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회색코뿔소 현실화...가계부채 등 잠재리스크 대비해야”

고승범 “회색코뿔소 현실화...가계부채 등 잠재리스크 대비해야”

기사승인 2022-01-13 16:04:17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22년 국내외 경제·금융시장의 다양한 리스크 요인들을 면밀히 살펴보고 대응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경제·금융시장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국내외 리스크 요인들을 분석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3일 고 위원장은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경제·금융 전문가 간담회’에서 “‘회색코뿔소’로 비유되던 잠재 위험들이 하나둘씩 현실화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회색 코뿔소는 세계정책연구소 소장 미셸 부커가 2013년 세계경제포럼에서 제시한 개념이다. 누구나 코뿔소가 다가오는 것은 누구나 인지할 수 있다. 즉 어떠한 위험의 징조가 지속해서 나타나 사전에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영향을 간과하여 온전히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을 회색 코뿔소로 표현한다. 

고 위원장은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입장을 보이던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연준)에서 지난해 12월 들어서면서 테이퍼링을 가속화하고 이제는 금리인상과 양적 긴축까지 논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기에 여전히 종식되지 않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과 중국 경기 둔화, 미중 갈등 같은 이슈들도 가시화하면서 새해 우리 경제·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금융권은 현재의 경제·금융 여건을 냉정히 평가하고, 불확실성 확대와 금융 불균형 누적에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며 “대손충당금 등 손실흡수능력을 훼손하지 않고 위기대응여력을 차질없이 유지해달라”고 당부했다.

고 위원장이 ‘회색코뿔소’라는 표현을 써 가며 위기관리 대응을 강조한 것은 현재 국내 경제에 다양한 잠재적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시장에서 우려하는 리스크 중 하나는 GDP 규모를 초과한 막대한 가계부채 증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신용(자금순환표상 가계·기업 부채 합) 비율은 219.9%로 집계됐다. 이는 통계가 시작된 1975년 이후 가장 높을 뿐 아니라 전년동기 대비 9.4%p 더 올랐다. 

문제는 가계부채 증가 폭은 소득 속도 보다 높아졌다. 지난해 2분기 기준 처분가능소득이 전년 대비 3.9% 늘어날 때 가계부채(총 1806조원)는 10.3% 증가하면서 사상 최대치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72.4%에 달한다. 즉 소득 증가 속도 보다 부채 증가 속도가 빨랐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금융지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현재 정부는 코로나19로 피해를 받은 중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대출 만기연장·이자 상환 유예 조치가 올해 3월에 종료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차주(기업 혹은 중소상공인)의 이자 상환 여부를 통해 여신의 부실 여부를 조기에 파악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계속 이자가 상환이 유예된다면 차주의 부실을 쉽게 판단하기 어렵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얼마 전까지 코로나19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시장금리가 상승했다”며 “결국 다시 한번 연장하게 된다면 차주들은 더 높은 금리로 이자를 상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부동산 시장 위축 가능성도 리스크 요인이다. 지난해 말부터 주택시장은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강화로 인해 거래량과 매매가격이 줄어들었다. 지난해 12월말 신고된 수도권 아파트 거래 건수는 2021년 월평균 거래량의 4분에 1에 불과했다. 2020년 기준 평균 8분의 1수준인 4800건으로 감소했다. 이는 정부의 대출규제와 금리 인상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고 금리까지 오를 경우 레버리지 투자에 대한 위험도 커진다. 지난 2020년부터 상환 능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2030세대가 주택시장 매수 비중이 커졌다. 키움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부터 39세 이하 가구주가 전체 주택 매수의 33.1%를 차지했다. 반면 그동안 주택 매수 주체였던 5060세대는 20.5%로 감소했다.

만약 주택시장 시세가 하락할 경우 그 여파는 금융시장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12년 전국 주택 가격이 5.6% 하락했을 당시 은행의 신규 연체 금액은 전년동기 대비 37.5% 증가했다. 

이처럼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게 되면 부실여신이 증가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은행은 대손충당금의 추가적으로 적립해야 한다. 결국 대손충당금의 추가 적립은 자기자본비율이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 결국 금융사 입장에서는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대출을 축소해야 한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유수환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