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희 아나운서 / 건강에 꼭 필요한 이슈를 알아보는 시간, 메디인 시작하겠습니다. 오늘도 스튜디오에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유수인 기자 / 안녕하세요.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오늘은 어떤 내용 준비해오셨습니까?
유수인 기자 / 코로나19가 불러온 파급 효과는 단순히 감염병에 국한해 설명할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사회 모든 영역에 걸쳐 감염병 유행과 그로 인한 충격파가 퍼지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특히 더 큰 영향을 받고 회복이 어려운 계층이 바로 우리 사회의 ‘약한고리’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감염병이라는 겉모습에 숨어 있는 코로나19의 이면은 어떤 모습일까요? 오늘은 현재 우리사회의 약한고리에 있는 사람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어떤 것들인지, 또 해결책은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위기가 오면 늘 먼저 타격을 받는 건 ‘약한 고리’에 있는 사람들이죠.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에 대한 이해와 세분화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한 시점인데요.. 현재 이와 관련해서 사회적으로 논의가 되고 있는 실정인가요?
유수인 기자 / 네 지난 해 11월 19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코로나19 유행에서 관찰된 우리사회의 약한고리: 사회심리적 영향’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 우리 사회에 더 큰 영향을 받고 회복이 어려운 약한 고리가 어디에 있는지 실증적으로 밝히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날 발표를 맡은 백종우 경희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9월까지 성인 코로나19 확진자 152명 대상으로 확진 이후 겪은 심리사회적 어려움을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아직도 확진자에 대한 인식이 안 좋은 게 사실인데요, 확진자가 된 이후 육체적 고통뿐 아니라 심리적인 고통 역시 겪고 있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조사결과는 어떻게 나왔나요?
유수인 기자 / 조사 결과, 확진자 대다수는 감염 당시 타인을 감염시킬수 있다는 불안과 확진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괴로움 등을 경험했고, 완치 이후에는 후유증에 대한 불안 재감염에 대한 불안 등을 경험했습니다. 또 확진자의 56%는 치료 중 우울을 겪었고, 24%는 퇴원 후에도 겪는다고 보고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안타까운 현실인데요, 실제로 차별을 경험한 경우가 많았나요?
유수인 기자 / 그렇습니다. 확진자 46.1%는 ‘감염을 이유로 비난이나 모욕,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라고 응답했고, 이러한 차별경험을 받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우울, 불안, 외상후 스트레스증상, 신체증상 등이 유의미하게 더 높았습니다. 이에 백종우 교수는 “코로나19 환자들의 정신건강을 고려하는 격리 및 치료 방침 마련이 필요하며, 감염병과 개인의 특성, 정신건강 문제의 중증도에 따른 심리지원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연령별, 소득별로 사회심리적 차이를 조사하기도 했다고요? 어떤 차이가 있었나요?
유수인 기자 / 백종우 교수는 전국 거주 14세 이상 국민 대상으로 작년 3월26일~4월29일에 1차, 작년 7월23일~8월23일에 2차로 두 차례에 걸쳐서 총 2164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코로나19 상황에서 인구집단별, 시기별 사회심리적 차이를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우울평균점수는 1차 조사에서 6.6점, 2차 조사에서는 6.1점으로 나타났습니다. 10점 이상을 받은 중증이상의 우울위험군은 1차 조사결과 28.0%로, 연령별로는 20대가 40.2%로 가장 높았고, 여성과 월소득 150만원 미만의 저소득층에서 우울위험군이 비율이 높았습니다. 건강 및 경제적 취약계층 대상 심층면접에 응한 한 자영업자는 “우울증도 많이 오는 것 같고, 내 사업장도 잃는 것뿐만 아니라 가족도 잃게 되고 그럼 내가 살아서 뭐할까 이런 생각도 많이 한다”라며 괴로움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경제적 지원 뿐 아니라 사회-복지 차원의 지지가 더욱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런 취약계층에서는 어떤 도움을 가장 필요로 하고 있나요.
