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4일 기준금리를 코로나19 직전 수준(1.25%)까지 인상했다. 미국발 금리 인상에 대한 조기 대응,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 가계부채 급증 등이 이번 기준금리 안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시장과 전문가들은 기준금리가 올해에만 한두 차례 더 인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매파 성향으로 돌변하면서 통화 긴축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발 금리 인상이 조기에 시행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은행의 대응도 빠르게 진행될 수 밖에 없다.
다만 한국은행(이하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통상적인 경기 상황(호황)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닌 물가 안정 및 미국 연준의 긴축에 대응하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증시 및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현재 연 1.00%인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이어 두 차례 연속 인상한 것이다.
한국은행이 서둘러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배경으로 우선 중국발(發) 공급대란에 따른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 노동부가 내놓은 지난달 소비자 인플레이션은 전년대비 7%로 경제전문가들의 예상치에 부합했다. 이는 1982년 이후 거의 40년 만에 최고치다.
국내 소비자 물가도 급등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1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 폭인 3.7%를 기록했다.
미국 연준의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도 영향을 미쳤다. ‘비둘기파’로 불리던 레이얼 브레이너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부의장 지명자가 매파성향으로 돌아섰다. 그는 로이터·불름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다며 강력한 수단을 동원한 대응을 최우선 과제”라며 조기 금리 인상 및 긴축을 시사했다.
코로나 이후 급증한 가계부채도 금리 인상을 부추겼다. 지난 2020년 말 기준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율은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은 9.4%(전년 대비 기준)를 기록했다. 현재 가계부채는 GDP(국내총생산)를 초과한 상태다.
과열된 주택시장도 시장에 불안요소다. 지난해 전국 아파트 가격 상승률 20.1%, 거래대금 43% 증가한 290조원으로 역대 최고의 호황을 기록했다. 이는 경기 부양 및 위기 극복을 위한 저금리 정책, 대출 접근성 확대 정책이 주된 이유다.
금리인상과 관련해서는 이르면 올해 3월부터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실었다. 현재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JP모건체이스도 향후 연준의 금리 인상은 4차례 정도 시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증권 이재윤 연구원은 “최근 연준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이 이어지면서 3월 첫 금리인상, 연내 3~4번 인상 전망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국내도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직후 열린 간담회에서 “기준금리를 1.25%로 올렸지만 성장과 물가 상황, 앞으로의 전망 등을 고려해보면 지금도 실물 경제 상황에 비해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며 “기준금리를 1.5%로 높여도 긴축으로 볼 수 없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시장에도 다각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의 추가적인 금리 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이자가 6%대 진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는 과열된 부동산 시장이 조정 국면을 맞는 상황이다. 지난해 12월말 신고된 수도권 아파트 거래 건수는 2021년 월평균 거래량의 4분에 1에 불과했다. 2020년 기준 평균 8분의 1수준인 4800건으로 감소했다. 만약 주택시장이 하락할 경우 그 여파는 가계신용 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으로 전이될 수 있다. 지난 2012년 전국 주택 가격이 5.6% 하락했을 당시 은행의 신규 연체 금액은 전년동기 대비 37.5% 증가했다.
부동산 시장의 위축은 금융권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분양이 늘어나면 기존 금융사들의 대출, PF사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결국 이는 대손충당금 추가적립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현재 은행들은 코로나19 지원으로 인해 대출 및 이자 상환을 유예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코로나 대출 이자 상환이 유예됨에 따라 수많은 차주의 신용도를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폐업한 곳들도 고려하자면 부실채권이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