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를 향해 연일 날을 세우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6일 “안 후보는 (국민의힘을) 그만 좀 괴롭히시라”고 또 한 번 대립각을 세웠다.
이 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을 질문 받자 “국민의힘 경선에는 참여하지 않다가 뒤늦게 나타나서 단일화를 요구하는 양태가 싫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안 후보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지난해 5월 “국민의힘과 합당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국민의힘 측과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해 결국 결렬됐다. 당시 안 후보가 당명 변경을 제안했으나, 국민의힘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대표는 “우리에게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이런 조건을 들이밀며 단일화를 얘기하는지에 강한 문제의식을 느낀다”면서 “보수 표를 받으려면 보수 본류에서 승부 걸어보는 과정도 필요한데, 안 대표는 그걸 안 한다. 그러다가 뒤늦게 나타나 자신의 인지도 이용해 단일화를 제안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안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이 제기되자, 방송 인터뷰와 SNS에서 여러 차례 안 후보를 공개 비판했다. “지금까지 안 후보가 TV토론으로 정치하면서 이득 본 적은 없는 것 같다”(26일 BBS 불교방송 ‘박경수의 아침저널’), “단일화 관심 없다는 분이 온종일 단일화 이야기만 하시는데, 머릿속이 단일화로 가득한 것 같다”(23일 페이스북), “‘안일화’(안철수로 단일화)가 아니라 ‘간일화’(단일화 간보기)라는 단어가 더 뜬다”(1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며 날을 세웠다.
안 후보 측도 이런 발언에 심기가 불편한 모습이다. 신나리 국민의당 선대위 부대변인은 지난 23일 논평을 통해 “자격지심으로 가득 찬 이 대표는 패륜적 망언을 즉각 중단하라”며 “정권교체의 교두보라는 대의를 위해 오세훈 후보의 선거운동까지 열심히 도왔던 안 후보를 또다시 단일화로 희화화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안 후보 본인도 단일화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안 후보는 전날 25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단일화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면서 “당 내에서 물밑접촉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 본다.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내가 나서서 막아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단일화가 된다면 ‘안일화’가 맞나”라는 “네. 정확한 해석”이라고 답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