유수인 기자 / 14세이상 국민대상 2차 조사결과, 정신적 어려움 해결을 위한 방법으로는 68.4%의 응답자가 가족의 지지를, 46.2%가 경제적 지원을, 44.3%가 정부/지역사회의 정확한 정보 전달, 33.6%는 이웃이나 지인의 지지 등이 필요하다고 꼽았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료나 심리 상담, 병원 진료 등도 뒤를 이었습니다. 이는 1차 조사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코로나19 감염에 특히 취약한 계층이 바로 정신건강질환자들이 아닐까 싶은데, 코로나 유행 이후 외로움과 우울 등을 겪는 비율이 일반인보다 더 높게 나왔다고요?
유수인 기자 / ‘코로나19 유행 시기의 조현병 환자 지원’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한 김성완 전남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지난 2020년 4~7월간 국내 조현병 환자 1340명과 일반인구 2000명을 비교한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그 결과, 조현병 환자의 감염에 대한 두려움과 코로나19 관련 스트레스는 일반인구군의 잠재평균을 0으로 두었을 때 각각 -0.5점, -0.8점으로 일반인구군에 비해 낮았습니다. 반면, 외로움과 우울은 일반인구군의 잠재평균을 0으로 두었을 때 각각 0.4점, 0.3점으로 유의하게 높았습니다. 이는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와 사회적 자원과의 연결 축소로 인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다른 정신과 질환들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조현병 환자의 경우 특히 정기적으로 투약과 진료를 하며 건강상태를 체크해야 하잖아요?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 됨에 따라 아무래도 진료나 치료에 소홀해진 경우도 많았을 거 같아요.
유수인 기자 / 김성완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유행 이후 지난 2020년, 1년 동안 조현병 환자들을 관찰한 결과, 조현병 환자들의 입원이나 외래 방문율이 현저히 감소해 정기적인 투약과 진료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1년간 월별 조현병 환자의 입원은 예상 대비 최대 8%, 외래는 최대 5%의 유의한 감소를 나타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조현병 치료에서 약물유지가 재발 예방에 가장 중요한 치료방법임을 고려하면 이들의 치료 유지를 위한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네요.
유수인 기자 / 김성완 교수는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 유행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비대면 방식을 포함한 다양하고 연속적인 지역사회 정신건강 서비스, 정신응급대응체계 개선, 병원기반 사례관리 등 포괄적인 정신건강 지원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조현병 환자들의 건강을 위해서는 백신접종 역시 필수라고요?
유수인 기자 / 그렇습니다. 김성완 교수는 조현병 환자들이 백신접종과 치료제 투여에서 우선 대상자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그는 “국내외 보고에 따르면 조현병과 같은 중증정신질환을 앓는 경우 일반인구에 비해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하며, 중증으로 이환되거나 사망하는 비율이 2~3배 높다”면서 “반면 최근 이스라엘의 보고에 따르면 조현병 환자의 코로나19 감염의 치사율이 일반인구의 3.2배에 달하던 것에서 백신 접종 이후 그 차이가 사라졌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는 백신이 조현병 환자에서 더욱 큰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조현병 환자가 백신접종과 치료제 투여에서 우선 대상자가 될 필요가 있다”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조현병 환자 이야기가 나온김에 관련 문제점에 대해 좀 더 짚어볼게요. 일반인구에 비해 조현병 환자는 코로나 19 감염에 취약하고, 또 우울감 역시 더 높은 것으로 여러 연구를 통해 나타났는데요 그에 비해 조현병 환자를 위한 대처는 매우 미흡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죠?
