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학교는’ 더 볼까 말까 [좀비 학교 갈 사람①]

‘지금 우리 학교는’ 더 볼까 말까 [좀비 학교 갈 사람①]

기사승인 2022-01-30 07:00:07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금 우리 학교는’ 포스터. 넷플릭스

가상의 수도권 도시인 효산시 한 고등학교. 방학을 앞두고 소란스러운 이곳에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다. 곳곳에서 피가 튀고 살점이 떨어져 나간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학생들이 저마다 모여 생존을 도모한다. 28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금 우리 학교는’은 영화 ‘부산행’(감독 연상호)과 ‘반도’(감독 연상호), ‘#살아있다’(감독 조일형),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을 잇는 한국산 좀비물이다. 2009년부터 2년 간 네이버웹툰에 연재된 동명 웹툰을 천성일 작가가 각색했고, 드라마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 등을 연출한 이재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지금 우리 학교는’ 1~3회를 시청한 쿠키뉴스 대중문화팀 기자들이 남은 회차를 더 볼지 말지 이야기를 나눴다.

□ 이은호 기자 ‘그만 볼래’

K-좀비물이 인기 장르로 자리 잡은 지금, ‘지금 우리 학교는’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질문을 던진다. 좀비는 윤리적 고민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좀비도 바이러스의 희생양이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그들을 공격하는 장면은 어느 정도 수위로 묘사돼야 적절할까. ‘킹덤’은 좀비 살육을 잔인하게 묘사하되, 좀비가 굶주린 백성이라는 사실을 주지시킴으로써 그 살육의 비극성을 납득시켰다. 반면 ‘반도’는 좀비 떼를 무기처럼 활용해 스펙터클의 요소로 편입시켰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킹덤’과 ‘반도’ 사이 어딘가에 있다. 잔혹하게 묘사된 좀비 척살을 볼거리로 삼은 혐의가 짙다. 더구나 죽고 죽이는 당사자는 다름 아닌 고등학생이다. 좀비가 된 아이들이 칼에 찔려 내장을 쏟는 장면을, 우리는 ‘재미있게’ 봐도 되는 걸까. 학교에 고립된 생존자들뿐 아니라, 좀비가 된 아이들 역시 사회가 보호했어야 할 존재 아닌가. 어른이 불러온 재난에 아이들의 생존이 위협받는다는 ‘지금 우리 학교는’의 기본 뼈대는 수 년 전 벌어진 비극적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아이들을 살리지 못한 우리 사회의 부채감은 좀비물의 스릴과 스펙터클 안에서 희미해진다. 좀비가 된 아이들이 잔혹하게 죽어나가는 아비규환을 참아내면서까지 이 작품을 봐야 할 이유가 있을까. 글쎄, 아직은 찾지 못하겠다.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 넷플릭스

□ 이준범 기자 ‘더 볼래’

‘지금 우리 학교는’의 태도는 이중적이다. 드라마는 학생들을 죽이는 데 몰두한다. 동시에 어떻게든 살리려고 최선을 다한다. 좀비물과 학생물을 한 번에 잘 담아내려 하는 드라마의 의심스러운 욕망 속에서 빛나는 건 학생들이다. 학생들의 좀비화는 어른들의 잘못이고, 학생들이 살아남는 건 오직 그들의 힘이다. 지독하게 비관적이고 폭력적인 상황에 내몰린 학생들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무엇에서 희망을 찾을 것인가. 극 중 인물들처럼 아침밥을 대충 먹고 교복을 입은 채 뛰어서 지각을 면한 후 점심시간을 기다리는 학생 시절을 보냈다면, 인물들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모른 척하기 어렵다. ‘부산행’ 이후 나타난 빠르게 뛰어다니는 한국형 좀비물들을 목격해왔다면, 학생들이 기존 좀비물과 어떤 다른 태도로 다음 날을 살아갈지 궁금해진다. 극단적인 상황에서 나타나는 날 것의 인간 본성을 지켜보는 것 역시 죄책감을 억누르면서 감상을 강요하는 길티 플레저다. 복잡한 심경이 교차하면서도, 지금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학생들에게서 눈을 떼기 힘든 작품이다. 그 안에서 아주 작은 희망이라도 발견할 수 있을까. 어떤 이야기가 됐든, 일단 결말까지 보고 생각해야겠다.

□ 김예슬 기자 ‘더 볼래’

좀비물을 좋아한다면 주저 없이 권하고 싶다. ‘킹덤’ 시리즈로 사극 좀비의 신기원을 열었던 넷플릭스가 이번에는 학교를 배경으로 한 좀비물을 선보였다. K-고딩 정서를 담아낸 새로운 K-좀비다. 학교엔 수많은 공간이 있다. 어린 시절 망상 좀 해본 ‘N’들이라면 한 번쯤은 상상했을 장면들이 나온다. 미술실, 과학실, 강당, 체육관, 급식실, 도서관… 학교에서만 볼 수 있는 공간에서 좀비에 맞서는 학생들의 고군분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나라면 어땠을까, 나는 과연 어디에 숨을까 상상하며 보는 재미가 있다. 위급한 상황에 서로를 위하는 아이들을 볼 때면 마음 한쪽이 찡해진다. 갈등 속에서도 두려움을 이겨내려는 모습이 뭉클하다. 성장 드라마와 좀비물의 장점을 잘 담아냈다. 편수가 많고 분량 역시 길지만 설 연휴를 투자할 만하다. 온 가족이 함께 보기엔 다소 잔인하니 주의. 학교 폭력 장면이 불편하다면 초반부는 흐린 눈으로 보는 것을 권한다.

이은호 이준범 김예슬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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