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나는 씨앗 “‘다이 크리처’, 잃어버린 기억 찾는 모험” [글로벌게임허브센터]

자라나는 씨앗 “‘다이 크리처’, 잃어버린 기억 찾는 모험” [글로벌게임허브센터]

기사승인 2022-01-08 06:30:02
자라나는 게임 김효택 대표.   사진=문대찬 기자

[편집자주] 글로벌게임허브센터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콘텐츠진흥원이 설립한 중소게임기업 인큐베이팅 지원시설이다. 판교 제2테크노벨리에 위치한 이곳에는 현재 50개의 게임개발사, 30개의 창업준비팀이 입주해 꿈을 키우고 있다. ‘2020 대한민국 게임대상’서 ‘굿게임상’을 받은 ‘MazM: 페치카’의 제작사 ‘자라나는 씨앗’도 글로벌게임허브센터에서 성장한 개발사다. 이밖에 게이머들의 주목을 받는 개발사도 여럿 있다. 쿠키뉴스는 글로벌게임허브센터에 입주한 게임사들의 이야기를 3주간에 걸쳐 게이머에게 전하고자 한다. 

‘스토리텔링 게임 장인’, ‘한국 인디게임의 본보기’. 인디게임사 자라나는 씨앗에 대한 게이머들의 평가다. 2013년 창업한 이 회사는 초반 교육용 게임 제작을 주력사업으로 내세웠지만, 생각보다 성과가 나질 않았다. 자라나는 씨앗의 김효택(51)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좋아하던 장르인 스토리텔링 게임으로 눈을 돌렸다.

스토리텔링 게임에 주력한 이후 자라나는 씨앗의 앞길은 순탄했다. 2015년 스토리 게임 브랜드 ‘MazM(맺음)’을 만들었고, 이후 ‘MazM: 지킬 앤 하이드(2016년)’, ‘MazM: 오페라의 유령(2018년)’ 등을 출시하며 인지도를 높였다. 2020년 자라나는 씨앗은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의 일대기를 다룬 ‘MazM: 페치카’를 선보였다, 페치카는 ‘2020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굿게임상’을 수상했다. 

자라나는 씨앗은 이달 중으로 고전 명작 ‘프랑켄슈타인’을 재해석한 신작 ‘다이 크리쳐’를 정식 출시한다. “(신작을 통해)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으며 치유받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다”는 김 대표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자라나는 씨앗의 김효택 대표입니다. 이전에 넥슨 인사팀장으로 8년간 재직한 경험이 있어요. 이후에는 두산과 경영 컨설팅 회사인 이언그룹에서 근무했어요. 젊은 시절부터 창업에 대한 생각이 있었지만, 그게 게임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어요. 나중에 게임 회사를 창업하고 나서 넥슨 선·후배들이 놀라워했습니다. 

자라나는 씨앗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려요.

자라나는 씨앗은 2013년 창업한 개발사이고요. 현재는 MazM이라는 브랜드로 스토리 게임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회사 이름이 특이하죠? 처음에는 교육용 게임을 만드는 회사였어요. 그러다 2015년 운영방침이 한번 바뀌었고, 지금은 고전명작과 역사 기반의 스토리텔링 게임이 메인장르가 됐습니다.  

자라나는 씨앗은 그동안 스토리가 탄탄한 게임을 꾸준히 선보이며 게이머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스토리텔링 게임을 선택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처음에 저희는 교육용 게임을 제작했는데요. 첫 게임은 ‘생각이 자라나는 수학’이었어요. 수학게임 같은 경우 기술적인 능력이 빠르게 성장해야 하는 분야입니다. 딥 러닝과 인공지능 분야가 있겠죠. 하지만 저희가 이러한 것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또한 교육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자발적 학습이 중요한데 교육용 콘텐츠가 가미된 기능성 게임은 아무래도 재미가 떨어질 수도 있어요.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했을 때 이 길은 우리가 갈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토리텔링 장르를 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제가 이 장르를 좋아해요. 이야기 서사라는 것이 드라마, 소설, 영화 등 모든 장르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잖아요. 특히 소설은 우리 인생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그런데 게임의 스토리는 대부분 게임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부가적인 요소로 사용되는 사례가 많아요. 그래서 아예 스토리가 탄탄한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라나는 씨앗 'MazM: 페치카'.   자라나는 씨앗