유수인 기자 / 네. 많은 조현병 환자들이 입원치료를 거부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강기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해 10월,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 국정감사에서 "조현병 환자들은 통제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특히 야간에 돌발 증상이 나타나게 되면 병원에 가야하는데 거부를 당하는 일이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면서 "현행 정신건강법 50조3항을 보면 정신의료기관은 지체 없이 정신과 전문의에게 응급 입원한 사람의 증상을 진단해야 하는데, 전문의가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지난 2020년 통계에 따르면 1년 동안 조현병 환자가 하루 평균 병원들로부터 입원을 거부당한 횟수가 무려 14번이나 된다고 해요, 그러니까 1년 전체를 통틀어 14번이 아니라 매일 14번씩 조현병 환자의 입원이 거부되고 있다는 건데.. 이렇게 의료기관들이 조현병 환자의 응급인원 요청을 거부하는 뚜렷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유수인 기자 / 지난 해 열린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나온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박용찬 이사장은 “응급 입원을 위해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는 환자들이 엄청 많다. 그 이유는 단 한 가지"라면서 "입원시킬 병실이 없어서다. 병원에서는 정신과 병동을 운영하면 예산이 안 맞는다고 한다. 그래서 최근 3년 사이에 500병동이 없어졌다"고 말했습니다. 박 이사장은 "심지어는 교육을 맡아야 할 대학병원에서도 폐쇄된 병실을 자꾸 없애고 있다. 입원시킬 만한 병실이 없다"고 부연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꾸준한 치료와 약 복용이 절실한 조현병 환자들이 치료와 입원의 기회를 잃은 채 더 어두운 그늘로 내몰리고 있는 현실이군요.
유수인 기자 / 지난 해 11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경찰이 요청한 조현병 환자 응급입원이 거부된 비율은 7%에 달했습니다. 총 5431건의 응급입원 요청 중 382건이 거부된 것인데요, 전년인 2019년에는 전체 7591건 중 거부가 214건으로 거부 비율이 2.8%에 불과했지만, 1년 만에 두 배 이상 상승했습니다. 작년 상반기는 3992건 중 316건이 거부돼 거부율은 7.9%로 더 높아졌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이렇게 조현병 환자의 응급입원이 거부되는 이유, 병실이 부족을 이유로 꼽을 수 있다고 했는데, 병실폐쇄는 코로나19 문제와 연관이 있는건가요?
유수인 기자 / 응급입원 거부율이 급증한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병상이 포화상태인데다 의료 인력도 코로나 대응에 투입됐기 때문으로 보여집니다. 일부 수도권 병원들은 코로나19 선별검사를 시작한 뒤 응급병상을 아예 폐쇄하거나 축소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하지만 코로나19 이전부터도 이런 흐름은 계속 있어 왔던게 사실이죠?
유수인 기자 /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이런 흐름은 계속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신병동은 이윤이 크게 남지 않기 때문에 병원들이 운영 축소를 시도했고,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정신병동을 우선적으로 정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상급종합병원의 정신과 폐쇄병동은 2011년 1021개에서 2020년 859개로 15% 가량 감소했습니다. 조현병 환자는 신체질환이나 정신질환의 복합적 치료가 필요해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하는 것이 적절하지만, 지금 추세로는 입원조차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코로나19로 오랫동안 곪아오던 문제가 터졌다고 볼 수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어떤 방안을 마련하고 있나요?
유수인 기자 / 권덕철 복지부 장관은 "지역별로 정신 응급 대응협의체를 구성해 권역 응급의료센터에서 응급의료를 바로 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2022년까지 권역별 정신의료센터를 8개소까지 확대할 계획"이라며 "정신과 전문의가 없으면 응급치료가 안 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응급 입원에 따른 병상 확보도 중요하다. 2022년엔 조금 더 확보를 해서 이곳저곳 전전하지 않고 바로 응급 입원과 진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관련 제도개선이 시급히 이뤄지기를 기대해보겠습니다. 조현병 환자 외에 코로나로 의한 정신관련질환으로 고통을 받는 경우, 또 어떤게 있을까요.
유수인 기자 / 앞서 여러 통계를 통해 확진자 대다수가 타인을 감염시킬수 있다는 불안과 확진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괴로움 등을 경험했고, 그로 인한 우울증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최근 분당서울대병원 오탁규 마취통증의학과 교수팀의 연구에 의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진자가 일반 성인보다 불면증에 걸릴 확률이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불면증은 잠이 오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는 증상이잖아요? 그로 인해 건강을 헤칠 수도 있는거고요.
