시된다.

사면이 특혜로 악용된다는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7년 12월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 노태우씨 사면을 고 김영삼 전 대통령에 건의해 사면이 이뤄졌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 아들 김현철씨는 1999년 김대중 정부에서 특별 사면돼 논란이 됐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각종 비리 혐의로 구속 수감되거나 유죄 판결을 받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과 측근 인사들을 특별사면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쿠키뉴스 자료사진

재벌도 사면 수혜자였다. 이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8년 광복절 특사를 단행하면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총수 여럿이 광복절 특사로 풀려났다. 2009년 12월31일에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원포인트’ 사면했다. 박 전 대통령 시절에는 2015년 광복절에 SK그룹 최 회장, 2016년 광복절에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사면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국회에 낸 개헌안에서 대통령 특별사면 권한 통제하는 방향으로 헌법을 바꿔야 한다고 밝힌 장본인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5대 중대 부패 범죄’(뇌물, 알선수재, 알선수뢰, 배임, 횡령)에 대해서는 대통령 사면권을 제한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러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던 이광재 전 강원지사를 복권하면서 사실상 공약을 어겼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시민단체들은 잇따라 박 전 대통령 사면을 규탄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대통령 지위를 남용한 독재적 사면권 행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박 전 대통령 탄핵과 사법처리는 촛불 시민들의 힘으로 이뤄진 것으로 대통령의 정치적 사면은 촛불 시민 의사에 반하는 것”이라며 “사회적 통합과는 거리가 멀고 대선을 앞둔 정치적 고려에 따른 사면”이라고 지적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특별사면 이유가 국민 대화합 차원이라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넘어 자괴감이 인다”면서 “‘적폐청산과 나라다운 나라’를 외치며 집권한 문재인 정권의 퇴행이 가져온 박 전 대통령 특별사면에 동의할 수 없다”고 목소리 높였다.

김재윤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박 전 대통령의 경우 가석방 요건도 안되고 형집행정지 신청도 하지 않았다. 국정농단에 대한 사과나 인정조차 하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은 왜 사면 대상에서 빠졌는지 설명도 없다”면서 “법무부에서도 회의적이었는데 최근 며칠 사이 급박하게 사면이 결정됐다. 얼마나 대통령이 자의적으로 결정을 내렸는지 알 수 있다”고 봤다.

김 교수는 “대통령의 특별사면권 행사는 3권 분립 원칙과 평등의 원칙을 침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대통령 권한을 명시한 헌법을 바꾸기는 어렵다. 하지만 특별사면을 사면법에서 삭제하는 방법은 가능하다. 특별감형으로도 충분히 특별사면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혹은 사면위 구성을 다양하게 하고 운영을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하는 방법도 보완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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