그동안 자라나는 씨앗은 MazM 브랜드를 통해 4개의 작품을 선보였는데요.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MazM 브랜드로 선보인 작품은 하트리스 옐로 브릭스, 지킬 앤 하이드, 오페라의 유령, 페지카까지 총 네 작품입니다. 처음에 저희는 스토리 게임과 어드벤처 게임, 두 가지 장르를 융합했습니다. 가장 먼저 출시한 작품은 ‘오즈의 마법사’를 모티브로 삼은 옐로 브릭스인데요. 이 게임은 유료로 출시됐어요. 두 번째로 만든 지킬 앤 하이드는 16개 언어로 번역됐고,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450만을 기록했어요. 이때부터 저희 이름이 알려지게 됐죠. 세 번째 작품인 오페라의 유령은 좀 내용이 길어서 그런지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네 번째 작품은 페치카입니다. 원래 계획상으로는 오페라의 유령 이후에 ‘프랑켄슈타인’을 모티브로 삼은 작품이 나올 계획이었어요. 그러다 2018년 말쯤 MBC에 근무하는 후배로부터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서 게임을 만들 생각인데 개발사 좀 추천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그때 여러 개발사를 소개해주다가 문득 우리가 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우리가 하겠다고 나서서 본격적으로 페치카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이전까지는 사실 시베리아의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님의 존재도 잘 몰랐는데, 게임을 제작하면서 공부하다 보니 굉장히 훌륭한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최재형 선생님 외에도 숨겨진 훌륭한 분들도 많이 있었고요. 이분들의 이야기에 감명을 받아 역사를 다룬 게임을 제작하게 됐습니다. 대신 다큐멘터리처럼 너무 사실 전달에만 치중하려고 하지는 않았어요.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 실제 역사를 다루고 있었지만, 각색을 통해 재미와 몰입도를 높였잖아요. 이 게임 출시 이후에 최재형 선생님 기념 사업회 홍보대사로도 선정됐습니다(웃음).  

최근에는 프랑켄슈타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다이 크리처’란 신작도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원래 몇 가지 후보가 있었는데 ‘프랑켄슈타인’은 그중 하나였어요. 워낙 메시지가 좋고 캐릭터의 성향이 강하잖아요. 그래서 ‘드라큘라’를 누르고 프랑켄슈타인이 선정됐죠. 원래 저희는 원작 소설을 그대로 담는 것에 주력했습니다. 옐로 브릭스 때는 책에 있는 대사를 그대로 담으려고도 했고요. 

하지만 지킬 앤 하이드부터 조금씩 문제가 발생했어요. 소설에서는 지킬과 하이드가 같은 인격이라는 것이 반전인데, 저희 게임을 하는 이용자들은 다 알고 있잖아요. 그래서 스토리 구조를 2개로 나뉘어서 동시에 시점이 전환되는 플래시백 기법을 사용했죠. 오페라의 유령 때도 이러한 시도가 계속됐습니다. 개발 중 당시의 시대상을 그대로 게임에 담아내는 것이 맞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고, 결국엔 저희만의 색채를 넣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죠. 그 과정에서 크리스틴이 주인공으로 격상됐고, 라울의 캐릭터 성에도 일정부분 변화가 있었어요. 그리고 오리지널 캐릭터도 추가됐습니다. 페치카는 역사적 인물을 다뤘지만 직접 스토리를 제작했어요.

마찬가지로 프랑켄슈타인은 원작의 설정을 사용했지만, 책에 나오지 않은 이야기를 다루는 100% 창작 스토리라고 보시면 됩니다. 괴물이 자신을 만든 프랑켄슈타인 박사에게 다시 돌아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죠. 이를 게임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기존과는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텍스트 위주로 스토리를 전하던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는데요. 텍스트를 통한 스토리 전달은 저희만의 강점이기도 했지만 제약이 되기도 했어요. 페치카와 오페라의 유령에 약 20만 단어가 사용된 것에 반해 다이 크리처에는 5만 개의 단어가 사용됐습니다. 
 
이 게임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는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는 것입니다. 게임에 등장하는 괴물은 자신이 원치 않았음에도 만들어졌고, 곧바로 버림받았죠. 이 과정에서 괴물은 기억을 잃었기에 필연적으로 상처받게 된 겁니다. 액체를 무서워하는 사람이 있다고 예를 들어볼게요. 과거에 이 사람은 뜨거운 물에 손을 댄 경험이 있어요. 만약 이 기억을 되찾으면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겠죠. 현실 세상에서 기억은 자연스럽게 희미해지지만, 게임에서는 보스가 기억을 빼앗았다는 설정을 차용했어요. 괴물은 보스를 물리쳐 기억을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효율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수단이 탄막슈팅 장르라고 생각했습니다. 난이도는 이 장르를 즐기는 코어 이용자들에게는 그다지 어렵지 않지만, 초보자들은 여러 번 도전해야 클리어하는 수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차이는 있지만 ‘언더테일’을 생각하시면 되겠네요.    