유수인 기자 / 네. 불면증은 잠이 오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는 증상을 비롯해 지나친 조기 기상, 야간 수면 부족, 적정 수면 후에도 느껴지는 피로감 등 다양한 증상을 포함합니다. 불면증 환자는 생체리듬이 바뀌고 신진대사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당뇨병·고혈압 등 합병증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며 만성 불면증일 경우 뇌의 부피가 해마다 줄어들어 치매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당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러한 불면증 유병률이 증가했다는 조사가 발표되며 다양한 연구가 이뤄졌지만 코로나19와 불면증의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인거죠. 연구내용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려주시죠.
유수인 기자 / 오탁규 교수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코로나19 코호트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지난 2020년 1월부터 6월까지 코로나 PCR 검사를 받은 성인 30만명을 대상으로 확진자와 비확진자의 불면증 유병률을 비교했습니다. 연구에는 △성별 △연령대 △정신질환 등 다양한 변수가 사용됐는데요, 그 결과,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은 적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불면증을 겪을 확률이 3.3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세부적으로는 위험도가 여성에서 3.5배, 40~50대에서 4.2배로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또 정신 질환이 없거나 동반질환지수 점수가 높을수록 기저질환 악화를 의미가 낮은 환자일수록 확진에 따른 불면증 증감 폭이 크게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불면증 발병 증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고령, 정신질환, 동반질환지수 3 이상의 환자들은 코로나19 확진 여부와 상관없이 불면증 위험이 높아 상대적으로 증가폭이 낮은 반면, 젊거나 건강한 사람일수록 위험도가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이번 연구 결과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자들이 경험하는 삶의 질 저하를 예방하는데 활용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유수인 기자, 그밖에 또 어떤 분들이 코로나 위기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나요?
유수인 기자 / 말기 암환자와 그 가족이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툭 끊어지기 쉬운 '약한 고리'의 한 부분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김범석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서울대병원에서 2019년과 2020년 사이 사망한 암환자 1,456명의 의료이용을 분석했는데요. 분석 결과, 암 환자 임종장소로 적합하지 않은 응급실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사례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9년 응급실에서 사망한 암환자는 53명에서 2020년에는 99명으로 2배가량 유의하게 증가했습니다. 사망 전까지 응급실에서 체류하는 시간도 유의하게 늘었는데요, 호스피스 병상이 코로나19 전용 병상으로 전환되며 임종 증상에 이르러 준비되지 않은 채 다급하게 응급실을 찾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김 교수는 분석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호스피스 병상이 코로나 19 전용병상으로 전환되면서 말기 암환자가 마땅히 갈 수 있었던 호스피스 병상 역시 입원이 힘들어진거군요. 일반적으로 호스피스 병상은 어떤 경우에 입원이 가능한가요?
유수인 기자 /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을 가진 환자와 가족의 심리 사회적, 영적 어려움을 돕기 위한 서비스로, 서비스 유형에 따라 입원형, 가정형, 자문형으로 나뉩니다. 호스피스 전문기관에 입원은 여명을 예측할 수 있는 말기 암환자만 가능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말기 암환자와 그 가족에게 호스피스 서비스는 꼭 필요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유수인 기자 / 국내 사망 원인 1위인 암의 경우 임종에 이르는 원인이 다양하고, 그 과정에서 심한 통증이 발생하기도 해 치료와 돌봄이 동시에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병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입원형 호스피스는 환자가 편안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통증 및 신체적 증상 완화를 위한 치료와 웰다잉(well-dying) 준비를 동시에 제공하기 때문에 환자들의 선호도가 높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런데도 불구하고 호스피스 병상이 현재 코로나로 인해 턱없이 부족해 진건데요.. 자세한 현황이 어떻게 되나요?
