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 신축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외벽 붕괴사고가 발생하면서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의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현행 법으로도 원청 격인 HDC현대산업개발은 처벌이 가능할 전망이다. 그러나 아직 시행되기 전인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만약 중대재해처벌법까지 적용됐다면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영책임자뿐만 아니라 발주처까지 처벌을 피하긴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어떤 행정처분 가능할까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재 건설사고 시 적용되는 법률은 건설기술진흥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정도다. 현행 법률은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지만 사업주를 사고현장에서 지휘했던 실질적 책임자로 좁혀서 해석하고 있다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HDC현대산업개발은 1년 이내의 영업정지나 5억원 이하의 과징금 등의 행정처분을 받는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반면 현장소장 등은 산안법상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서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형 등 처벌을 받게 될 수 있다. 현장 반장 등 일선 실무자도 형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죄가 성립될 수 있다. 처벌의 수위는 형사고발과 재판을 거쳐 정해진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현장 책임자(안전보건 총괄 책임자)와 콘크리트 골조업체 현장소장 등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중대재해처벌법 대상 ‘아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보건확보 의무를 위반해 산업현장에서 중대한 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처벌하는 법률이다. 중대한 산업 재해란 구체적으로 현장에서 사망 1명 이상, 6개월 이상 치료를 요하는 부상자 2명 이상 등이 발생했을 경우를 의미한다.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그 외 부상, 질병 등의 재해 발생 시에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5년 내 재범 시에는 형의 50%까지 가중될 수 있다.
이번 사고로 인해 1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2명 이상이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을 입을 경우 중대산업재해 사고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인해 HDC현대산업개발이 중대재해처벌법을 받는 것은 어려울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법이 오는 27일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건설사고 관련 특별법 만들어지나
다만 이번 사고와 지난해 광주 학동 붕괴사고 등으로 인해 중대재해처벌법을 비롯한 관련 법 제정에 더욱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건설사를 비롯한 산업계에서는 처벌 대상이 모호하고 과다하다며 반대해왔다. 하지만 최근 계속된 대형 사고로 반대 명분은 사라졌고 오히려 법 시행에 힘이 실리게 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어도 HDC현대산업개발 등 원청업체에 책임을 묻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하도급을 수주해 실제 공사를 진행한 개별 기업의 사용자에게 사고의 책임을 묻도록 규정해 원청업체까지 책임을 묻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노동자들은 원청 기업의 책임을 강화해 달라 요구했지만 정부와 국회를 거치면서 경영책임자 처벌 수위는 낮아지고 원청에 대한 책임은 모호해졌다. 하지만 이번 사고를 계기로 새롭게 개정안이 마련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또 국회에서는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등이 거론되고도 있다. 김교흥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발의한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안은 안전 관리 의무 소홀로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 시공사에 1년 이하 영업정지를 내리거나 해당 사업 부문 매출액의 최고 3%를 과징금으로 환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