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수거함에, 화장실에…끊이지 않는 ‘영아 유기’

의류수거함에, 화장실에…끊이지 않는 ‘영아 유기’

기사승인 2021-12-31 17:07:46
28일 경기도 오산시 궐동의 한 의류수거함 앞에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정윤영 인턴기자
영아 유기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미혼모 지원을 위해 보다 촘촘한 사회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9일 강원 고성경찰서는 영아 살해 미수 혐의로 20대 여성 A씨를 입건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달 7일 오후 3시쯤 고성 한 바닷가 공중화장실에서 영아를 출산한 후 아무런 조치 없이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 영아는 스스로 호흡이 가능한 상태지만 뇌 손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일에는 경기 오산시 궐동 시내 한 의류수거함에서 남아가 숨진 채 발견됐다. 20대 친모는 경찰에 “남편 모르게 임신해 낳은 아기였다”면서 “이를 숨기기 위해 의류수거함에 버렸다”고 진술했다. 지난 8월에는 충북 청주시 한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려졌던 아기가 행인에게 발견돼 목숨을 건지기도 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형법상 영아유기죄(교사·방조·치상·치사)에 해당하는 사건은 △2016년 109건 △2017년 168건 △2018년 183건 △2019년 135건 △2020년 107건으로 집계됐다. 영아 살해 사건의 경우 지난 2016년~2020년까지 5년간 모두 47건이 발생했다.

미혼모들은 사회적, 경제적 어려움 겪는다. 지난 2018년 인구보건복지협회가 미혼모 35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양육미혼모 실태 및 욕구’ 결과에 따르면 미혼모의 월평균 소득액은 92만3000원에 불과했다.

영아 유기, 살해를 막기 위한 여러 방안이 제시됐다.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영아살해죄 처벌을 강화하는 형법 개정안을 지난해 발의했다. 현행법은 직계존속이 영아를 살해하면 10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최대 사형을 선고할 수 있는 일반 살인죄보다 적은 형량이다.

산모가 익명으로 아기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민애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발의한 ‘보호출산특별법안’은 자녀를 낳은 친모가 입양 의사를 밝힐 경우 지방자치단체에 자녀를 인도하고, 의료기관은 임산부 신원을 비식별화(익명화)해 비밀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영아 유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한국미혼모네트워크, 국내입양인연대 등 시민단체는 지난 7월 국회 앞에서 익명출산제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익명 출산은 아동의 알 권리를 막고 양육 포기를 부추긴다고 비판했다. 

한부모지원네트워크 관계자는 “미혼모 문제는 굉장히 다층적이다. 최근에는 성인이 연인 관계에서 원치 않는 아이를 낳았을 경우 혹은 청소년, 경계성 인지 장애를 가진 이들이 출산을 하는 경우로 양극화 되는 추세”라면서 “특히 청소년 출산의 경우 만 24세 이하 청소년 부모 가은데 12%가 여관이나 모텔 같은 숙박시설에서 아이와 생활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 부모에 대한 적절한 주거, 경제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정부에서 청소년 부모를 위한 지원을 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한부모 가족인 경우만 가능하다. 사실혼, 동거 청소년 부모까지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지원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