유수인 기자 / 호스피스 병상은 현재 국공립 의료기관 위주로 서비스가 이루어지다보니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유행 이후에는 감염병 환자 진료로 인해 호스피스 병동이 문을 닫는 일도 발생하고 있는데요, 중앙호스피스센터에 따르면, 지난 해 6월30일 기준 코로나로 휴업신고를 한 호스피스전문기관은 17곳이었습니다. 민간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서울을 기준으로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과 고려대 구로병원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나머지 빅5병원 및 상급종합병원은 자문형, 가정형 등 다른 유형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구로병원 관계자는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하려면 2주~2개월 정도 대기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는데요, 이로 인해 말기 암환자와 가족들은 돌봄 문제에 직면한 상태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암 환자가 중환자 병상은커녕 호스피스 병동 입원 조차 어렵다보니 임종 전 증상관리 또한 제대로 이뤄지지 않겠네요.
유수인 기자 / 임종 전 섬망과 같은 증상관리가 충분히 되지 않는 경향도 보였습니다. 임종 3일 전 섬망 증상을 경험한 환자가 2019년 10.9%에서 2020년에는 17.19%로 늘었고 승압제 사용 환자가 52.3%에서 59.2%로 모두 유의하게 증가했습니다. 호스피스 의뢰가 늘었음에도 심폐소생술은 12.5%에서 16.3%로 증가했고요 혈액검사, 영상검사, 모니터링 등도 각각 81.1%에서 98.0%, 60.4%에서 75.8%, 86.8%에서 99.0%로 각각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2020년에는 대다수 말기암환자에게 이런 검사가 시행됐었습니다. 이런 현상은 코로나19 전에 비해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임종 전 증상관리가 잘 되지 않고 불필요한 의료행위가 다소 증가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가장 큰 문제는 감염병 재난 상황에서 가족간 인간적 상처를 남기는 사별이 늘고 있다는 점이에요. 이 부분에 대해서도 짚어주시죠.
유수인 기자 / 2021년 9-10월 간 말기암환자 50명과 보호자 36명을 대상으로 심리사회적 문제를 조사한 결과, 병원에 입원한 경우에도 환자는 면회제한으로 버림받았다는 느낌과 고립감을 느끼며 불안감이 섬망으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가족들 역시 환자 임종기를 함께 하지 못한데서 심리적 고통을 겪었고 가족 1인이 ‘독박 간병’을 하면서 고립되고 육체적, 심리적으로 소진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가족 간에 인간적 상처를 남기는 ‘트라우마성 사별(traumatic death)’ 경험은 유가족의 사별 후 애도장애로 이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김범석 교수는 "우리 사회의 ‘약한 고리’인 말기환자 돌봄 문제, 돌봄의 연속성 고려한 체계 마련이 절실하다"며 "생애말기 환자의 존엄성은 방역과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위기 상황에서도 말기 환자의 돌봄은 반드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코로나 시기, 방역도 중요하지만 말기암 환자의 존엄성 역시 지켜져야 하는 부분인데요, 일단 말기암 환자가 마지막을 편하게 보낼 수 있는 병상 문제가 해결되어야 할 것 같아요. 관련 대책은 세워지고 있나요?
유수인 기자 /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 관계자는 “기존에 시범사업으로 하고 있던 자문형 호스피스를 내년 상반기 본 사업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입원형은 아예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하는 거고, 자문형은 암환자가 치료를 위해 입원한 일반병동에서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호스피스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통증을 관리하고 임종을 앞둔 상황에서 불안한 심리 등을 지지하는 거라 입원형과 질적 차이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의료기관 지정을 시작하면 서비스를 받는 환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정부는 보다 많은 환자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요양병원형 모델’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전문기관 수나 병상을 무작정 늘리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가정이나 요양병원 등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유형을 다양화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코로나가 불러온 부작용은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에 더 아프게 다가왔는데요, 가장 취약한 계층에게 더 큰 관심을 쏟는 것이 코로나로 비롯된 아픔을 치유하는 시작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메디인 마칩니다. 유수인 기자였습니다.
유수인 기자 / 네 감사합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