자라나는 게임 김효택 대표.   사진=문대찬 기자

글로벌게임허브센터에 들어와서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말씀해주세요

처음 회사를 만들 때 판교에 있는 작은 사무실에서 지킬 앤 하이드까지 제작했어요. 글로벌게임허브센터에는 2018년 12월에 입주했는데요. 지킬 앤 하이드의 존재가 입주에 많은 도움이 됐죠. 이후 센터에서 오페라의 유령과 페치카를 만들었어요.

센터로부터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우선 사무실의 쾌적도가 달라졌습니다. 이전 사무실에서 총 직원이 7명이었는데 센터에 오고는 15명으로 늘었습니다. 사실상 센터 입주 이후 자라나는 씨앗 2기가 시작됐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에요. 그리고 개발자 협회 측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멘토링 서비스, IR(기업 홍보) 관련 교육, 테스트베드 이용까지 뭐 하나 빠지는 부분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번역 시스템과 채용 지원도 큰 도움이 됐어요. 인적 네트워크를 강화할 수 있다는 부분도 빼놓을 수 없네요. 

후배들에게 글로벌게임허브센터를 추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우선 지금 막 창업한 팀(최대 5인 규모)은 게임벤처 4.0 프로그램을 꼭 지원했으면 합니다. 특히 첫 게임을 만들 때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각종 지원사업의 혜택도 누릴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게임을 한두 개 이상 출시한 게임사의 경우 꼭 공모를 통해 센터에 입주하길 강력히 추천해요. 센터 측에서 최대 2+1년의 기간을 제공하는데요. 게임만 제대로 만든다면 3년의 세월을 매우 알차게 쓸 수 있어요. 특히 최대 10명 규모의 기업이 한 단계 성장하길 원한다면 센터는 최적의 공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최근 게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늘어나면서 게임산업의 규모도 커진 상황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 중소게임사가 많습니다. 한국 게임산업의 근간이 되는 풀뿌리 게임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소규모 게임사 입장에서 어려움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인디개발사가 국내 게임 생태계에 중요한 인프라인 것은 맞지만 생존하는 게 쉽지만은 않아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인디개발사들은 대박을 노리기보다는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소소한 성과를 거두려고 해야 한다고 봅니다. ‘모 아니면 도’보다는 두 세 개의 ‘중박’을 만드는 것이죠. 그리고 2~3회 내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내야 해요. 경험상 첫 번째 시도는 대부분 실패하는데, 이 과정을 빨리 겪으면 겪을수록 좋다고 봅니다. 

저희도 초창기에 생각이 자라나는 수학을 1년 반 동안 개발했는데요. 스테이지를 250개까지 만드는데 시간이 걸렸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차라리 스테이지를 50개만 만들고 빨리 출시를 하는 게 나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보통 개발기간이 길어지면 결과물의 퀄리티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초반에는 여러 가지 장르를 번갈아 가면서 개발하는 것보다 연계성이 있도록 같은 장르에 집중해 경험을 쌓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정부 기관은 대상을 선정해 지원사업 본연의 의미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현재도 노력하고 있지만, 성과 위주로 평가하는 지표도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수익률에만 집중하기 보다, 자생력 등 다양한 측면에서 꼼꼼히 살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선배 기업도 적극적으로 후배들에게 도움을 줘야한다고 봅니다. 또한 수익률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대승적인 마인드로 통 크게 지원해줬으면 합니다. 명예를 위해 대국적인 모습을 보여주면 대형 게임사에도 보상이 생겨요. 예를 들어 나중에 무언가 부정적인 이슈가 생겼을 때 “그래도 여기는 게임업계 생태조성을 위해 힘쓴 회사”라는 이미지로 어느 정도 면죄부를 얻을 수 있죠. 다 같이 상부상조하는 분위기가 널리 퍼지기를 바랍니다.

향후 게이머에게 자라나는 씨앗이 어떻게 기억됐으면 하는지 궁금합니다.

자라나는 씨앗은 항상 ‘게임은 재밌어야 한다’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1차원적인 재미도 중요하지만, 오랫동안 플레이를 통해 알 수 있는 ‘숨겨진 재미’의 가치도 높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스토리텔링 장르를 사랑하지는 ‘덕후’ 이용자들은 숨겨진 재미를 중시하는 편인데요. 저희 자라나는 씨앗은 숨겨진 재미가 가득한 게임을 만드는 개발사로 기억됐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 사진=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
강한결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